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지방자치단체장 관사 왜 필요한가
[목요칼럼] 지방자치단체장 관사 왜 필요한가
  • 승인 2022.06.1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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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객원논설위원 행정학 박사
관사(官舍)는 공무원에게 거처로 제공하기 위해 해당 기관의 예산으로 마련한 주택을 의미한다. 따라서 관사는 과거 왕정시대 중앙정부에서 지방 관리를 임명할 때 관청 옆에 마련해 주던 것에서 비롯되어, 대통령이 지방의 시·도지사와 시장·군수를 모두 임명하던 관선 시대의 유물이다. 그 당시에는 언제까지 근무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자신의 주된 거주지에서 가족과 떨어져 타 지역에서 근무하여야 하였던 공직자들을 위해서는 필요한 시설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제의 실시로 단체장의 입후보 요건에서 공직선거법에 의해 후보등록일 기준으로 일정기간 이상의 거주요건이 필요하고, 당선이 되더라도 지방자치법에 의해 임기 중에는 해당 자치단체 내에 주민등록이 있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당연 퇴직하도록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사는 주민이 직접 투표로 지역주민중에서 단체장을 뽑는 민선시대 들어서도 이어졌다. 대부분의 자치단체장들이 해당 선거구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가 당선이 되면 관사에 들어갔던 것이다. 행전안전부에 의하면 민선 2기 때인 1998년 전국 자치단체장 관사는 광역·기초단체를 합해 173개나 되었다. 이후 관사 운영의 관행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특혜·호화 논란, 예산낭비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었고, 2010년 국정감사에서도 특혜 논란이 쏟아지자 행정안전부는 2011년 4월 폐지를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관사를 매각하거나 아니면 다른 용도로 전환하였지만 아직 광역단위의 자치단체에서는 관사를 운영하고 있다. 즉 현재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를 보면 시장·도지사가 관사를 사용 중인 지자체는 7곳이다. 강원·경북·전북은 단독주택형 관사이며, 대구·충북·충남·전남 등은 아파트를 매입하거나 전세로 쓰고 있다. 나머지 10개 시·도는 단체장이 관사 대신 본인 소유 집에서 출퇴근하거나, 단체장 부재로 비어 있다. 따라서 생활권역이 광활한 도(道)와 달리 일일생활권역인 광역시에서 시장이 관사를 사용하고 있는 곳은 대구가 유일하다.
단체장의 관사를 운영하고 있는 자치단체의 경우 매년 관사 유지관리 비용 뿐만 아니라, 단체장이 바뀔 경우 새로 입주할 단체장을 위한 보수·신축 비용에 세금이 투입되어 세금 낭비 논란이 끊이지 않게 된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지난 4월 자신의 SNS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선출된 시·도지사가 자기 집에 살지 않고 관사에 살 이유는 없다며 인수위에서 공직자 관사 실태를 철저히 살피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 결과 호화관사 폐지 등 '검소한 관사 운영'은 대통령직인수위가 밝힌 '국민께 드리는 20개 약속, 110대 국정과제'속에 포함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광역자치단체장들이 관사를 폐지하겠다는 약속을 연이어 내놓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즉 새롭게 당선된 충북·충남·경남도지사 당선인을 비롯하여, 보궐선거로 당선되어 이번에 다시 연임에 성공한 서울과 부산시장도 지난해에 이어 앞으로 계속 공관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는 등 자발적인 공관 폐지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현 정부가 관사 운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시대를 역행하는 듯 얼마 전 지역 언론에 대구시장의 관사 이전문제가 거론되어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즉 새롭게 당선된 시장당선인 측에서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비(非)수성구 지역에 숙소를 두겠다는 당선인의 의중에 따라 현재의 수성구 관사 매각 비용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남구 쪽에 적당한 숙소 후보지를 물색 중이라고 하였다는 것이다. 사실여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시장 관사를 어느 쪽으로 옮길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자치단체장 관사 존치에 관한 사회적 분위기에 귀 기울여 시민의 혈세가 투입된 시장 관사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에 말 것인지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구시는 16채의 관사를 운영 중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는 서울본부에 파견 근무를 하고 있는 직원들을 위한 것도 있지만, 1급 시장 관사 1채와 2급 관사 2채, 3급 관사 13채로 너무 많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광역시 자치단체장중 유일하게 대구만 시장이 관사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언가 잘 못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왜 대구시장만 관사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일까
임기가 정해지지 않은 중앙정부나 타 기관에서 파견된 공무원의 경우 언제 복귀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관사를 제공하는 것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지역의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책무를 지니고 임기가 보장된 단체장이 스스로 자신의 주거지를 마련하지 않고 시민의 혈세로 마련한 관사를 사용한다는 것은 지방자치시대에 걸맞지 않는 조치로 볼 수 있다. 관할 구역이 광활한 도지사들은 자신의 주거지와 근무지역이 너무 멀어 어쩔 수 없이 관사를 마련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몇몇 도지사들은 관사를 포기하고 자신의 비용으로 근무지 인근에 주거공간을 마련한다고 한다. 그러나 관할구역이 일일생활권역인 광역시장의 경우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즉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투입하여 지역발전을 이끌어 나갈 선장인 자치단체장이 자신의 주된 주택은 타 지역에 두고 자신은 시민들의 혈세로 마련한 주택에 일정한 관리비만 내고 무상으로 거주한다는 것은 자칫 언제든지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여행자로 또는 시장이라는 지위만 누리고 더 좋은 자리로 옮겨가려는 소위 먹튀를 준비하고 있다고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다. 새로운 대구시장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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