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외진 길에 의자 하나 놓여 있다
엉덩이 걸터앉자 피돌기가 시작되는지
물무늬 나뭇결 따라 온기가 살아난다
물을 자아올리는 뿌리의 기억 따라
팽팽한 물길 당겨 상류로 올라가니
저만치 옹이로 아문 옛 상처도 박혔다
살아온 한 생애가 이리도 따뜻했을까
만나는 사람마다 흠뻑 적시는 푸른 온기
얼마쯤 자아올리면 이런 의자 하나 될까
◇서태수 =《시조문학》천료, 《문학도시》 수필, <한국교육신문> 수필 당선, 수필집 『조선낫에 벼린 수필』 외, 낙동강 연작시조집 『강이 쓰는 시』 외, 평론집『작가 속마음 엿보기』, 낙동강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부산수필문학상 외.
<해설> 물무늬 나뭇결 따라 온기가 살아난다. 참 기발한 표현에 감탄한다. 시인의 낙동강 연재시는 각각 다른 부제가 있다. 희안하게도 낙동강과 부제는 연결고리가 있어서 식 전혀 낯설지 않다. 글을 읽는 또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한 생애의 온기는 물의 물결이나 나무의 나이테나 똑 같은 결로 남아 있다는 진리를 또 배운다.
-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