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비 끝에

풀냄새 진하고

얼마 남지 않아 더 구슬픈

매미 소리

흰 부추꽃 송이 위

한 마리 흰 나비

어디선가 본 듯하니

이승과 저승은

오락가락하기 마련

세상에 가엾지 않은 것

하나 없어라

◇신평= 1956년 대구 출생. 서울대 법대 졸업, 법학박사. 판사와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거쳐 현재 공익로펌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며 한국헌법학회 회장, 한국교육법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철우언론법상을 수상(2013)했고, 저서로는 ‘산방에서(책 만드는 집 12년刊)’, ‘일본 땅 일본 바람’, ‘로스쿨 교수를 위한 로스쿨’,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등이 있다.

<해설> 긴 비가 오고 나면 풀냄새가 더욱 진하다는 것은,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흰 산부추꽃에 앉은 흰 나비는 이승도 저승도 아닌 곳이란 것을 시인은 암시하고 있다. 늦여름 풍경을 묘하게 이승과 저승을 연상시키는 장치를 하여, 하나도 끈적임이 없는 시어로 풀어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