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관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잠시 지탱되고 있을 뿐이다
[대구논단] 관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잠시 지탱되고 있을 뿐이다
  • 승인 2022.07.1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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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진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사람과 어울려 살고있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관계’이다. 관계 때문에 고민하고 힘들어하며 또는 반대로 관계 때문에 즐겁고 행복한 것이 우리 삶의 현실이다. 관계를 구성 하는데 있어서 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은 가장 중요한 것을 물론 커뮤니케이션으로 본다. 우리가 관계를 잘 맺고 관리하는데 커뮤니케이션만큼 유용한 도구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관계를 파괴하는데 커뮤니케이션을 쓰는 경우도 많아 보인다. 오늘은 관계를 보다 근본적으로 바라보는 학자들의 생각을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 아이오아 대학의 박스터와 몽고메리(Baxter and Montgomery) 교수는 <관계맺기>라는 책을 통해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 우리는 관계에서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고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두 교수가 주장하는 바 중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관계를 고정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관계라는 것이 무척 역동적이어서 어떤 만족할만한 수준이나 일정한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관계에서 유일하게 보장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관계는 변한다’는 것이고, 따라서 우리는 누군가와의 관계를 고정된 것으로 보는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관계는 단지 순간적으로 “지탱되고(sustained)”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관계가 고정된 것이라기보다 일시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는 관점을 갖는다면 우리 스스로를 좀 더 용서하고 성찰적으로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랑과 우정과 믿음으로 맺었던 관계에서 남보다도 더 냉정하고 쌀쌀맞은 관계로 변하기도 하는 것이 관계의 본질이라면, 제대로 된 관계 하나 오랜 시간 유지하지 못했다고 자책하거나 스스로를 추궁할 필요는 없겠다. 더구나 관계란 것이 순간적으로 유지되고 있을 뿐이라면 지금 지탱되고 있는 관계나마 더 노력함으로써 보다 친밀한 것으로 변화시키려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박스터와 몽고메리 교수가 관계에서 주장하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은 관계에서 갈등을 긍정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서로 의존적인 구성을 기반으로 하지만 그러나 관계는 서로 간의 반대의 욕구나 부정을 기반으로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철학자 미하일 바흐친(Mikhail Bakhtin)은 두 개의 목소리는 삶과 생존을 위한 최소요건(Two voices is the minimum for life, the minimum for existence)이라며 서로 다른 갈등적일수 있는 두 개의 목소리, 두 개의 의견, 혹은 두 개의 욕구가 관계를 규정함을 주장하고 있다.

모든 부부나 친구가 서로 항상 하나의 생각으로 뭉쳐 있다면 관계를 거론할 것도 없는 한 몸의 존재일 것이다. 그래서 일심동체라는 이상적인 말도 들어볼 수 있지만, 그러나 현실에서 인간은 생각과 의견과 판단과 믿음과 욕구가 각각 다른 서로 독립된 존재인 것이다. 더군다나 개인 내면적으로도 서로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가깝게 살려는 욕구를 만족하려고 부부가 되지만 반대로 자기만의 시간과 취미를 갖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지내기를 원하는 욕구도 함께 갖는 것이 우리 인간들의 본성인 것이다. 이처럼 항상 반대적이고 갈등적인 생각과 욕구 속에서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고 따라서 우리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건전하고 건강한 것으로 인식할 필요를 갖는다. 관계는 영속되는 갈등을 관리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기반으로 일시적으로 지탱되고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관계를 만드는 것은 결국 이렇게 영속되는 갈등에 대해 반응하는 실제적 방식일 것이다. 그러한 갈등을 아예 부정해버리는 반응에서부터, 관계를 완전히 새롭게 변화하려는 시도나 대화를 하는 반응까지 우리는 그러한 서로다른 반응 방식에 의해서 긍정적인 관계를 갖거나 부정적인 결과를 갖거나 할 것이다. 끊임없이 부딪히는 갈등과 긴장을 관리함으로써 인간관계는 변화되고 발전되어 간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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