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우리사회에 믿음이 넘쳐나는 이유
[대구논단] 우리사회에 믿음이 넘쳐나는 이유
  • 승인 2022.06.2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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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진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안의진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신념 혹은 믿음은 어떤 것을 진실이라고 간주하는 태도다. 주위를 둘러보면 믿음에 찬 사람들의 언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무엇은 좋고 무엇은 나쁘고, 누구는 부자고, 누구는 정직하고 등 사람들의 세상에 대한 다양한 믿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다양한 믿음 중에는 편견적이거나 잘못된 것들도 있을 수 있다. 인간의 믿음의 구성에서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미국국립과학재단이나 공공정책여론조사 등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미국인의 25%는 아직도 태양이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고 믿으며, 11%의 미국인은 외계 갑각류들이 인간 형상을 하고 지구를 통제하기 위하여 정치적 권력을 잡고 있다고 믿는다고 한다. 전세계 11억 명이 지켜본 아폴로 11호의 달착륙이 조작된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고 한다. 굳이 미국까지 안 가더라도 우리 주변만 잠깐 둘러봐도 전혀 납득할 수 없는 것을 매우 진지하게 믿는 사람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이처럼 황당한 내용을 믿는 사람이 많다면, 일상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삶의 영역에서 잘못된 믿음을 갖는 경우는 더 많을 것이라고 짐작해 볼 수 있다. 우리가 갖는 일상에서의 믿음은 우리에게 지식으로 축적되어 우리의 행동과 삶을 안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나는 기후변화가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탄소 사용을 줄이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재앙을 불러온다는 나의 믿음은 나에게 지식으로 굳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내 행동에 기준을 제공하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일상에서 비정상적이거나 비이성적인 것들을 믿는다면 우리 사회는 그만큼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

믿음의 구성 과정을 설명하는 데카르트에 의하면 인간은 일상 상황에서 어떤 인지내용을 수용한 후 그것이 맞는지 틀리는지 판단한 후에 믿음을 형성한다고 한다. 반면 스피노자에 의하면 인간은 어떤 인지내용을 인식하는 순간 동시에 그것을 진실인 것으로 믿는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 단계에서 그 믿음이 혹시 잘못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며 믿음을 수정하거나 유지한다고 주장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데카르트는 인간들이 보이는 것(혹은 들리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다음 그것을 믿을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스피노자는 인간들은 보이는 것을 보이는 대로 우선 믿은 후에, 그 다음 단계에서 그 믿음의 타당성을 판단한다는 것이다. 믿음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인지적 노력이 덜 들어가는 설명모델은 당연히 스피노자의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만일 야생에서 인간이 호랑이와 마주치는 상황이라면 보자마자 일단 호랑이라고 믿고 도망하는 것이 (그것이 호랑이인지 아닌지를 마주치는 순간 판단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생존에도 더 유리할 것이다.

따라서 옥스퍼드 대학의 맨델바움과 퀼트-던 교수는 스피노자의 믿음구성 모델을 사용해서 사람들이 어떻게 쉽게 믿음을 갖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맨델바움과 퀼트-던 교수는 스피노자의 믿음구성 모델을 기초로 사람은 보이는대로 들리는대로 일단 믿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혹은 특별한 반대 지식이 없다면) 보이는 것을 들리는 것을 대체로 그대로 믿음으로 수용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잘 판단하기 힘든 것이나 심리적으로 거부하는 영역이 아니라면 인간은 듣는 대로 보는 대로 믿으며 살아가는 어찌 보면 어린아이와 같은 순진한 영혼인지도 모르는 것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주장은 인간에게 믿음이라는 것은 준거적 역할 혹은 주장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보이는 대로 믿는 순간 인간은 연상되는 생각이나 느낌을 자동적으로 갖게 된다는 것이다. 자극-믿음-연상반응으로 이어지는 3단계의 인지과정이 우리의 마음에서 한 세트로 심어지는 것이다. 결국 어떤 허위 주장이나 가짜뉴스에 노출되는 순간 우리는 그 내용의 사실관계를 잘 판단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면 그 가짜뉴스를 쉽게 믿을 뿐만이 아니라 연상된 생각이나 반응까지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더구나 그 허위주장의 내용이 정당화의 형태까지 갖추고 있다면 우리는 갑각류 외계인의 지배를 받고 있다고까지 믿고 불안함을 떨치기 힘들어하는 나약한 존재일 수 있는 것이다. 남의 말을 잘 믿고 속는다는 것이 인간의 보편적 특징일 수 있는 것이다. 조작되고 악의적인 허위사실이 넘치는 세상에서 인간의 그러한 믿음구성 메카니즘도 변화가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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