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국가란 무엇인가?
[대구논단] 국가란 무엇인가?
  • 승인 2022.07.1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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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환 전 경산시교육장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소강상태가 지속될 때이다. 한양 도성 성문 앞은 백성들의 통곡 소리로 가득했다. 성문을 나서는 임금에게 ‘우리를 버리지 말아 달라’고 백성들이 울부짖고 있었다. 조선 조정과 의견 다툼으로 아무 말 없이 한양을 나가버린 명나라 장군을 임금이 찾아 나섰다. 이런 내용을 모르는 백성들은 임금이 또 달아날까 두려웠다. 그래서 울고 있었다.

임진년에 왜군이 침략하자 임금은 명나라로 망명할 뜻을 밝혔다. 신하들이 말렸다. 그러나 듣지 않았다. 임금은 북쪽으로 몽진하면서도 늘 망명 생각을 하고 있었다. 명나라에서 ‘북경으로 오지 못하게 하자’ 그제야 포기하였다. 백성들은 이런 임금의 전력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한양을 버리고 도망간 임금은 또 있다. 16대 임금 인조이다. 이괄의 난이 일어나자 인조는 난을 수습하기보다는 공주로 피난 가기 바빴다. 한양의 백성은 안중에도 없었다.

1627년, 만주의 여진족이 후금을 세우고 조선에 쳐들어왔다. 정묘호란이다. 인조는 한양을 떠나 강화도로 피난 갔다. 인조는 두 번째로 한양을 버렸다. 그 후 후금의 홍타이지는 청나라를 세우고, 12만의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왔다. 병자호란이다. 인조는 강화도로 피난 가려 했으나. 홍타이지가 먼저 길을 막았다. 할 수 없이 남한산성으로 바꾸었다. 적장은 인조의 도망길을 알고 있었다. 인조는 세 번째 한양을 버린 것이다. 조선의 왕이 백성을 버린 이야기는 조선 말이 되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다.

조선을 집어삼킬 야욕을 가진 일본은 청일전쟁에 승리하고, 러일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당연히 당시 국왕 고종은 이에 대비하여야 했으나 전혀 다른 길을 갔다. 일본의 후원자가 되었다. 고종은 일본에 창덕궁 후원을 병영으로 내주었다. 일본은 ‘천왕의 선물’이라며 일본 돈 30만 엔을 고종에게 주었고, 왕비(엄비)와 왕족들에게도 일정 금액을 보냈다. 고종은 침략의 괴수 ‘이토오히로부미’에게 조선 최고 훈장인 ‘금척대수장’을 수여했다.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었다. 조약이 체결되기 며칠 전 일본은 고종에게 황실 내탕금으로 2만 원을 주었고, 고종은 일본 외교 사절단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당시 고종은 국가 존폐보다 ‘황실의 안녕과 존엄’에 관심을 가졌다.

고종에게 ‘을사늑약의 부당성’을 지적한 상소가 셀 수가 없을 정도로 올라왔다. 시종무관장 민영환이 두 차례 상소했다. 고종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음 날 민영환이 자결했다. 고종은 조약을 담당한 관계 대신들을 영전시켰다.

‘대한제국의 국토와 백성은 고종의 개인소유가 아니다.’ ‘아예 나가 죽으시라’라고 고종을 극렬하게 비난하는 상소도 있었다. 고종은 이들을 체포하거나 궐 밖으로 내쫓아 버렸다. 고종은 일부 유림과 민중들로부터 외면받았다.

고종은 왜 그랬을까? 그의 왕비가 일본의 총칼에 살해되는 것을 보고 두려움을 느낀 것일까? 이미 조선이라는 배는 침몰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일까? 모를 일이다. 을사늑약 체결 과정에 많은 뇌물이 오갔다는 소문이 있었다. 실지로 돈이 오고 갔다. 고종도 받고 대신들도 받았다. 고종이 받은 2만 원은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25억 원이다. 이완용 등 대신들에게는 1만 원∼1만 5천 원의 돈이 뿌려졌다.

그러다 1910년에 조선은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다. 그러나 왕실은 살아남았다. 고종이 그렇게 관심을 가졌던 ‘황실의 안녕과 존엄이 유지되었다.’ 한일병합조약 3조에 의해 황제 폐하와 존비속은 위신과 명예를 누렸고 충분한 세비를 공급받을 수 있었다. 또 동 조약 4조와 5조에 의해 왕족과 친일파도 명예와 자금을 공여받을 수 있었다(이상 본문 고종 관련 내용, 조선일보,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참조).

이러한 일련의 이해할 수 없는 조선 왕실의 행태들은, 강제 병합 이후에도 임시정부 수립이나 독립투쟁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한 것과 함께, 해방 후 왕정복고가 되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왕이나 지도자들에게 국민이란 무엇일까. 국민은 왕이나 지도자가, 위신과 존엄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존재이고, 때에 따라서 함부로 버릴 수 있는 개체라면,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은 너무나 슬프지 아니한가?

지금도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을 뚜렷한 증거 없이 반역자(월북자)란 오명을 씌우는 국가, 국민이 적(敵)에게 화장당하는 모습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국가는, 어떤 국가인가?

임금이 백성을 버리고 도망가는 국가와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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