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가유문화와 달구벌] 전세계가 인정한 벼농사 기원지…콩 재배는 더 빨랐다
[신가유문화와 달구벌] 전세계가 인정한 벼농사 기원지…콩 재배는 더 빨랐다
  • 김종현
  • 승인 2022.06.14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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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벼농사의 기원은 한반도다
1987~1990년 국내 발견 탄화미·볍씨
각 BC 2천10년·BC 2천300년경 추정
“벼농사, 4천년 전 갠지스 강 유역서…”
기존가설 뒤집은 역사적 사실 발견한 셈
국제고고학계, 개론서에 못 박아
신가유콩
사마천의 ‘사기’에 ‘콩(菽)을 심어서 먹는 오랑캐(戎)’ ‘융숙’이 나온다. 그림 이대영

BC 800년 경 이전 만주서 콩 재배
한반도선 이보다 앞서 작물로 길러
고고학적으로 두만강 유역 콩 원산지
청주 퇴적토층서 콩꽃가루 화석 출토
연도 측정 결과 1만3천년 전으로 소급

◇벼재배 기원이 바뀌다

농경사회의 시작을 짐작할 수 있는 고고학적 사실로는 BC 1만2천년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Haifa) 카멜산맥(Carmel Mountains) 라케페트 동굴(Rakefet Cave) 신석기시대 주거지에서 돌절구(stone mortars) 3개를 발굴했다. 이를 미뤄보면 곡식을 정미했으며, 나아가 맥주를 양조했다고까지 짐작할 수 있었다.

BC 9천50년 전 레반트(Levant) 지역에서 한 여인이 거주지 섶에서 채취한 곡식의 씨앗을 뿌려서 최초로 재배했다. 델 아부 흐레야(Tell Abu Hureyra)의 인류최초 거주지에 혜성의 공중폭발로 1만2천800년 전에 파괴되었다는 흔적이 발견됐다. 이것이 바로 수렵채취에서 농경사회로 전환했다는 고고학적 흔적이었다(Abu Hureyra one of the most important sites in the study of the origins of agriculture).

벼농사에 대한 기원설은 지금부터 6천500년 전으로 올라간다. 오늘날 벼의 재배는 4천~5천년 전 인도 갠지스(Ganges) 강 유역, 북부 미얀마, 타이, 라오스 혹은 중국 남부지역에서 시작되었다. 한반도에는 이후에 쿠릴해류(Kurile Current, 親潮海流)를 타고 이주해온 동남아인에 의한 전파설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으로부터 벼농사 기술이 유입된 것으로 농학자와 역사학자들의 일치된 견해는 동남아인 이주설이었다. 밭벼농사(dry-land cultivation)는 우리나라에서 BC 3천500년경 재배되었고, 일본에는 BC 1천200년경에 논농사는 BC 300년경 야요이 시대에 전해졌다.

중동이나 지중해 지방에서도 BC 800년경, 스페인에는 무어인(Moors)이 AD 700년 점령 시에 벼 재배기술을 가져왔다. 아프리카 재배종은 3천500년 동안 경작되었다. 이에 비해 BC 1천500년에 나이저 강 삼각주(Niger-River Delta)로부터 세네갈에 전파, AD 7세기와 11세기에 아프리카 동부해안에서도 경작되었다. 중국에서 벼 재배는 BC 11세기 전후, 중국 남쪽으로 확산되었다는 학설이 정설이었다.

최근 위와 같은 학설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대략 9천년 전 중국과 인도의 야생벼의 근접 관계성이 컴퓨터 알고리즘 ‘분자시계’ 기법으로 밝혀졌다. 또한 1990년 7월 경기도 금포군 통진면의 탄화미에서는 BC 2천100년경, 1987년 경기도 고양군 일산읍(가와리) 신석기 토층에서 출토된 12톨의 볍씨를 미국 베타연구소 방사성탄소연도측정결과 5천20년 전(5천20 b.p.)으로 측정결과가 나와 BC 2천300년경으로 추정되었다. 1994년 충북 옥산면 소로리 구석기 유적에선 방사선탄소연대 측정으로 1만3천~ 1만6천년 전(1만3천~1만6천 b.p.)으로 추정되는 볍씨 11톨이 출토되었다.

이로 인해 2016년 국제고고학계에서 벼농사의 기원지(국)는 한국으로 확정됐다. 세계적 고고학 교과서로 사용하는 ‘고고학 개론서(Archaeology: theories, methods and practice)’에는 1만3천년 전까지 소급해 벼농사가 한반도에서 기원된 사실을 못 박고 있다. 우리나라는 벼농사의 긍지를 살려서 지난 1972년 한국은행에서 50원짜리 동전에 벼이삭을 도안, ‘논벼농사의 기원지(Origin of Rice Farming)’가 한국임을 기념했다.

◇콩 재배의 기원지도 한반도(두만강 유역)다.

