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미공개 육필원고 ‘눈물 한 방울’ 출간
이어령 미공개 육필원고 ‘눈물 한 방울’ 출간
  • 승인 2022.06.2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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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강인숙 관장 “그 사람 전부 나타나”
시·수필 등 110편에 손수 그린 그림도
강인숙관장
2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故 이어령의 마지막 육필원고(2019-2022) 공개 및 ‘눈물 한 방울’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말은 무엇인가? 시인들이 만들어 낸 말은 아닐 것이다. 지상에는 없는 말, 어느 맑은 영혼이 새벽 잡초에 떨어진 그런 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말이 있는지 나는 알 수 없다. 죽음이 죽는 순간 알게 될 것이다.”

‘시대의 지성’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은 올해 1월 23일 새벽 검정 스케치북을 꺼내 죽음에 대한 단상을 213자로 적었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 마지막으로 적은 글이다. 항암 치료를 거부한 그는 아플 때마다 2cm 두께의 이 노트를 펼치고 글을 썼다. 192쪽 분량의 노트 중 21쪽은 채우지 못해 여백으로 남았다. 죽음을 목전에 둔 이 전 장관이 병상에서 쓴 미공개 육필원고 ‘눈물 한 방울’(김영사)이 30일 출간된다. 147편의 시·수필 중 엄선한 110편에 그가 손수 그린 그림도 함께 담겼다. 2019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27개월간의 기록으로, 초기엔 정돈된 글씨에 그림도 많았으나 뒤로 갈수록 그림 수도 급격히 줄고 글씨도 삐뚤삐뚤해진다.

이 전 장관은 에세이, 소설, 시집, 희곡과 시나리오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160여 권의 책을 썼지만,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남기진 않았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 눈물이 ‘툭’ 떨어진 순간의 단상과 내밀한 고백이 담긴 이 책이 사실상 유일한 자서전이자 회고록이나 마찬가지다.

이 전 장관의 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장은 2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육필원고를 보면 건강 상태 등 그 사람의 전부가 나타나 있기 때문에 귀중하다”며 “(마우스) 더블 클릭이 안 되고 (컴퓨터) 전자파 때문에 할 수 없이 노트를 썼다”고 말했다. 이어 “컴퓨터로 글을 못 쓰니 찹쌀떡 장수 목소리, 문풍지 소리 등 옛 기억이 돌아온다고 했다”며 “옆에서 보니 기억만 돌아오는 게 아니라 인품도 달라지는 것 같았다. 마지막에는 손글씨도 안 되니까 누워서 녹음했다. 어떻게든 내면을 표현할 수 있었기에 축복받은 사람”이라고 전했다.

강 관장은 “노트를 읽다 보면 혼자 저승으로 가야 하는 인간의 외로움이 배어 있다”며 평소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내보이지 않았던 이 전 장관이 두 차례 크게 운 적이 있다고도 회상했다. 곧 걸음을 못 걷게 될 것 같다고 직감했을 때와 섬망 증상이 와 정신이 망가질까 봐 두려워했을 때다.

고세규 김영사 대표는 “올해 1월 3일 영인문학관에서 만난 이 전 장관이 사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만든 건데 책으로 만들어보라고 했다”며 출간 배경을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은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기 때문에 내일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하면서 꼭 넣어야 할 그림을 보여주는 등 마지막까지 편집 방향에 관한 의견도 냈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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