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유류세 인하는 상식이다
[수요칼럼] 유류세 인하는 상식이다
  • 승인 2022.07.0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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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경소비자연맹 정책실장 경제학박사
국제 유가가 올라가면 그에 연동하여 국내 휘발유 가격도 상승한다. 반면 국제 밀 가격이 상승하면 시중에 판매하는 과자의 경우 가격인상 보다는 수량을 조정한다. 그 이유는 수요의 가격탄력성 때문이다. 휘발유 소비량은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므로 가격인상분을 소비자에게 떠넘길 수 있는 반면 과자는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전가하기가 어렵다. 이처럼 국내 휘발유 가격은 국제 유가가 오를 때는 주유소들이 이를 바로 반영하는 반면 유가 하락 혹은 정부가 유류세를 내릴 때는 반영 속도가 느린 편이다.

지난해 국제 유가는 글로벌 경기회복 및 공급차질 등으로 큰 폭으로 상승한데 이어 금년에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가파른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2020년 7월 1일 배럴당 42달러 하던 것이 2021년에는 74달러, 그리고 2022년에는 106달러로 상승했다. 2년 사이에 배럴당 무려 70달러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2월 24일에는 배럴당 98.64달러(브렌트유는 100달러 돌파)를 기록한데 이어 3월 9일에는 128달러대까지 상승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원유를 전량 수입한다. 2021년 원유수입량이 9억 6천만 배럴이므로 유가 상승으로 인한 추가적인 지불 금액은 약 672억 달러에 이른다. 이 금액은 2021년 총수입액 6,159억 달러를 감안한다면 가격인상분만 해도 전체 수입액의 약 11퍼센트를 차지한다. 이처럼 총수입액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원유의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게 되면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미국과 유로지역 기대인플레이션의 국제유가 충격에 대한 반응을 분석한 결과, 두 지역 모두 국제유가 상승시 기대인플레이션이 유의하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원유가격이 배럴당 120달러 이상인 경우 유가가 10% 상승하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이 평균적으로 미국은 0.3%, 유로지역은 0.5% 상승한다. 이처럼 유가충격은 1~2분기 이후까지 시차를 두고 기대인플레이션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유가수준이 높을수록, 그리고 유가충격이 지속될수록 기대인플레이션의 반응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휘발유 가격 구성을 살펴보면 100을 기준으로 했을 때 40%는 원유가격, 5%는 정유회사 몫, 5%는 주유소 몫, 그리고 나머지 50%는 세금으로 보면 된다. 휘발유 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비싼 이유는 높은 세금이 주요 원인이다. 개발도상국일 때 자동차는 부의 상징이며, 높은 세금이 부과되었고, 휘발유에 부과되는 세금도 높게 책정되었다. 오늘날 자동차는 부의 상징 보다는 생활필수품에 더 가깝다. 1가구2차량을 보유하고 있어도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휘발유에 적용되는 높은 세율은 더 이상 소득격차를 해소하는 수단이 될 수 없으므로 서민경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류세를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 유류세가 인하되면 정부의 세수 감소를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휘발유에 부과된 세금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주행세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각각 목적을 가진 세금들인데, 세율을 인하하게 되면 관련 사업에 필요한 재원이 감소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정부의 지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유가에 민감해 휘발유 소비량을 줄이는 반면, 소득이 높은 계층은 소비량을 유지하기 때문에 유류세 인하는 고소득층에 혜택이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5월에 유류세를 30% 낮춘데 이어 7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용하려던 유류세30% 인하 조치를 올해 연말까지 연장하는 한편, 2달만에 탄력세율을 조정해 유류세 인하폭의 최대치인 37% 수준까지 올리기로 했다. 정부 입장에서 물가는 민생경제에 제일 중요한 부문인 만큼 물가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정책이라 하지만 조세감면의 효과가 실제 판매가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높다. 정부는 석유시장에서 유류세 추가 인하분이 판매가격에 반영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국제 유가가 올라가면 대중교통 요금을 할인하여 자가용 수요를 대중교통 수요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이미 대중교통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지하철 노선에 맞게 버스노선을 조정하고, 대체에너지 개발 등 다양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물가가 상승하게 되면 노동자의 임금협상 등을 통해 글로벌 물가오름세가 더욱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다. 따라서 서민들의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관행에 맞지 않는 법과 제도는 바꾸고, 국가의 에너지 정책은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일관성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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