가끔
누군가 미워져서
마음이 외로워지는 날엔
찻물을 끓이자
그 소리
방울방울 몸을 일으켜
솨솨 솔바람 소리
후두둑후두둑 빗방울 소리
자그락자그락 자갈길 걷는 소리
가만!
내 마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
주전자 속 맑은 소리들이
내 마음 속 미움을
다 가져가 버렸구나
하얀 김을 내뿜으며
용서만 남겨 놓고.
▷경남 남해 출생. 2001년『조선일보』신춘문예 당선을 통해 등단.
주전자 속에 끓는 물방울을 가리켜 `방울방울 몸을 일으’킨다는 묘사에서처럼 역동적으로 의인화 시키는가 하면, 물 끓는 소리를 솔바람 소리, 빗방울 소리, 자갈길 걷는 소리로써 감각적으로 고조시키는 점층적 메타포의 상징적 표현기법이 독자로 하여금 시에서 접근을 용이하게 한다. 간결하면서도 투명한 이미지를 드러낸 시편이라 하겠다.
이일기 (시인·계간`문학예술’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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