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동자들 가득한
함안 상림 숲에는
늙어 초라하나 마른 속 훤히 비운
성자 한분 서 계신다
시간이 후려칠 때마다
깨어나는 잘못들에게
끝없는 미안함으로 기도드리며
고목 한 그루
꺾어진 채 굳어 비뚤게 서 있다
생이
이토록 진저리 치도록 힘들었는가
몸에서 떨어져 나가던 나뭇잎 경들
하나씩 소지 올리던 푸른 시절은
관절마다 혹 덩어리로 남아
하늘로 열린 작은 창으로
가쁜 숨 몰아쉰다
◇김명희= 대구문협, 대구시협, 은시, 현대불교, 시집 ;오래된 거울.
<해설> 고목을 보고 쓴 시다. 고목의 둥치에 달린 잎은 관절의 혹이 된 푸른 시절이었고, 속이 훤히 보이는 나무의 마른 둥치는 꺾어지고 비뚤어져도 살아가는 성자의 몸으로 표현한 것을 보고 우람하고, 대단한 덩치의 고목으로만 그냥 보았을 나는 나이 잔뜩 든 고목의 약한 부분도 보는 안목을 배운다. 상림 숲의 여러 나무 중에 이 성자를 만나러 초록이 한창일 때는 만나러 가야 할까 보다.
-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