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모여드는

양지바른 남쪽 베란다는

어머니의 작은 영토

거기에 사랑이 자라고 있다

사계절 비와 바람이 없는

꿋꿋한 어머니의 가슴처럼

따뜻한 정성

반짝이는 속삭임

아낌없는 젖줄로 자라나

수정 빛 향기를 내뿜는다

인적 드문 길목 저편

흐드러진 개나리꽃 사이로

보랏빛 노을이

자욱이 뿌려질 때면

어머니의 기다림도

어둠 속에 잠이 드신다

잊혀져 가는 기억들과

그 기억 속의 표피를

하나씩 챙겨 들고

난초들은 밤새 소리 없이

한 가닥 한 가닥 꽃대를 생성시킨다

◇박철언= 1942년 경북 성주産. 서울법대졸, 변호사, 법학박사, 건국대학교 석좌교수, 제3회 순수문학 신인문학상수상(95년),영랑문학상대상, 제20회 김소월문학상(18년) 시집: 작은 등불 하나, 따뜻한 동행을 위한 기도, 바람이 잠들면 말하리라, 산다는 것은 한줄기 바람이다.

<해설> 꽃대를 올리는 난을 관찰하고 쓴 글이다. 귀한 난향을 맡을 날이 머지 않은 것과 난실은 시인의 어머니의 품 속이란 것을 안다. 시인은 결국 어머니의 그리운 향은 난향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맡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난향은 어떤 향에도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은은하고 고고하다. 시인의 품격은 난을 기르는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달라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