‘시경’에 콩이란 표현은 “콩 따서 콩 따서, 모난 바구니에도 둥근 광주리에도 담아요.”라는 콩 따기(采菽)이란 시(詩)가 나오고, 콩 두(豆)자가 나오고 있다. 여기서 콩 두(豆)이지만 대부분은 제사 접시(祭豆)를 의미하고 있다. ‘시경’에 나오는 이 채숙시가(采菽詩歌)는 삼국지상의 형주(荊州) 근처 양자강 중류로 보고 있다. 시경과 거의 같은 BC 8세기경에 저술된 ‘일리아드(Iliad xiii)’에서도 “콩 타작에 검정콩과 완두콩이 타작마당을 튀어나오듯이”라는 표현이 있다.

관중(管仲, BC 725~BC 645)의 저서 ‘관자(管子)’에서도 ‘융숙(戎菽)’이라는 지역이 나오고 있다. BC 623년 사마천의 ‘사기’에선 “제(齊)나라는 북으로 산융(山戎)을 정벌하고, 고죽국(孤竹國)까지 갔다가 융숙(戎菽, 오랑캐의 콩)을 얻고 돌아왔다.”라는 기록에서 ‘융숙’이라는 표현이 다시 나온다. 융숙이란 “콩(菽)을 심어서 먹는 오랑캐(戎)”또는 “오랑캐들이 재배해 먹었던 콩”이란 양의적인 표현이었다. 사실, BC 800년경 이전에 이미 만주와 요서지역에서 콩을 재배했으며, 이보다 앞서 한반도에서도 이미 콩 재배가 일반화되었다.

이런 고고서지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두만강 유역이 바로 콩의 원산지다. 고고생물학적 증거로는 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 소로리 구석기시대 유적지가 있다. 간빙기 퇴적토층에서 콩꽃가루(菽花粉) 화석이 출토되었다. 연도를 측정한 결과 1만3천년 전(1만3천 b.p.)까지 소급되었다. 고고학적 출토 유물에서도 콩 재배의 기원지가 한반도라는 사실이다. 또한 고서지학에선 벼가 한반도에서 재배되기 이전에 콩이 재배되었다고 보고 있다.

왜냐하면, 아무리 척박한 땅에서도 콩이란 작물은 뿌리혹박테리아(root nodule bacterium)가 공중질소고정(air-nitrogen fixation)으로 자양분을 공급하기 때문에 잘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까지도 콩은 ‘밭에서 나는 쇠고기(field’s beef)’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같은 무게의 소고기보다 1.7배의 열량을 더 낸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라면(짜파게티)에 들어가는 고기는 ‘콩고기(bean meat)’다. 더욱이 콩나물에는 콩에는 없는 신비한 영양소 비타민C가 합성된다. 그래서 콩나물국밥은 숙취 해장국으로 최적이다. 과거 교도소에서 영양실조를 방지하고자 특별히 콩밥을 배식했다. “콩밥 먹이겠다.”라는 협박은 투옥시키겠다는 의미로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콩꼬투리(bean pod)를 요리하지 않으나 중국이나 서양에선 연한 콩꼬투리(fresh shell bean)로 고기처럼 요리한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 조비(曹丕, 187~226)가 동생 조식(曹植, 192~232)에게 일곱 걸음 안에 시를 짓지 못하면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속칭 조식의 ‘칠보시(七步詩)’다. “콩을 삶는데 콩깍지를 태우니, 솥 속의 콩이 울고 있겠구나. 본래 콩이나 콩깍지는 한 뿌리에서 났건마는, 어찌 이리도 급하게 삶아야 되는가요?” 형제인륜을 언급하자, 결국 형은 마음을 돌렸다.

남녀 간 사랑으로 눈앞에 있는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할 때 ‘눈에 콩깍지가 씌웠다(情人眼里出西施).’라고 말한다. 이런 표현은 청나라 조설근(曹雪芹, 1715~1763)이 1791년에 발표한 소설 ‘홍루몽(紅樓夢)’에 최초 사용한 표현이다. 서양의 영어로 번역한다면 ‘미모는 자기 눈에 안경이다(Beauty is in the eyes of beholder)’라고 할 수 있다.

서양에서도 콩의 단백질원으로서의 중요함을 인식하고, 프랑스의 카술레(cassoulet), 독일의 아인토프(eintopf), 스페인(Spain)의 파바다 아스투리아나(fabada asturiana), 포르투갈 혹은 브라질의 페이조아다(feijoada), 미국 칠리 콘 카르네(chili con carne) 등에 콩이 고기와 같이 들어간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위암 예방의 처방약으로 검은콩(흑두)에다가 감초를 넣은 ‘해독용 감두탕(甘豆湯)’ 혹은 ‘해백약백물독(解百藥百物毒)’이 있다. 최근에 콩의 이소플라본(isoflavone, C15H10O2)이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estrogen, C18H24O2)과 유사성이 있는 대사교란물질(endocrine disrupting chemicals)이라는 의심논란이 한때 있었다. 그러나 32개 관련 논문의 메타분석(meta-analysis)을 통해 내놓은 결론은 ‘근거가 없다’가 정설로 굳어졌다.

글 = 권택성 <코리아미래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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