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변명으로 빈칸을 메워 봐도
맨살로 찬바람 앞에 감당 못할 작은 슬픔
파아란 기억 언저리
이끼로 돋아날까.
미처 준비 못한 서툰 중얼거림
한 조각 바람으로 손 흔들며 떠나가면
이른 봄 소중한 부호로
웃으며 돌아올까.
◇김세환= 대구매일신춘문예 당선(75), 시조집-기을보법 등 6권, 한국시조문학상.
<해설> 이끼로 돋아나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다가 글을 적는 손이 느려진다.감당하지 못할 슬픔이 어떤 것이기에 시인은 맨살로 찬바람을 맞을 생각을 한 것일까. 참 위험한 심리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조금은 마음이 놓이는 것은, 그래도 시인은 봄을 기다리는 것으로 자신을 잘 다독여 놓았다. 뭔가 슬픔이 밀려온다.
-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