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팬덤정치와 국민통합
[대구논단] 팬덤정치와 국민통합
  • 승인 2022.06.1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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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개딸, 양아들, 개이모, 잼파파, 아버지 각하, 문빠, 우리 이니, 수박, 처럼회, 윤핵관, 민들레 등등 별의별 말들이 돌아다닌다. 이런 말의 출처 배경은 정치권이다. 정치인과 추종 세력 간 은어처럼 사용되기도 하고 대놓고 파벌성, 계파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념과 지향성에서 차이는 있지만 여·야에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내용들이다.

특정 정치인을 추종하는 세력들 또는 정당 내 정치인들 계파 간의 갈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개’자가 붙는 말이나 잼파파는 이재명 의원 추종 집단이 흔히 사용하는 어휘다. 문 전 대통령 시대에는 문빠, 우리 이니가 공공연하게 퍼졌다. 수박, 처럼회는 민주당 내 의원 간 또는 초선 강경파들이 기꺼이 사용하는 말로 당내 계파 간 정쟁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그 중심에는 친명과 반대 세력 비명이 있다.

민들레는 ‘민심을 들을래’라는 약자를 칭한다고 하는데 여당인 국민의힘 당내에서 형성된 소집단이다. 정치권에서 자생하는 여러 형태의 소집단은 계파 간 절대 당권을 노리는 정치인들이 만든 비공식 조직이다. 공식적인 정당 조직 내에서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는 비공식 조직은 정치적 색깔이 같거나 비슷한 정치인끼리 만드는 소집단이다. 특수 정치인들의 추종 세력들에 의해 당 외에서 형성되는 소집단은 일견 추종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런 조직을 원격 조정하는 또 다른 체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자기 일을 제쳐놓고 죽기 살기로 오직 희생으로 정치인을 따른다는 것은 이해 안 되는 부분이다. 자기 취향에 맞는 연예인을 분별없이 따르는 세력들이 있다. 이른바 팬클럽이다. 팬클럽 역시 자발적으로 생성된 소집단이라고 하지만 실제적 클럽을 주도하는 또 다른 세력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유별난 정치인들은 자기 팬 확보에 온 신경을 다 쓴다. 팬 관리를 잘하는 정치인이 유능한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런 정치인은 대부분 자기 추종 세력들을 보호하려고 애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그가 퇴임 시까지 40%의 지지율을 유지케 된 것도 팬 관리를 잘한 덕분일 것이다. 팬들은 무조건 문빠의 정치를 지지했고 문을 비난하는 측에게는 무차별 문자폭탄을 보내는 등 상대 비방을 일삼았다. 문빠에게 불리한 언론보도는 가짜뉴스로 몰아갔다. 그는 강성친문의 행동을 정치의 양념으로 간주하면서 은근히 팬덤정치를 즐겼다. 퇴임하여 시골로 내려간 그의 집 앞에서 보수집단들이 비난 행동을 하고 있는 것도 어찌 보면 팬덤정치에 대한 반작용인지 모른다. 합리적 합당한 비공식조직은 공식적조직에 활기를 부어주는 등 좋은 영향을 끼치기도 하지만 공식적조직의 발전을 저해하는 경우가 많다. 비공식 조직 그 자체가 갈등의 원천인 것이다.

나는 정치권 주변에서 형성되고 있는 소집단들의 각종 행태를 팬덤정치의 서곡으로 보고 있다. 팬덤정치는 편 가르기, 계파 형성의 본체다. 팬덤정치에 얽매인 추종자들은 특별 정치인이나 정치체제를 무조건 옹호하고 반대 세력을 비방하면서 자기만족을 찾는다. 따라서 팬덤정치는 정당의 공식적 체제를 무시하면서 통합을 저해하는 정치체제로 볼 수 있다. 여·야 정당이 팬덤체제와 같은 비공식조직을 잘 못 활용하면 공식적조직인 정당 체제에 많은 피해를 준다.

지금 여·야 공식적 정당 체제는 당내의 비공식 정치조직으로 인해 많은 갈등을 빚고 있다. 여당은 윤핵관과 민들레, 야당은 친이재명파와 반이재명파가 그 주요 실체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통합이란 말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 국민통합이 대표적이다. 국민통합은 국민 모두를 하나로 만족시키는 정책으로 국민들을 결속시키는 행위다. 팬덤정치는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뿌리다.

새 정부가 들어 선지 한 달이 지났다. 윤 대통령이 50% 정도의 국정운영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그가 강조해 온 공정과 정의를 반드시 실천할 것이라는 국민 염원 때문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대통령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국민들 중에는 검수완박법 때문에 지난 정권의 여러 과오들이 묻혀질까 저어하는 이들도 꽤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범법자에 대한 법 집행을 확실히 하는 것은 크게는 국민통합을 위함이요, 한편으로는 늘 강조해 온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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