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작은 아마존’이 구조 신호를 보내는 일 없도록…
[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작은 아마존’이 구조 신호를 보내는 일 없도록…
  • 신경용
  • 승인 2022.06.26 22: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0) 대구·청도의 허파 최정산
혼합림 속 자생식물만 1천여종
고위평탄면 통해 화산활동 추정
과도한 인 흡수·부영양화 방지
유기물층 만들어 맑은 물 공급
경제성장 인해 발생한 환경파괴
손상기간보다 복원기간 더 길어
산불 원인 대부분 예견된 人災
미래 세대 위해 보호 노력해야
인간의 부주의로 인한 산불은 산림에 경제척 손실 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손실도 끼친다. 최정산 산불의 흔적.
인간의 부주의로 인한 산불은 산림에 경제척 손실 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손실도 끼친다. 최정산 산불의 흔적.

 

자연은 신비한 자기 정화의 순환을 통해 지구를 구한다. 지구 자체는 살아 숨쉬는 유기체이며, 자연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이 서로 연결되어 거대한 지구가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산에서는 나무, 이슬, 흙, 옹달샘, 늪, 비 등이 서로 연결되어 끊임없이 순환하며 이동하여 산 속에 숲, 깊은 계곡, 늪을 형성한다. 자연의 자기 정화는 신비 그 자체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식물이 살아가는 이 땅의 자연환경은 스스로 변화에 대처하고 해결하는 능력, 즉 스스로 청소하고 소생하는 자정능력이 있다.

자정작용(Self-purification), 자연계 스스로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능력으로, 물리적·화학적·생물학적 작용으로 일어난다. 물리적 작용에는 희석, 확산, 침전 등이 있다. 화학적 작용에는 햇빛에 의한 오염물질 분해, 산소와의 결합에 따른 산화작용, 중화 등이 있다. 생물학적 작용은 수중 생물에 의해 오염물질이 분해되는 것으로 자연계의 자정작용 중 오염농도를 낮추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환경부).

그러나 이러한 자정작용에 의해 해결될 수 없는 정도의 과도한 변화가 생길 경우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면서 자연의 질서가 파괴된다.

자연환경 파괴는 인구의 증가와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가속화되었다. 인간에게 가져다준 풍요와 발전이 자연환경 파괴의 원인이 되었다. 비료와 농약의 과다한 사용은 숲과 산과 들을, 바다와 하늘을 오염시켰으며,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의 급속한 증가는 대기를 오염시켰다.

인간은 숲과 산과 들과 바다를 좋아한다. 그리고 숲과 산과 바다는 인간을 치유시켜 준다.

인간은 자연을 파괴시키고 있지만 자연은 우리를 구하려 애쓰고 있다. 자연은 인간의 활동에 의해 악화되어가고 있는 지구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기능을 갖고 있으며 이들 중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숲의 자연정화 기능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산불로 인해 이른 초봄에 청도의 허파이자 대구의 신선한 허파인 가창 일대 산과 숲이 발갛게 타들어 갔다. 숲이 홀딱 벌거벗게 생겼었다.

산림청에서는 산불의 영향을 생태학적인 측면, 경제적인 측면, 사회적인 측면에서 보고하고 있다. 생태학적인 측면에서는 탈산림화, 생물 다양성 감소,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 토양 영양물질 소실, 홍수피해증가, 국지기상의 변화, 산성비와 대기오염 증가,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로 기후변화를 초래한다.

산불 피해의 경제적인 측면은 목재, 가축, 임산물 소득 손실, 산림의 환경기능 손실, 국립공원의 파괴, 식품생산과 물공급으로 비용증가, 산업교란, 수송교란으로 인한 손실이 있다.

사회적인 측면에는 관광객 감소, 산업의 교란, 대기 중 연무농도에 따라 피부 및 호흡기 계통의 영향으로 암, 만성질환의 증가한다.
 

산불 피해를 입은 나무에서도 새싹이 돋고 있다.
산불 피해를 입은 나무에서도 새싹이 돋고 있다.

 

산과 숲은 생태계를 유지해 나가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산불이 나면 산이 가진 자정능력에 한계를 가져올 수 있다. 물론 인류에 의해 발생하는 자연환경 파괴가 자정작용으로 해결하기엔 부족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그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현재 지구가 가진 최대의 위기라 할 수 있는 ‘지구온난화’에 대해서도 숲과 산의 자정작용은 큰 역할을 한다.

