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유책배우자(외도자)의 이혼청구권
[생활법률] 유책배우자(외도자)의 이혼청구권
  • 승인 2022.07.14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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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형사·부동산 전문 변호사
혼인 생활 중 잘못을 저질러 스스로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에 대하여 유책주의(有責主義)와 파탄주의(破綻主義)가 대립하고 있다. 남편이 외도하여 사실상 부부관계가 파탄됐지만 부인은 ‘이혼을 하면 남편은 외도 상간녀와 살게 될 것이므로 그 꼴은 못 보겠다’는 이유로 이혼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재판상 이혼이 가능한지 여부가 유책주의와 파탄주의 문제가 극명하게 대립하는 사례이다.

부부 중 어느 한쪽에게 잘못이 있어 부부관계가 파탄되어도 그 잘못을 한 사람은 이혼을 청구할 수 없고, 상대방만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을 유책주의라 하고, 어느 누가 잘못했는지를 따지지 않고 혼인관계가 파탄되었다면 이혼을 인정하는 것을 파탄주의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유책주의에 따르는 판례 경향이지만 파탄주의에 따르는 나라들도 많이 있다.

과거 여성의 지위가 남성보다 약한 점, 대부부의 외도는 남성에 의하여 이루어진 점, 많은 가정이 남편의 경제력에 의존하는 점, 외도한 남편으로 인하여 가정이 파탄된 경우 남편의 이혼 청구를 허용한다면 외도한 남편이 아무 잘못이 없는 아내를 내쫓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는 점 등 사회적 약자인 여성 보호 차원에서 민법상 유책주의를 원칙으로 삼아왔고, 대법원은1965년 ‘첩을 둔 남편의 이혼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판결로 유책주의를 명확히 했다.

반면 파탄주의는 파탄 난 가정을 법으로 강제로 지속시켜 같이 살도록 만드는 것은 개인의 자기결정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점에 근거하여 유책배우자도 이혼청구가 가능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관점에서 출발하였다.

우리 판례는 2000년대까지 유책주의를 유지하였으나 이후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상승되었고, 혼인 생활에 있어서도 행복추구권이 차원 높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일정한 부분 파탄주의를 가미한 법 해석으로 서서히 돌아서는 입장이다. 그래서 대법원은 유책주의를 유지하면서도 ‘상대방 배우자가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표면적으로는 이혼에 불응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혼인의 계속과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행위를 하는 등 이혼의 의사가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해왔다.

시대 변화에 맞게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할 것인지에 관하여 대법원 판결의 효력이 우리사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2015. 6. 대법원에서는 유책배우자의 이혼 소송 청구에 대한 공개변론이 이루어졌다. 당시 대법원은 ‘파탄주의’를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이유에서 7대 6으로 가까스로 유책주의를 유지하면서도 ‘유책배우자가 자신의 잘못을 상쇄할 정도로 자녀나 배우자에 대한 책임을 다한 때에는 이혼청구가 가능하다’고 밝혀 과거에 비하여 유책배우자가 이혼 청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었다.

2022. 6. 16. 대법원은 종전에 비하여 다소 완화된 유책주의 입장에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권 행사를 인정할 수 있는 예외 사유를 구체화하고 완화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위 재판에서 대법원은 ‘유책배우자가 유책행위 이후 이혼소송을 제기하였다가 패소한 후 상대방이 유책배우자의 과거 부정행위만을 계속 비난하며 전면적인 양보만을 요구하고 이후 혼인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운 사정이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정리하지 않은 채 장기간의 별거가 고착화된 경우라면 이러한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면 배우자의 과거 잘못된 행동은 상당히 희석됐다고 볼 수 있어 오로지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이혼청구를 기각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정리하면 외도 당사자가 외도로 인하여 혼인관계가 파탄났다고 소송을 제기하여도 곧바로 승소할 수는 없지만 이후 그 상대방의 선택으로 별거관계로 장기간 지속되고 상대방이 원만한 혼인관계 회복을 위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는다면 유책배우자라도 이혼청구가 가능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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