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만에 돌아온 ‘탑건: 매버릭’
36년 만에 돌아온 ‘탑건: 매버릭’
  • 김민주
  • 승인 2022.06.2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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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지원국 시설 폭격 목표
전투기 조종사들의 훈련 담아
세계관 없는 단순 스토리지만
잘 버무린 클리셰로 관객 압도
배우들 항공 학교서 트레이닝
톰 크루즈 “가짜촬영 원치 않아
극장서 즐길 수 있는 체험 제공”
발 킬머부터 영건 활약까지 눈길
탑건
‘탑건: 매버릭’ 스틸컷.

24살이던 ‘톰 크루즈’를 세계적 스타로 도약시킨 항공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 ‘탑건’(1986)이 후속편 ‘탑건: 매버릭’으로 36년 만에 돌아왔다.

경이롭다. 가슴 한편이 뭉클하면서 뜨거워지고 웅장해진다. 그 어떤 말로도 설명하기 힘들지만 무언가 벅차오르는 감정이 영화가 끝나도 느껴진다. 배우, 인물, 영화가 36년 동안 멋있게 숙성됐다. 관객들은 이제 그들의 관록을 재밌게 즐기기만 하면 된다.

30여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매버릭(톰 크루즈)은 진급도 제대도 하지 않은 대령이자 현역 파일럿이다. 무인기(無人機)가 파일럿을 대체할 거라는 주변의 시선에도 언제나 하늘을 날아오르고 싶었던 매버릭은 과거 자신의 동료 아이스맨(발 킬머)의 제안으로 자신이 졸업한 전투기 훈련학교 ‘탑건’의 교관으로 발령받는다.

그가 교관으로서 해야 할 임무는 엘리트 졸업생들을 교육해 새로운 팀을 꾸려 테러 지원국의 우라늄 시설을 폭격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적 몰래 침투하기 위해 최신 전투기가 아닌 F-18을 조종해 미사일을 발사시켜야 한다. 목숨까지 내놓는 각오를 한 후 뛰어들어야 하는 위험한 작전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훈련에 구스의 아들 루스터(마일즈 텔러)까지 투입됐다. 구스는 전작에서 매버릭의 파트너였지만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인물이다. 루스터는 아버지를 잃은 후 매버릭을 원망하고 있어 교육 내내 삐딱하기만 하다. 작전까지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팀워크도 훈련도 좀체 진전이 없다.

1, 2편을 관통하는 스토리는 사실 단순하고 우직하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전투기 조종사들의 땀과 열정, 극한의 상황에서 피어나는 우정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거대한 세계관과 다양한 캐릭터를 끝도 없이 추가하는 요즘의 블록버스터 영화와는 결이 다르다.

하지만 잘 만든 클래식의 힘은 세다. 히어로는 언제나 미션을 성공하고, 갈등과 불화는 믿음과 사랑으로 치유되는 고전적 클리셰도 그다지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전작을 본 관객들에게는 이 클리셰가 반가울 것이며, 이번 편부터 보는 관객들은 이 클리셰가 전형적인 틀인지도 모른 채로 즐겁게 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탑건: 매버릭’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일등공신은 역시 톰 크루즈다. 고난도 미션의 어려움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그는 다양한 항공 액션을 스턴트 없이 소화해냈다. 세월이 흘러도 ‘매버릭은 여전히 매버릭’이라는 말을 몸소 입증했다.

톰 크루즈뿐만 아니다. 팀원으로 등장하는 모든 배우들이 항공 학교에 입소해 극한의 트레이닝을 받았다고 한다. 그들은 해군 소속 조종사들과 함께 중력을 견디고, 비행 조종 방법 등을 배웠다. “가짜로 찍고 싶지 않았다”던 톰 크루즈와 팀원들의 진정성 있는 접근은 영화의 ‘리얼리티’를 더했다.

그 덕분일까. 관객들은 영화가 줄 수 있는 최대치의 스릴과 전율을 두 시간 동안 원 없이 즐길 수 있다. 기자가 방문한 상영관에도 수많은 관객들이 스릴 넘치는 항공 전투 장면에서는 두 손을 꼭 붙잡고 작전 수행 성공을 기원했으며 직접 파일럿이 된 것처럼 그의 제스처를 따라 하는 관객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눈속임이 아닌 진짜를 보여주며 CG로는 표현할 수 없는 사실감에 관객들이 깊게 몰입해 발생한 웃픈 사건도 생겼다. 지난달 먼저 개봉한 대만의 한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탑건: 매버릭’을 관람하던 중 천장 마감재 일부가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벌어졌는데 일부 관객들은 이를 일종의 영화적 특수 효과라 생각하고 상영을 이어갔다고 한다. 시간이 지난 후에 극장 직원들이 영화관 불을 켜고 서둘러 대피하라고 지시한 후에야 영화관을 빠져나왔다고 한다. 그들이 얼마나 영화에 몰입하고 즐기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속 많은 인물들이 매버릭은 끝났다고 말을 할 때마다 “언젠가 끝이지만, 그게 오늘은 아니다”라고 매버릭은 말한다. 이 영화는 역경에 굴하지 않고 버티는 강인함을 메시지로 전달한다. 그리고 매버릭의 투혼과 톰 크루즈의 열정은 데칼코마니다. 영화와 배우의 서사가 만나고,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이 영화에 마음을 열지 않긴 힘들 것이다.

또한 전작에서 아이스맨으로 출연한 발 킬머의 출연도 불굴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발 킬머는 후두암으로 목소리를 잃어버렸지만, 병을 이겨내고 다시 관객들 앞에 섰다. 인공으로 재생되는 목소리로 연기하는 그를 보는 것도 감동적이다.

여기에 새롭게 등장하는 영건들의 활약까지 다양하게 영화에서 담아내며 향후 이어질 시리즈 역시 기대하게 만든다. 이젠 액션에 과감할 수 없는 나이에 접어든 톰 크루즈는 이 영화를 통해 후배들이 시리즈를 이어갈 발판을 마련했다.

“극장에서 즐길 영화적 체험으로 모두를 위한 영화”라고 전한 톰 크루즈의 말처럼 톰 크루즈가 36년 만에 영화 팬들에게 가져온 ‘탑건: 매버릭’은 ‘극장용 영화’다. 많은 관객들이 그가 선사하는 영화적 체험과 극장의 의미를 놓치지 않고 즐기길 바라본다.

김민주기자 k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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