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 실버세대 연애
[결혼이야기] 실버세대 연애
  • 승인 2022.06.1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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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리스토리 결혼정보 회사 대표·교육학 박사
20여 년을 남녀의 짝을 맺어주는 결혼중개업을 하다 보니 결혼의 트렌드 변화를 누구보다 먼저 피부로 느끼게 된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실버세대의 연애와 재혼이다. 옛날에는 50대를 중년, 60대 이상을 노년이라고 했지만 요즘은 만 60~75세까지를 신중년이라고 부른다. 100세 시대가 되면서 실버세대인 이른바 신중년의 연애와 재혼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결혼이라고 하면 으레 젊은 미혼남녀만 생각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신중년들의 결혼 상담이나 문의도 요즘 들어서는 부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얼마 전 상담을 통해 짝을 만난 60대 두 회원은 요즘 애틋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한창 꽃피우고 있다. 남성은 서울서 모 대학의 명예교수이고 여성은 대구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원장님이다. 주말마다 남자분이 대구까지 와서 데이트를 즐기는 중이다. 남자분은 올 때마다 여성에게 꽃다발을 한 아름씩 선물해 둘의 사랑이 꽃처럼 아름답다. 여성은 전 남편에게 평생 꽃 한번 받은 적이 없었다며 자신을 존중해 주는 남성분에게 고마워하며 새 삶을 사는 중이다.

며칠 전에는 75세의 젠틀한 형부의 재혼을 위해 처제 되는 여성이 상담을 요청해오기도 했다. 처제의 권유에 따라 70대의 이 남성은 몇 살 아래 여성을 만나 막 데이트를 시작했다. 처제는 “언니 부부가 너무나 금슬이 너무 좋았는데 언니가 건강 때문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형부가 너무 힘들어 보여 동반자를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라고 했다. 그녀는 또 “형부가 새사람을 만나 남은 인생을 잘 사는 걸 언니도 바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처럼 신중년의 적극적인 삶이 확산되면서 결혼과 재혼에 대한 인식도 예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지고 있다. 남은 인생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의미 있고 행복하고 아름답게 채우려는 신중년의 인식 변화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0년 전에 비해 황혼이혼도 두 배 이상이나 늘었다. 재혼이나 황혼의 로맨스를 위한 동반자를 만나기 위해 결혼상담소 문을 두드리는 선 중년도 줄을 잇고 있다. 노년을 인생의 정리 기간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귀하고 아름답게 채워가야 할 시간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연애와 사랑이 젊은이들의 특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요, 편견이다. 노년의 사랑도 순수하기 그지없고 온정과 열정도 그대로다. 외로움과 무기력을 방치하는 것은 삶을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저마다의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은 사회도 튼튼하고 건강하게 만든다. 가족들도 함께 행복하고 건강해진다. 신중년의 당당하고도 힘찬 제2의 인생이 곧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가능하게 한다. 선 중년도 멋지게 사랑하고 외로움을 달래며 살아야 한다. 신중년들의 남은 시간은 더 귀하고 아깝다. 반려견은 심심할까봐 반려 견 유치원도 보내고 정기적으로 병원에 데리고 가 예방주사도 맞힌다. 죽으면 묘비도 세우고 수목장으로 안치하는 등 사람보다 더 대접을 받는 세상이라고들 말한다.

선 중년도 세상의 주인공이다. 솔로가 된 신중년이 무엇이 두려워 남의 눈치를 보며 연애를 해야 하나? 무엇이 부끄러워 결혼 상담하는 것조차 쭈빗쭈빗해야 하나? 남은 인생을 자신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 좋은 동반자를 새로 만나 인생의 1막에서 못다 한 사랑의 불꽃을 다시 마음껏 피웠으면 좋겠다. 카르페디엠이라고 하지 않았나. 지나간 것들에 연연하지 않고 지금 아름다운 연애 중인 실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100세 시대, 당당하게 인생 제2 막을 꾸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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