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노령화의 그늘, 변실금
[의료칼럼] 노령화의 그늘, 변실금
  • 승인 2022.06.19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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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호 대구시의사회 재무이사·황금빛학문외과원장
필자는 대장항문외과 의사입니다. 대변을 잘 보지 못하는 환자나 변을 잘 참지 못하는 변실금 환자를 많이 치료하는데, 인구 노령화로 변실금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80대 노모인 A씨는 보호자인 아들과 필자의 진료실 문을 두드렸습니다. A씨는 진료실에 들어와서 아들에게 잠시 밖에 나가 있으라고 요구한 후 "원장님, 저는 5명의 아이를 집에서 낳았는데, 출산 후 변을 참지 못하는 변실금 증상이 발생하였어요. 변실금이 조금 좋아지자 대변을 봐도 시원하지 않은 증상이 평생을 따라 다니고 있어요. 10년 전부터는 나도 모르게 팬티에 변을 묻혀서 괴로워요. 변 묻은 팬티를 세탁기에 내어놓을 수도 없어서 밤에 몰래 빨래하고 있습니다."라며 하소연을 하였습니다. A씨만의 고민이 아닌, 변실금 환자 대부분의 이야기이지요. 환자들은 변실금 증상이 부끄러워서 어떤 병원에 가야 하는지 주위에 묻기도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한대장항문학회에서 변실금에 대한 인식개선 및 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변실금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여러 가지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변실금 환자가 어느 병원을 방문하여 어떤 치료를 받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변실금에 관한 이야기를 잠시 나눠 보기로 하지요.
변실금은 변을 참지 못하여 팬티에 변이 묻는 질환입니다. 마려운 느낌이 있는 경우 화장실까지 가는 시간 동안 변을 참지 못하는 급박성 변실금과 팬티에 변이 나도 모르게 묻는 유분증으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변을 참기 위해서는 첫째, 골반저 근육들이 구조적, 기능적 이상이 없어야 합니다. 둘째, 항문의 내외 괄약근의 손상이나 기능적 이상이 없어야 하며, 셋째, 직장의 감각이 예민하여서 변이나 방귀 등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적당한 변의 굳기와 변이 직장으로 내려오는 속도가 적당해서 직장의 용적이 변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복합적인 작용 중 어느 한 부분의 이상이 발생하면 변실금이 발생하게 됩니다. 특히 변비가 오래된 경우에 직장의 점막이 항문으로 내려오는 직장 항문 중첩증이 발생합니다. 나도 모르게 변이 묻거나 변을 봐도 계속 변을 보고 싶은 경우에 의심할 수 있습니다. 분만 도중 직장과 질 사이의 벽이 파괴되어 발생하는 직장류가 있는 경우 처음에는 변비 증상이 있다가 세월이 지나면서 직장 항문 중첩증이 동반하거나, 회음부가 약해져서 배변 시 회음부가 하강하게 되면서 항문으로 가는 신경 손상이 발생하여 신경성 변실금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변실금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 항문 직장 내압검사, 배변 조영술, 항문 초음파, 항문 근전도 등 항문 생리 검사가 필요합니다.
흔히 변실금이 발생하면 항문의 괄약근 기능이 저하된 것으로 생각하고 항문을 오므리는 케겔 운동을 주위에서 많이 권하게 됩니다. 단순히 괄약근의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일부 효과가 있습니다만 골반의 배변 기능장애가 동반된 경우 더욱 증상이 악화하여 치료가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변실금 치료가 어려운 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변실금이 발생하는 원인을 정확히 찾기가 힘들고 치료가 복잡하고 기간이 길기 때문입니다. 비수술적 치료는 우선 변을 단단하게 해주는 약물이나 식이섬유 제제로 설사나 변이 무르게 되는 것을 줄이게 됩니다. 노인에게서 자주 발생하는 분변 매복이 있으면 변실금이 발생하게 됩니다. 항문으로 변을 배출할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되어 변이 직장에 돌처럼 굳어져서 배출하기 힘든 경우에 발생하는 분변 매복은 우선 변비약과 관장으로 직장을 비워 주게 되면 증상이 호전될 수 있습니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 3일에 1번 정도 관장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기능성 배변 장애를 동반한 변실금의 경우에는 바이오피드백 치료가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바이오피드백 치료는 환자의 항문 상태를 기계 장치를 통하여 눈으로 보거나 귀로 들리도록 변환하여 배변 훈련을 하는 치료 방법으로, 변실금에 대한 바이오피드백 치료의 성공률은 70~80%입니다. 이외에 전기자극, 자기장 등을 사용하여 치료하고 있습니다. 괄약근 손상이나 직장 항문 중첩증 등 구조적인 이상이 있는 경우는 수술을 통하여 해결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환자가 구조적 이상과 기능적 이상이 동반된 경우가 많아서 수술과 비수술적 치료(바이오피드백)를 동반하게 되는데, 6개월 이상 치료해도 효과가 없는 경우에 천수 신경 자극술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항문과 골반의 기능을 관장하는 천수 신경에 직접적인 자극을 주는 기계를 삽입하여 자극을 주게 되면 항문 괄약근 힘과 항문 직장 감각의 개선 효과가 있습니다. 고가의 장비여서 보험적용을 위해서는 기계 삽입에 엄격한 조건이 있는 것이 단점입니다.
예로부터 '병을 알리고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여라.'는 말이 있습니다. 변실금은 부끄러운 병이 아니라 치료해야 할 병입니다. 망설이지 말고 주위의 항문외과의 문을 두드리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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