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호미로
산 밭을 콕콕
콩 두 알씩 심는걸
비둘기는 알지
비가 와 물 맞아도
싹이 안 난 걸 보고
비둘기 먹은걸
할머니는 다 알지
꼬부라진 허리로
쉬엄쉬엄 올라가
콕콕 다시 심는걸
비둘기는 다 알지
그래도 좋단다. 할머니는
말할 사람 없는데
산 밭에만 가면
만날 수 있다고.
◇안영선=『아동문학평론』『문학공간』『농민문학』신인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회원, 교원문학상, 공무원 문예대전 최우수상, 해양문학상 받음, 독도사랑상 받음(동북아역사 재단), 동시집: 잠시를 못 참고, 독도야 우리가 지켜 줄게, 독도는 우리가 지키고 있어요, 대신맨, 다 함께 돌자 대구 한 바퀴 등.
<해설> 그 비둘기가 혹시 장난끼가 가득한 먼저 가신 할아버지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두분이 노는 모습이 하나도 고달파 보이지 않는 것은 아마도 이런 상상을 바탕에 깔고 보아서였을까. 할머니와 비둘기라는 다소 동화적인 제목에 알맞은 시를 읽었다.
-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