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청년실업과 중소기업의 역할
[수요칼럼] 청년실업과 중소기업의 역할
  • 승인 2022.07.1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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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원 ㈜데씨제 대표 인간공학박사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고용률은 69.2%로 전년동월대비 2.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고용지표들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는 있지만 청년층 고용률(15~29세)은 47.8%로 여전히 전체 고용률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청년실업의 문제는 이미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난제 중의 하나이다.

청년실업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못하는 이유들은 매우 많겠지만, 그 중 하나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이 너무나도 대기업 위주라는 점 때문이다. 물론 전체 경제에서 한국의 대기업 의존도가 미국과 일본 등의 OECD 국가들보다 낮다는 주장도 존재하지만, 다른 나라들보다 자영업자 비율(20년 기준 24.6%)이 높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한국 경제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결코 낮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국가 입장에서 보면 좋은 현상이지만 대기업 위주의 경제성장은 대부분은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과 맞물려 있다.

고용없는 성장은 경제가 성장하는데도 고용은 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대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격경쟁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인건비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의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와 같은 선진국은 다른 후진국에 비해 인건비가 비쌀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업은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에 제조시설을 설립한다든지 생산 공정을 자동화하여 인건비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은 당연히 일자리 창출과는 관련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자리가 창출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성장이 필수적이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고, 중견기업이 대기업이 되어야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을 나누는 기준 중의 하나가 직원 수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직원 수가 늘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 지역을 포함하여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이 성장하기에 그리 좋은 조건은 아니다. 많은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납품을 하는 '을'의 입장이고 이는 갑의 입장인 대기업의 경쟁력을 위해 단가 압박과 같이 희생되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아울러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급여와 근로조건의 상대적 열악함은 우수한 인력의 중소기업 진입을 방해하는 요인이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월 229만 6천원으로 중소기업의 평균 임금이 대기업의 60.5%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러한 격차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커지고 있는 추세이다. 게다가 근로시간이나 복지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더욱 열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조건에서 어떤 청년이 중소기업에 즐거운 마음으로 취업할 수 있을까? 물론 청년들을 위해 청년내일저축계좌와 같은 제도를 실시하고는 있지만, 직업이 평생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제도가 궁극적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정부나 지자체도 중소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말은 그렇게 외치지만 중소기업의 실질적 개선에는 투자와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 경제성장만 놓고 보면 대기업 중심의 정책이 유리하고, 일자리 창출을 생각하면 중소기업 중심의 정책이 중요하기 때문에 한 방향의 정책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구조가 결코 아니기 때문에 더욱 어려움이 있다. 최근 윤석열 정부의 반도체 지원 대책도 이러한 측면에서 이해와 우려가 공존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반도체 산업은 대부분 자동화된 공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산업 규모에 비해 고용유발이 크게 높다고 볼 수는 없다.

어찌됐든 일자리 창출에서의 중소기업 역할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실업의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더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을 나무의 뿌리와 열매에 비유할 수 있을 듯하다. 고용의 뿌리인 중소기업의 성장을 돌봐야 하는가? 아니면 뿌리는 나중에 돌보더라도 지금 당장 열릴 수 있는 열매 즉 경제 성장에 초점을 두어야 하는가? 뿌리가 튼튼하면 건실한 열매가 열리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썩어가는 뿌리를 돌보지 않고 열매에만 초점을 둔다면 결국 우리는 모든 것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 고용시장의 뿌리가 아파하고 있다. 언제까지 아픈 뿌리를 간과하고 맛있는 열매를 얻기를 바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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