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대에게 가는 길은, 늘 그대가 내게 오는 길입니다.
갓 돋아난 날개 속에 숨겨둔 햇살을 털어내는 병아리처럼
거친 분노의 몸짓에도, 내게 머문 그대는 햇살입니다.
내가 그대에게 가는 길은, 그대로부터 멀어지는 길입니다.
그대가 한 걸음 다가올 때마다, 물새처럼 후다닥 달아납니다.
그대를 사랑할수록, 그대로부터 달아나는, 나는 바보입니다.
그대가 나에게 오는 길은, 그대를 잃어버리는 길입니다.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웃음도, 잃어버리고 걸어오는 길입니다.
낡고 왜소한 노를 저어, 긴 강을 건널 때처럼 위험한 길입니다.
그대와 내가 걸어가는 길은, 언제나 한 길입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아지랑이처럼, 멀게만 느껴지다가도
무지개 되어, 서로에게 뿌리내리는 봄, 사랑입니다.
◇김사윤= 1968년 대구 출생, 2007년 <자유문예> 시 부문 ‘노인편승’ 당선. 매일신문, 대구신문 필진. 영남권 멘토(문화체육관광부). 시집 <가랑잎, 별이 지다> 외 다수, 제5회 황금찬문학상 수상.
<해설> 아주 클래식한 대구법의 시를 읽으면서, 요즘의 소위, 핫한 시를 생각해보았다. 뭔가 불편하고 등이 뒤척여지는 시가 많지 않은가. 나는 왜 이 시를 읽으면서 마음이 편안해졌을까. 기본 정서를 잘 어루만져 주어서일 것이다. 읽을수록 마음이 편안해지는 글이 정말로 읽고 싶었던 글이라는 것이다. 유행은 일단 접어두고 시인의 시는 아주 클래식하다.
-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