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철들 때
[의료칼럼] 철들 때
  • 승인 2022.06.12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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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대구시의사회 정책이사
모내기가 한창인 들판을 지난다. 연록의 모종을 얹어 운전해 나아가면 물 가득한 논바닥에 꼭꼭 심어지는 식모기, 난생처음 구경하였다. 옛날 여럿이서 힘겹게 모내기하던 장면이 아스라이 떠오른다. 코로나로 쉬었다가 올해 다시 모내기를 시작했다는 어르신은 그것으로 모심기하는 것도 힘들다는 듯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아무쪼록 저들이 튼실한 알곡으로 잘 영글기를, 그리하여 풍성한 가을을 맞아 모두 활짝 웃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코로나로 인한 영향이 아이들에도 크게 온 것 같다. 성조숙증이 의심된다면 재난 지원금을 들고 병원에 오곤 한다. 성조숙증은 정상적인 또래 평균보다 2년 이상 사춘기 증후가 빨리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만 8세 이하의 여아에게 가슴 멍울이 잡히고 머리 냄새가 달라지고 질 분비물이 증가하고 여드름이 보이거나, 만 9세 이하 남아에서 고환의 부피가 4cc 이상으로 늘어나거나 변성기, 반항적인 성격으로 변화가 오면 의심해 봐야 한다.

행정안전부 연령별 인구 현황에 따르면, 만 18세 이하 소아청소년의 인구는 2016년 1월 기준 960만 3713명에서 2020년 1월 기준 817만 8422명으로 대략 15%가 줄었다. 하지만, 같은 시기 성조숙증으로 치료를 받은 소아청소년은 5만 명이나 증가했다. 유전적 원인, 환경호르몬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최근 2년 사이 코로나 이후 성조숙증 아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원인은 무엇보다 소아비만이 큰 요인인 것 같다. 코로나19가 끼친 영향 중 수위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비만과 성조숙증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코로나19 동안 온라인 수업이 많아졌고, 운동 및 신체활동이 줄어들다 보니 최근 2년 사이에 소아비만 아동이 크게 늘었다. 면역을 기른다고 챙겨 먹는 음식과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면서 섭취하는 여러 가지 특식과 건강보조식품도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뜨거운 음식을 일회 용기에 담아 배달하고 플라스틱 포장재도 과다하게 사용하게 되니 이 또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지 않은가 싶다.

어린이들도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 나다 보니 소아비만도 급증했다. 성인 비만은 대사증후군으로 이어져 두고두고 성인병을 낳고 아이들은 키 성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성조숙증으로 이어져 아이들을 괴롭힌다.

비만과 과체중은 어린이들에게도 지방간과 고혈압을 생기게 할 수 있다. 성조숙증으로 이어질 확률도 높인다. 가끔 코로나로 살이 날마다 불어 비만이 걱정된다면서 진료하러 왔다가 성조숙증으로 진단받는 비율도 높아간다. 가슴이 불쑥 튀어나온 것이 살이 쪄서 그런 것으로 여겨 두고 보다가 어린아이가 생리가 나와 병원에 오는 경우도 있었다. 올해 초등 3학년 여자아이 세 명이 찾아왔었다. 가슴 멍울을 잘 알아채지 못하고 비만으로만 착각해 2차 성징 자체를 알아채지 못한 경우다. 성조숙증의 원인으로 유전적 요인과 비만, 환경호르몬 등을 꼽는다. 부모의 사춘기 시기가 빠르면 자식세대도 빠를 수 있어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성조숙증은 키와 몸무게 등의 신체 계측 외에 유방의 발달과 음모 발달 정도에 따라 판단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성선자극호르몬과 성호르몬을 포함한 혈액 검사, 뼈 나이 확인을 위한 손목 방사선 검사도 동반된다.

치료 목표는 사춘기 전의 성장 속도로 오래도록 자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여자아이는 만 9세 이전, 남자아이는 만 10세 이전에 성조숙증의 치료를 시작해야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고 의료 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으니 꼭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치료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다.

성조숙증 치료하는 중에는 성장 속도가 사춘기 이전으로 감소된다. 하지만 성조숙증 치료를 하면 치료 전보다 오랜 기간 자라기 때문에 최종 키는 더 클 수 있게 된다. 사춘기를 또래 아이들만큼 늦추는 치료다. 정상적인 사춘기의 시작 연령까지 지속하니 대개 2~4년 치료한다.

성조숙증을 예방하는데 특별한 비방은 없지만,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활 습관을 바로잡기 위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환경호르몬에 노출되기 쉬운 배달 음식 섭취를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좋다.

코로나가 남긴 재난, 의심된다면 점검해 보자. 초등학교 저학년부터는 철들 때를 살피자. 아이 성장에 대해, 성조숙증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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