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물가 스트레스
[기자수첩] 물가 스트레스
  • 승인 2022.07.0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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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리 정경부 기자
고삐풀린 물가가 가계와 기업 모두를 짓누르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오름 폭을 키우면서, 이대로라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게 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한 ‘경제고통지수’는 지난 5월 기준으로 21년 만에 최고 수준을 찍었다. 고물가 탓에 대구에서도 가격을 안 올린 식당을 찾기 어렵다. 밥을 먹고 커피 한 잔까지 하려면 1만 원으로는 빡빡하다. 점심 식사와 인플레이션을 합한 ‘런치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데, 한 끼 때우는 비용마저 걱정해야 하니 팍팍하기 그지 없다. 요즘 마트에 장을 보러 가면 상품을 선뜻 집어들기 힘들다. 신선식품부터 가공식품까지 모든 품목이 약속이나 한듯 값이 올랐다. ‘장보는 게 겁난다’는 말이 괜한 엄살이 아니다. ‘냉장고 파먹기’, ‘회사 탕비실 파먹기’ 등 일명 ‘짠테크’(짠돌이 재테크)가 유행이다.

코로나 터널을 지난 뒤 실적 반등을 노렸던 대형마트 업계의 근심도 깊다. 행여 소비심리가 위축될까 상품 가격 상승분을 최대한 억누르며 물가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원가 상승에 따른 판매가 인상이 불가피 한 만큼, 대형마트가 이번 인플레를 잘 넘길 수 있을 지 우려스럽다.

인플레이션 충격은 안타깝게도 취약계층부터 파고든다. 코로나 펜데믹 때도, 엔데믹 국면에도 결국 서민만 등골이 휜다. 소득 대비 식비 지출이 높은 서민들은 체감 물가가 오르면 일단 먹는 것부터 씀씀이를 줄여나간다. 굳이 안 먹어도 되는 것, 안 사도 되는 것부터 하나씩 줄이다 지갑이 닫히면, 경기가 바닥을 기다 결국 서민경제가 불황의 악순환에 빠진다.

설상가상으로 하반기엔 물가를 더 끌어올릴 요인이 수두룩하다. 추석 성수품 수요 증가에다 10월 전기요금·가스요금 동시 인상까지 예정돼 있다. 인건비 역시 고물가를 부채질 할 잠재적인 악재로 꼽힌다.

‘민생 안정’이 최우선이라며 물가부터 확실히 잡겠다고 약속한 정부는 헛심만 쓴다. 수입품 관세 인하 조치만 봐도 그렇다. 식용유와 밀가루, 돼지고기 등 13개 수입 품목에 대해 0% 할당관세를 적용하는 건데, 자유무역협정으로 이미 관세가 없는 품목이 대부분이다. 언뜻 듣기엔 그럴듯 하지만 물가에 미칠 효과는 의문스럽다.

예기치 못한 경제 위기가 있을까. 펜데믹을 지나오며 충분히 예상했던 위기였지만, 수많은 시그널들을 간과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이다. 특히 서민을 타깃으로 한 물가 정책은 온데간데없다. 유류세 인하 같은 보편적인 지원책도 필요하지만, 취약계층을 위한 선별 지원으로 재정 운용의 효율화를 꾀할 수도 있다.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스피드’와 ‘타이밍’이다. 물가 불안 심리를 선제적으로 억제하고, 세심하면서도 보다 과감한 물가 안정 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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