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준민 개인전 ‘산책’…아트스페이스 펄 7월 2일까지
신준민 개인전 ‘산책’…아트스페이스 펄 7월 2일까지
  • 황인옥
  • 승인 2022.06.2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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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속 살아 움직이는 공기·햇살·바람…
산책서 오감으로 느낀 것 회화로
캔버스에 표현하며 두 번째 산책
공허·외로움 아닌 아련한 그리움
신준민작-하얀바람
신준민 작 ‘하얀바람’
신준민작-물결
신준민 작 ‘물결’

빛이 파도 위에서 부서지고, 가로등 아래서도 흩뿌린다. ‘빛’을 주제로 풍경을 그린 신준민의 작품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그가 화면 속 풍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내가 그림을 그리 듯 풍경도 그림을 그린다. 그날의 풍경을 그린 건 우연히 마주한 그날의 풍경이 그 곳을 그려주었기 때문이다.” 화면 속 풍경이 오롯이 자신만의 성취일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의 힌트대로 화면 속 풍경은 “풍경에 자연현상들이 오고가면서 생명을 불어넣고, 그가 몸의 감각기관을 총동원하여 그것을 감각한 결과”다. 그는 자신의 몸 속 모든 감각기관의 촉수들이 예민하게 작동하도록 만든 요인들에 공기와 햇살, 바람을 지목했다. 이들 자연현상들이 정지된 풍경을 살아 움직이도록 이끈 일등공신이라는 인식을 깔았다.

신준민 개인전이 아트스페이스 펄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제목은 ‘산책(La Promenade)’. 산책하면서 만난 풍경들 중에서 그의 감각이 예민하게 반응한 풍경 작품 20여점을 만난다. ‘산책’은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포인트다. 작업을 시작하던 초기부터 지금까지 산책이 작업의 매개로 활용되어 왔다.

2016년부터 시작된 첫 작업은 야구장이나 동물원 등 장소성이 명확한 공간들을 작업의 대상으로 삼았다. 당시는 ‘외로움’이나 ‘고독’이라는 감정에 매몰되던 시기였다. 산책하면서 눈에 들어온 불 꺼진 야구장이나 인간의 필요에 의해 야생의 자유를 빼앗긴 동물들의 거처인 동물원에 한참 천착하던 감정을 은유적으로 드러냈다. 텅 빈 야구장이나 동물들을 가둬놓은 동물원은 ‘외로움’이나 ‘고독’의 정서가 거하기에 안성맞춤인 공간들이다.

아트스페이스 펄 전시에 걸린 작품들에 더 이상 공허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리움 같은 아련한 정서들이 스친다. 그림의 소재가 장소성이 도드라지는 공간에서 일상 속 소소한 풍경으로 변한 결과다.

그가 “작년부터 특정한 장소성 대신 일상 속 소소한 풍경에 매료됐다”고 했다. 화면의 풍경은 강물에 일렁이는 빛이나 바람에 흔들리는 일상의 풍경들이다. “눈과 귀와 코 등의 몸 속 모든 감각기관을 총동원하여 호흡하고 느낀 풍경들을 그리고 있다. 무거운 감정에서 소소한 감정들로 넘어온 결과다.”

풍경에는 빛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밤에는 불빛이, 낮에는 햇빛이 풍경을 감싸 앉는다. 빛의 잔상에 의해 풍경은 눈이 부시게 반짝이거나 달리는 차 안에서 본 풍경처럼 흔들린다. 지난해 부산의 광안리 해수욕장 파도에 펼쳐진 반짝이는 햇살을 보고 빛이 감싸도는 풍경을 다양하게 감각하면서 작업으로 가져왔다. 산책로에서 만난 특정 장소를 지극하게 바라보며 오감으로 느낀 것을 회화로 표현한다. 대상은 다양할지언정 ‘빛’을 화룡점정으로 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어떤 풍경에서든 빛은 흰색으로 표현하려 한다.”

작업의 대상을 채집하기 위한 산책은 주로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에 진행된다. 해뜨기 전이나 늦은 밤 특유의 분위기라야 그의 오감이 최대치로 끌어올려진다. “스산함이 감도는 새벽이나 밤이라야 빛이나 바람의 결을 충분하게 느낄 수 있다.” 무거운 감정을 특정 장소에 개입시켰던 전작이나 오감의 이끌림을 따라가는 신작이나 표현방식은 동일하다. 현실 속 장소나 풍경이 선택되지만 감정을 짙게 녹여낸다는 점이 그렇다.

“어떤 풍경이나 장면을 만났을 때 누군가가 떠오르기도 하고, 어떤 기억이 겹쳐지기도 한다. 소소한 풍경에 이끌리면서 그런 감정들이 새롭게 강하게 올라오는 것 같다.”

그가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두 번의 산책이 진행된다”고 귀띔했다. 풍경을 감각하기 위해 매일 진행하는 길 위에서의 산책이 그 첫 번째라면, 두 번째는 작업실에서의 산책이 해당된다. 그는 거리 산책에서 감각한 풍경들을 캔버스에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작업 과정들도 “회화라는 틀에서 산책”으로 인식한다. “햇살이나 비나 바람이 풍경을 요동치게 한다. 나는 그런 느낌들을 겹치거나 흘러내리거나 하는 기법들로 표현하는데, 그런 과정들이 회화에서의 산책처럼 다가온다.” 전시는 7월 2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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