그동안 가창 일대의 산과 숲은 가창뿐 아니라 대구의 허파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정산은 높이 889m로 대구광역시 달성군 가창면 오동, 정대동, 주동에 걸쳐 있는 근처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정상을 오르는 길에는 과거에 구축된 산성 모습도 곳곳이 남아 있고, 목장으로 이용되었던 곳도 있고, 산 능선마다 각종 들꽃들이 만발한다. 특히 봄이면 아카시아 꽃과 진달래가 피고, 가을이면 억새와 단풍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더 장관인 것은 아마존과 같은 숲을 경험하고 대관령 같은 고원을 경험하는 것이다. 최정산의 산정부에 위치한 늪이다. 정상에는 높은 곳의 평탄한 평지 고원인 고위평탄면이 비교적 넓게 발달해 고산습지 때문에 질퍽질퍽한 진흙탕 길을 이루고 있어 마치 아마존의 작은 축소판 같은 느낌도 준다.

산 깊이 들어가면 침엽수림과 활엽수림이 섞인 혼합림이 주종을 이루고 1천여 종의 자생식물이 자란다. 정상 일대 능선에 핀 진달래길, 억새풀 군락을 따라 능선을 평지처럼 걸어가면 주암산 바위산 배바위에 도착한다.

앞산 주능선에서 남쪽으로 보면 멀리 보이는 정상에 철탑 2개가 서 있는 바로 그 산이 최정산이다.

차량으로 정상까지 이동이 가능하다. 정상에 올라서면 북으로 대구가 보이고 남으로 동으로는 청도 절경이 보인다. 정상부에는 KT 및 대구광역시 소방본부의 중계소와 공군부대의 야외훈련장 등이 설치되어 있어 출입이 금지되고 있으며, KT 중계소와 훈련장 사이의 헬기장이 정상을 대신한다.

비슬산과 닮았으며, 비슬산과 형제라고도 불린다. 앞산과 더불어 백악기 때 화산활동이 활발했던 곳 중 하나이다. 산 중턱에 위치한 대관령과 같은 고위평탄면은 이 지역이 원래는 화산의 분화구였을 것으로 추정할 수 할 수 있게 한다.

최정산은 월광수변공원, 비슬산, 헐티재, 가창저수지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있고, 깊은 산속에는 옹달샘처럼 사철 마르지 않는 습지가 있다. 산꼭대기에 형성된 습지는 농부들에게는 귀중한 용수를, 산짐승들에게는 목을 축일 수 있는 생명수를 제공해 왔다.

최정산이 가진 자연의 자정능력은 대구와 가창을 자연으로 숨을 쉬게 한다.

숲이 우거진 산은 수질 정화에 탁월해 최정산 밑 자락에 위치한 가창저수지로 시민들에게 자연 정수된 맑은 물을 마실 수 있게 한다.

산림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과도하게 공급되는 질소, 인 등의 영양분을 흡수하고 산림토양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정화되어 하천으로 흘러들어 하천수의 부영양화를 방지한다. 또한,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와 같은 오염물질은 지표로 내려오거나 나무의 가지와 잎에 흡착고 빗물에 용해되어 산림에 도달하여 인간에게 유익하게 여과된다.

산은 정화 기능 외에도 물이 흐르는 수원을 유지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산림토양은 낙엽과 낙지로 이루어진 낙엽층이라는 유기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 층은 스펀지처럼 빠르게 물을 흡수하고 저장하는 기능이 있어 일반 토양의 표층보다 배수가 적고 보수력이 우수하다. 또한, 유기물층 아래의 토양층은 반은 공기, 반은 물을 담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을 머금고 있는 미세 기공은 모세관 작용에 의해 물을 오랫동안 머금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나무숲은 유기물층을 형성하고 토양 특성을 개선하여 많은 양의 물을 저장할 수 있고 깨끗한 물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인간과 모든 생물은 항상성을 가지고 있으며 오염된 경우에도 자기 청소 능력을 사용하여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하지만 오염이 심각해지면 자체 청소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지면 저절로 해결되기를 기대할 수 없다. 원래 상태로 복원하려면 손상이 발생하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대부분의 산불은 사람이 만든 인재다. 따라서 산불은 예방할 수 있다. 인간의 활동에 의해 파괴되고 있는 자연환경이 스스로를 정화하는 활동을 하는 것처럼 우리 인간도 스스로 자연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희망만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미래와 희망도 있기 때문이다.

신경용 <자연보호 대구시달성군협의회장·금화복지재단 이사장>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