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3D영화의 흥망성쇠와 메타버스
[대구논단] 3D영화의 흥망성쇠와 메타버스
  • 승인 2022.06.1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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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진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최근 메타버스의 등장으로 우리의 삶과 문화가 어떻게 달라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과 소동을 보면서 생각나는 과거의 사건들을 몇 가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새로운 미디어를 보는 우리의 관점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세계 2차대전 직후 미국에서 불과 수천 대 판매에 불과하던 TV가 1950년대에 들어서며 보급률이 90%까지 급격히 치솟았다. 그전에 없었던 TV가 순식간에 미국 가정에 보편화된 것이다. 사람들은 TV의 등장에 흥미로운 반응을 보였지만, 반대로 무척 우울한 사람들도 있었다. 영화를 제작하는 영화인들은 TV의 등장을 공포감을 갖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들이 영화관까지 와서 영화를 보기보다는 집에서 소파에 편하게 앉아 ‘I Love Lucy’같은 시트콤이나 TV쇼 프로그램을 더 즐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불안감에 초조했던 영화인들은 3D 영상기술에 주목하였다. 마침내 워너브라더스 영화스튜디오는 1953년 ‘House of Wax’라는 호러영화를 메이저 영화사로서는 처음으로 3D영상으로 제작하였다. ‘House of Wax’가 뜻밖의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이후 영화업계는 활기를 찾고 3D영화 제작에 힘을 쏟는다. 3D 영화의 물결이 미국 사회를 몰아쳤던 것이다.

그러나 ‘House of Wax’의 감독인 앙드레 드 토트(Andre de Toth)는 어린 나이에 왼쪽 눈을 실명했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만드는 3D영상의 입체감을 느낄 수 없었다고 한다. 역설적으로 이 영화가 성공한 이유는 감독이 영상의 3D 효과를 인식할 수 없었기에 줄거리에 더 충실히 힘을 쏟은 결과라고 전해지기도 한다. 3D 영화가 영화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것 같았던 기대와 달리 1950년대 3D영화의 인기는 몇 년도 지속하지 못하고 곧바로 대중의 관심을 잃게 된다. 사실 영화산업은 3D 영상기술의 발전과 관계없이 영화의 다른 요인들에 의해서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1953년 이후 3D영화는 거의 50년이 지난 2009년에 카메룬 감독의 ‘아바타’로 다시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된다. 우리 기억에도 생생하게 ‘아바타’의 엄청난 성공으로 많은 3D 영화가 그후에 대중들에게 선보였으며, 심지어 삼성, LG는 3D-TV 기술경쟁까지 하며 3D 영상의 세상이 펼쳐지는 듯했다. 당시 라스베가스 CES에서는 최고의 화두로 3D-TV가 관심을 모았으며 3D용 컨텐츠들이 새로운 디지털 혁명의 중심에 설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하듯 2017년 LG, 삼성 등이 3D-TV 시장에서 철수하며 가정용 3D-TV는 사망선고를 받고, 영화에서도 3D영화의 유행은 또다시 막을 내렸다.

영화산업에서 3D 영상기술이 관객에게 주는 영향은 이처럼 제한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관객은 객석에 앉아서 수동적으로 스크린을 보며 그 내용의 흐름에 반응할 뿐이다. 입체적이라는 점이 주는 영향력보다는 영화 내용의 드라마적 흐름이 더 심리적으로 관객을 자극할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따라서 영상기술의 혁신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스토리 구성이나 배우 연기의 사실성 등 관객의 몰입을 유도하는 다양한 요인들을 성공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영상의 관점에서 3D와 기술적으로 유사한 미디어로 VR(가상현실)이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VR은 미디어가 만든 가상세계에서 이용자가 실제와 같은 체험을 하는 것을 뜻한다. 기술적으로는 헤드셋과 같은 장비를 착용하고 3D 이미지에 노출해서 가상세계를 경험하는 것이지만 반드시 헤드셋이나 컴퓨터와 같은 첨단의 미디어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인간은 단순한 자극만으로도 상상을 통해서 가상의 세계로 몰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가상현실의 경험은 미디어의 가상세계에 대한 재현 기술도 중요하지만, 인간이 갖고있는 욕구나 가치 등을 자극하고 경험하게 하는 컨텐츠의 구성 크리에이티브도 중요하다. VR에서 인간의 어떤 갈망이 만족되고 어떤 의미와 가치를 맛보는지에 대한 설계가 새로운 미디어로서 메타버스의 성공을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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