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원·강훈식·박용진 ‘출사표’
대표 선출 땐 총선 공천권 권한
97그룹 단일화 따라 이변 전망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따른 패배로 위기에 빠진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권 구도가 ‘이재명 대 97그룹’으로 격돌하는 모양이 3일 연출됐다.
당내서 이어지던 ‘이재명 불출마론’에 이제껏 침묵을 지켜오던 친명(친이재명)계가 최근 집단행동에 나서며 사실상 이 고문의 출마는 기정사실이 됐다.
친문(친문재인)계 대항마로 평가받던 전해철·홍영표 의원의 불출마로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이 대안으로 떠오르며 당권경쟁이 시작됐다.
97그룹 중 강병원, 강훈식, 박용진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고, 박주민 의원은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이다.
특히 이번에 선출되는 당 대표가 2년 뒤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하는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어 양측은 룰 세팅 등 전대 레이스 초반부터 서로 물러설 수 없는 혈투를 벌일 태세다.
현재는 대세론을 앞세워 이재명 상임고문이 무난하게 당권을 쥘 것이라는 게 당내 중론이지만, 97그룹 단일화 등에 따라 이변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친명계의 핵심 논리는 현재 당의 구심점 역할을 할 역량을 갖춘 인물이 필요하며 이 고문이야말로 여기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다.
최근 대선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이고문이 1위를 기록하는 등 당내 영향력은 여전하다.
이 고문 외에 당을 이끌만한 무게감을 가진 인사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대안부재론’ 역시 이 고문 측의 출마 근거로 거론되고 있다.
친명계의 한 의원은 “사분오열된 당을 일으켜 세우려면 결국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라며 “이 고문 외에 대안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반면 97그룹은 ‘이재명 책임론’을 중심으로 이 고문의 당대표 불가론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 고문이 당 대표에 오르면 당이 친명과 비명(비이재명)으로 갈려 고질적인 계파 갈등에 시달릴 것이라는 점도 이들이 내건 출마 명분 중 하나다.
당 전당대회 준비위원회(전준위)는 4일 회의를 열고 전대 규칙 상당 부분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룰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희비가 극명하게 갈리는 만큼 친명계와 97그룹을 등은 룰 선정에서부터 양보없는 격돌양상이 빚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이번 전대는 ‘책임론’과 당 쇄신론 핵심 화두가 될 전망이다.
또 다른 변수는 97그룹 후보 간 단일화 가능성이다. 이 고문을 막고 세대교체를 이루자는 취지 아래 ‘반명(반이재명)’ 깃발 아래 결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이들 간 단일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류길호기자 rkh615@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