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를 찾아서] 딴짓
[좋은시를 찾아서] 딴짓
  • 승인 2022.07.06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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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리 시인

청도 매전 감밭에

감 따는 봉사 나갔는데

감알을 조심스레 감싸 쥐고

비틀어 딴 뒤

바구니에 담으면 된다는데

감꼭지 뒤에 숨은 청개구리에 놀라고

상자에 나타난 꽃뱀에 소스라친 다음

나무에 올라 한 알 쥐고 당기는데

감가지가 당겨지면서 우와!

숨어있던 하늘이, 푸른 물이 뚝뚝 듣는 하늘이

내 가슴 앞으로 성큼 내려온다

난생 처음 맡아보는 가을하늘의 향기

수런거리는 감잎의 음악

감 따는 일 그만 잊고 있었는데

십 리 밖 주인이 어찌 알았는지

송정동아지매 감 안 따고 뭐하능교

낭만파적 내 놀음에 일침을 준다

나는 아직 푸른 하늘에 빠져

허우적거리는데

◇이해리= 경북 칠곡 출생. 1998년 사람의 문학으로 활동 시작, 평사리문학대상 수상(03년), 대구문학상 수상(20년),한국작가회의 대구부회장 역임, 현재 대구시인협회 이사. 시집: 철새는 그리움의 힘으로 날아간다, 감잎에 쓰다, 미니멀라이프, 수성못<20년 학이사>외.

<해설> 귀여운 모습을 연상시키는 문장이 많다. 시인의 성격이 드러나는 글을 읽으면서 청개구리 꽃뱀에 놀라지만, 겁도 없이 나무에 올라가서 우연히 바라본 가을 하늘에 넋을 잃은 모습은 절정이다. 현실로 돌아온 송정동아지매인 시인은 현실로 돌아오기 싫어 이 글을 써서 두고두고 읽을 건가 보다.

-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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