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준의 세상이야기] Pax-Americana
[김호준의 세상이야기] Pax-Americana
  • 승인 2022.07.0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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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조지워싱턴대 국제정치학 박사
우리는 좋든 싫든 Pax-Americana(미국의 세계지배)의 시대에 살고 있다. 대부분의 국제정치학자들은 지금의 세계를 미국 패권의 시대, 미국 유일 초강대국 지배체제(Unipolar World)로 보고 있고, 미국을 제국(Empire)이라고 칭해도 전혀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소련의 붕괴가 가져다준 양극체제의 종식은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EU 등에 의해 힘이 분산되어 있는 다극 체제가 아니라 미국이 홀로 외롭게 정점에 서 있는 일극 체제를 만들어냈다.

러시아는 2급 강대국으로 전락했고, EU는 민족주의와 정치적 통합이라는 상반되는 가치 속에 빠져 경제적 거인, 정치적 피그미, 군사적 유충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난 몇십 년간 인상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하였으나 13억 5천여 명의 인구와 평균 노동인구 연령이 24.7세에 불과한 인디아는 아직은 호랑이가 아니라 야생 거위에 불과하다. 거위는 밖에서 보면 아주 평화롭고 유유자적하지만 물 안에서는 계속해서 물갈퀴를 젓고 있다. 거위의 더 큰 문제는 어디로 갈지 방향성이 없다는 것이다. 인도는 너무 종교적이고 철학적이다. 일본은 여러 가지 인상적인 힘을 보유하고 있으나 군사력 측면에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수 없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의해 완전 길들여져 있다. 중국은 지금의 경제성장이 지속된다면 2050년쯤에는 미국과 대등한 경쟁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현재 중국의 군사력은 미국에 직접적 위협이 될 수 없는 수준이다.

이슬람 국가들은 정치적 통합이 어렵다. 중동의 현주소를 가장 잘 표현한 우화가 있다. 요르단강을 건너고 싶은 전갈 한 마리가 개구리에게 등을 태워 강을 건너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개구리는 난처했다. “내가 너를 태워주면 넌 날 쏘고 말 거야. 그럼 우린 둘 다 죽게 돼” 전갈은 자기의 목적이 반대편 둑에 도착하는 것뿐이라고 개구리를 안심시켰다. 개구리는 마침내 전갈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 개구리는 죽어가면서 말했다. “넌 어떻게 이렇게 어리석은 짓을 하지, 넌 우리 둘 다 죽이고 말았어” 전갈은 수사적으로 대답했다. “넌 아직도 모르고 있었니? 여긴 중동이야!” 중동은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는, 아무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 전쟁, 갈등, 분쟁을 수천 년간 이어오고 있다.

세계정치에 있어서 지도적, 패권적 위치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모든 파워의 자원은 미국이 보유하고 있으며 21세기 초의 미국은 군사, 경제, 정치, 문화 모든 면에서 세계를 이끌고 있다. 미국은 글로벌 파워게임에서 독주체제를 갖추고 있다. 인류의 역사에서 제1의 파워와 제2의 파워 간의 격차가 이렇게까지 벌어진 적은 없었으며, 하나의 제국이 팽창하여 전 세계를 지배한 적은 없었다. 38선에도, 호르무즈 해협에도, 엘베강에도 미군이 있다. 프랑스 외무장관의 말대로 미국은 극초강대국(Hyper Power)이다.

과거의 패권 국가들은 누가 자기를 따라오는지 어깨너머로 보아야 했다. 그러나 2020년대 세계는 과거와는 다르다. 세계 최강대국으로서의 미국의 위치는 불변이며 앞으로 가까운 장래에 미국을 제외한 어떠한 국가도 미국의 패권을 계승하여 세계 리더십을 떠맡을 수 없을 것을 것으로 보인다. Pax-Americana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세계정치에서 Pax-Americana의 시대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 그 시작은 1991년 소련의 붕괴와 걸프전쟁에서의 미국의 승리였다. 미국은 걸프전쟁의 승리로 베트남 신드롬(베트남전 이후 미군의 해외군사 개입을 기피하는 경향)에서 벗어났고, 미국 힘의 부활, 세계 최강대국으로서의 미국의 위치를 전 세계에 확인시켜 준 계기가 되었다. 벤츠는 made in Germany, 비디오는 made in Japan, 사막의 폭풍은 made in USA였다. ‘사막의 폭풍’으로 명명된 작전이 개시되자 토마호크 수백 발이 이라크의 군사시설을 도려냈다. 미국은 당시 GPS로 가이드 되는 토마호크 미사일을 최초로 공개하였는데 그 정밀도가 오차율 0으로 이는 뉴욕에 있는 골퍼가 워싱턴에 있는 홀컵에 홀인원 할 확률이라고 한다. 걸프전쟁은 최초의 하이테크 전쟁, 사이버 전쟁이었다.

걸프전쟁으로 인해 세상은 미국을 두려워하며 살게 되었다. 미국은, 당신이 기댈 수 있는 러시아나 중국은 없으며, 당신이 미국과 친하게 지내면 오케이지만 미국의 비위를 거스르면 이라크 꼴이 된다고 경고한다. 미국은 제3세계를 다루는 방법으로 썩은 사과 상자 이론을 보여주었다. 한 상자에서 사과가 썩게 되면 썩은 사과를 빨리 제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체 사과를 못 먹게 되는 것이다. 제3세계에서 미국에 반대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즉각적 군사적 대응으로 그 국가를 없앤다는 것이다.

미국은 유럽을 구했고, 소아마비를 치료했고, 달에 갔으며, 아이디어와 문화로 전 세계를 밝혔고, 공산주의를 몰락시켰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독재자를 몰아냈다. 승리주의, 애국주의, 군사 지상주의의 미국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 미국은 혼자서 갈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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