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학산초등학교(교장 김승희) 5학년 학생들은 지난 5월 26일에 학교에서 ‘밀사리’라는 특별한 체험을 하였다.
밀사리라는 생소한 용어는 ‘밀을 불에 사르다’라는 말에서 유래되었으며 보릿고개가 있던 배고픈 시절에 설익은 밀을 베어서 불에 살라서 먹었던 것을 일컫는 말이다.
학생들은 먼저 작년 가을에 선배들이 심어놓은, 지금은 다 자라 누렇게 익은 밀과 보리를 관찰하였다. “밀이 더 못 생겼어요.”, “보리는 낟알이 조밀하고 가지런해요.” “보리는 수염이 길어요.” 학생들은 저마다 호기심을 갖고 밀과 보리를 관찰하며 한마디씩 하였다.
밀사리를 하기 위해 먼저 교사가 운동장에 구덩이를 파내고, 벽돌을 둥글게 놓은 후 그 위에 불판을 올려 화덕을 만들어 불을 지폈다. 학생들이 모닥불 앞에 도란도란 둘러앉으니 금세 캠핑장에 온 것 같았다.
타닥타닥 밀 익는 소리와 구수한 냄새에 학생들의 마음은 온통 밀이 빨리 익기를 기다리는 마음뿐이었다. 드디어 까맣게 구워진 밀을 후후 입김을 불며 손바닥으로 비벼서 껍질을 까고 맛을 보았는데, 다들 씹는 맛이 좋고 고소하다며 호평 일색이었다. 검댕이 묻어 손도 얼굴도 까맣게 된 서로의 모습을 보며 웃음꽃이 절로 피었다.
수업에 참여한 한 학생은 “시골에 온 것 같았다. 연기 때문에 눈은 매웠고 손은 새까매졌지만 구운 밀에서 옥수수 맛도 밤 맛도 났다. 행복한 시간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승희 교장은 “보릿고개가 존재하던 시절, 밀사리는 배고픔을 달래주던 소중한 간식이었다. 오늘 학생들이 그 시대상을 이해하고, 즐겁게 활동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 밀은 쌀 다음으로 많이 소비하는 곡물인데도 국산 밀의 경제성이 낮아, 현재 우리나라는 밀의 99%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에 밀가루 가격이 급등한 상태인데, 자국의 식량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나라의 밀 자급률을 더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과도 이런 국제적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하였다”라고 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