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떠나와
짐 풀고 자리한 바닷가
언 손 호호 불며 일출을 찍겠노라고
새벽어둠을 헤치고
철썩거리는 파도 따라 걸음을 재촉했다
먼저 와서 자리를 잡은 사진사들
눈살 찌푸리는 그사이를 비집고
오직 바람은 하나
오 여사를 만나야겠다고
여명 속 서서히 드러나는 황홀한 자태
아! 아!
우리의 삶도 저러했으면
모두 보여주지 않아도 좋아
너로 하여 세상이 빛나고
눈이 떠지는 아침 있어.
희망과 꿈이 있거늘
경건해지는 마음
옷깃 여며 나를 낮춘다
내게 주어진 오늘
무엇을 더 바라고 욕심을 내리
감사합니다
◇靑蘭 왕영분= 월간문학세계 시 부분 신인상(03), 한국문인협회 회원, 강화문인협회 회원, 다산문학 대상, 한국미소문학 대상, 개인시집 : 참나리 사계를 살다, 햇살 한줌의 행복, 속삭임.
<해설> 일출을 찍기 위해 출사한 모습이 그려진다. 시인은 인파 속에서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상대의 찌푸리는 눈쌀도 마다 않고 용감하게 해를 찍어낸다. 감동의 선물로 이런 시를 썼으니, 출사한 보람이 있다. 그리고 단순하지만,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얻은 소회를 시로 남겼으니. -정소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