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아이가 아픈데 어디로 갈까요?
[의료칼럼] 아이가 아픈데 어디로 갈까요?
  • 승인 2022.07.03 21: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용한 수성아동병원
결국 터질 것이 터졌다. “소아 응급실 절반 이상 중단” 며칠 전 모 의료일간지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기사에 따르면 전국 소아청소년과(이하 소청과) 수련병원 96곳 중 24시간 소아 전담 응급실을 운영하는 병원이 40%에 불과하다고 한다. 밤에 아이가 아파 소청과 수련병원 응급실을 갈 경우 반 이상에서 소청과 전문의나 전공의를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2월엔 생후 7개월 된 코로나 환아가 이송 중 사망한 사건이 있었는데, 응급실과 입원실에 격리병상이 있더라도 소청과 전문의나 전공의가 없어 진료 및 입원할 수 없는 병원이 많아 벌어진 일이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소청과 전문의 지원 감소가 직접적 원인이다.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은 2020년 78.5%, 2021년 37.3%, 2022년 27.9%로 급감하고 있다. 2022년 전공의 모집결과 전국에서 전공의들이 몰리는 ‘빅5병원’도 전공의 지원이 미달되었으며, 대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실제로 대구의 경우 올해 5개 소청과 수련 병원 중 1곳만이 전공의가 지원했을 뿐이다.

수년전부터 나타난 소청과 전공의 부족사태로 인한 진료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소청과에서는 소청과 입원·응급실·중환자실 전담전문의 별도 지정기준마련과 의원급을 위한 대폭적인 수가개선을 수없이 보건복지부에 건의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미봉책으로 교수들이 야간 당직을 서고, 올해부터 전공의 수련과정을 4년에서 3년으로 바꾸었으나 올해 전공의 지원은 역대 최저였다. 게다가 지속되는 전공의 미달과 인력부족으로 근무여건이 악화되면서 중도에 수련을 포기하는 소청과 전공의들도 늘어나고 있어 사태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은 저출산과 함께 수년간 지속된 저수가 진료로 인한 병원 경영악화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소청과 진료 감소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나타났지만, 소청과 지원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도 한 몫 했다. 소청과 몰락은 대한민국의 미래인 소아청소년들의 건강을 더 이상 지킬 수 없음을 예고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골든타임’은 지나가고 있고, 하루 빨리 저출산과 저수가를 해결하지 않으면 소청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우선 저출산 문제는 비단 소청과에 국한된 것이 아닌 국가존망의 문제이다. 저출산은 경제·사회·문화 등 국가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이대로라면 조만간 대한민국은 세계사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따라서 저출산은 모든 국민과 정부가 앞장서서 해결해야 할 대한민국 현재와 미래의 최우선 과제이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5년 1.24명에서 해마다 떨어져 2021년에는 0.81명(초고령 국가의 대표 국가인 일본은 1.34명)이었고, 2024년에는 0.7명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380조 2천억 원(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으로 국가가 쓴 돈을 추산한 금액)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쓴 것에 비하면 매우 초라한 성적표이다. 이제는 보육 및 교육에 집중되어 있던 기존의 저출산 정책에서 벗어나 임신·출산·육아와 관련된 보건의료정책에도 관심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 난임 시술연구 지원 및 난임 부부에 대한 지속적 시술 지원, 임산부 데이터 관리를 통한 임신 중 위험요소에 대한 대국민 홍보 및 교육지원, 고위험 임산부 관리 및 의료비 지원, 분만 사고에 대한 정부 지원, 분만 취약지를 포함한 모든 분만 병원 인프라 지원, 산부인과 전공의 수련과정 개선 및 분만 관련 진료수가 현실화, 미숙아 및 선천성 이상아에 대한 의료비 지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대한 인프라 지원, 영·유아 건강검진 및 예방접종 확대 지원, 의사가 중심이 된 육아 전문교육 시스템 및 육아상담에 대한 인프라 구축 등이 필요하다.

또한 저수가 문제도 빨리 해결해 많은 의사들이 소청과에 지원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현재 소청과 진료의 경우 비급여가 적고, 수술 등 처치가 거의 없어 현 보험체계 아래에서는 급여 진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의료기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환자를 많이 진료해야만 하는 구조이다. 그러나 저출산과 물가상승율에도 못 미치는 만성적인 저수가 지속으로 많은 소청과 병·의원이 경영난에 빠져 있다. 저수가 문제는 정부의 노력과 의지만 있다면 조속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으로 한시라도 빨리 정부는 수가 현실화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소청과 의사들이 대한민국 소아청소년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진료를 계속하고, 많은 의사들이 소청과에 지원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정부가 더 늦기 전에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 지금처럼 대책 없이 우리 아이들의 희생을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