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인문학] 닫힌 마음, 열린 마음
[치유의 인문학] 닫힌 마음, 열린 마음
  • 승인 2022.07.14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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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삼 대구한의대 교수
오래전 일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우리나라 출신 이민자가 외국에서 일으킨 단일 사건 중에서는 아마 가장 큰 사건일 것이다. 2007년 미국 버지니아 공대 조승희 총기 난사 사건 이야기다. 32명이 사망했고 29명이 부상했다. 당시 우리 대통령까지 사과를 했을 정도니 사건의 여파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이 간다.

특별히 필자가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그가 사건을 일으키기 전에 남긴 말 때문이다.

“난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 번도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어요.”

“난 그걸 어떻게 하는지 몰라요.”

8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대학교 4학년이 될 때까지 조성희는 철저히 혼자였다. 학창시절 심각한 왕따를 경험했고 지독한 우울증까지 그는 움직이는 시한폭탄이었다. 단 한 명이라도 그에게 따뜻한 온기를 나누어 주었더라면, 단 한 명이라도 그에게 ‘괜찮다’라고 응원해 주었더라면 메데니아와 같은 복수의 화신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증오와 분노로 닫은 마음 문의 끝은 파멸이었다.

“실례합니다. 혹시 김성삼 소대장님 맞습니까?”

“부안 성광인쇄소입니다. 혹시 저를 기억하시겠습니까?”

제대한 지 30년이 지났는데 나를 소대장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누굴까? 전북 부안 35사단 소속 해안 소대장 시절 잠시 알았던 인연으로 내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부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던 인쇄소 사장님께서 전화를 걸어왔다. 2018년 KBS 2 신년특집 ‘함께 가는 대한민국’ 방송 패널로 나온 필자를 알아보고 너무 반가워 학교로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어떻게 그 두 분을 잊을 수 있겠는가? 내가 만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부로 기억하고 있는 두 분을…. 두 분의 친절한 얼굴은 물론 다정한 목소리와 서로를 아끼고 존경하는 마음까지 30년이 지났지만 어제처럼 기억이 생생하다.

건강하고 젊은 청년이 공장에서 일하다가 갑작스런 사고로 심한 전신화상을 입었다. 몸은 물론이고 얼굴까지 3도 화상을 입었다. 심하게 일그러진 얼굴과 몸, 더이상 청년에겐 미래가 없었다. 여러 번 죽으려고 했고 마음과 몸, 모든 문을 닫았다. 세상도 그에게 등을 돌렸지만 딱 한 사람 그를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병원에서 그를 담당했던 간호사…. 지금의 부인이다. 뒤틀린 몸, 일그러진 얼굴까지 진심으로 모두 안아주었다.

“저는 그 사람에게 하나님의 심성을 보았어요. 얼마나 착한 심성을 가졌는지 제가 잡아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이것도 운명이겠지요?”

집에서의 반대는 상상이 갔다. 젊고 어여쁜 간호사가 가난한 전신화상 환자와 결혼을 하겠다는데 말리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그렇게 두 분은 조그만 인쇄소를 열어 신혼을 시작했고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이웃의 존경까지 받으며 30년째 사랑을 이어오고 있다. 필자는 부인의 열린 마음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부를 만들었다고 확신한다. 부안으로 작은 선물을 들고 찾아간 필자에게 따뜻한 밥과 농사를 지었다고 한가득 내어준 보따리는 지금까지 내가 받은 최고로 따뜻한 선물이었다.

30년 전 골목 모퉁이 작은 인쇄소가 지금은 가장 아름답고 번화한 시내 중심이 되어 있었다. 조용하고 수줍음 많았던 사장님은 통장님이 되어 마을에서 가장 존경받고 신뢰받는 큰 바위 얼굴이 되어 계셨다.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아꼈던 마음이 지금은 이웃으로 넓어졌을 뿐 변한 건 하나도 없었다. 두 분의 행복은 자신들이 땀 흘려 뿌린 씨앗의 아름다운 결과였다.

언젠가 이 두 분의 이야기를 꼭 글로 남기고 싶었다. 아니 외치고 싶었다. 세상에는 이렇게 서로의 결핍을 안아주고 보듬어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코로나의 위기로 우리는 우리가 누렸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 것인가를 배웠다. 커피숍에서 친구들과 수다 떠는 일상이 얼마나 행복했고 저녁 식사 후 식구들과 가볍게 산책하는 모습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를 배웠다. 서로를 의심하고 거리를 둔 지난 시간들이 얼마나 아픈 시간인가를 새삼 느꼈다. 어느 시인은 가끔 신은 인간에게 반성의 시간과 성찰의 시간을 준다고 했다.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불신의 벽이 더 쌓이기 전에 두 개 가진 내 것의 하나를 나눠야 할 시간이 아닐까?

부안 인쇄소 두 부부의 모습에서 나는 구루(Guru)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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