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서승은 개인전…키다리갤러리 19일까지
작가 서승은 개인전…키다리갤러리 19일까지
  • 황인옥
  • 승인 2022.07.17 2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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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고립된 청년 위해 새 캐릭터 ‘2Dan’ 창조”
전매특허 ‘다육소녀’ 8년 작업
국내외 인기…에세이집 출간도
‘다육’ 유혹 뿌리치고 자유 찾아
장식적 요소 배제·거침없는 표현
당돌하지만 차가운 감정은 없어
내면엔 사랑이 가득한 ‘반항아’
화면 속 서사는 관객과 소통 매개
2Dan 만나고 그리는 작업 ‘행복’
회화·드로잉 작품 등15점 전시
서승은작2Dan-green-world
서승은 작 ‘2Dan-green world’
서승은작Idontcare
서승은 작 ‘I don’t care‘
서승은작가
서승은 작가

영락없는 어린아이의 모습인데, 얼굴에 당찬 기색이 역력하다. 천사같은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하고, 내리깔린 눈에는 불편한 심기가 묻어난다. 작가 서승은이 창조한 새로운 캐릭터 ‘2Dan(이단)’이다. 사랑스러운 소녀의 이름이라고 하기에 이름이 가지는 무게가 짐짓 무겁다. 흔히 ‘이단’이라고 하면 정통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교의나 교파를 적대하여 이르는 말이다.

 서 작가는 “바로 그 이단”이라면서도 “종교적인 차원을 넘어서 전통 권위에 대한 반항으로 이해하면 된다”며 ‘이단’의 의미를 확대 재생산했다. 그의 ‘2Dan’은 시대의 일반적인 사상이나 학설, 권위나 전통, 종교 등을 거부하고 자기주장을 강하게 내세워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외톨이가 된 청년을 통칭한다. “코로나19로 더욱 단절되어 가는 청년들을 보면서 ‘2Dan’을 생각했어요.”

◇ 반항아 캐릭터 ‘2Dan’ 세상과 첫 만남 시작

서승은의 ‘2Dan’이 키다리갤러리에서 관람객과 만나고 있다. 서승은의 전매특허인 다육소녀의 자리를 ‘2Dan’이 꿰찼다. 다육소녀와 동고동락(同苦同樂)한 8년의 역사를 생각하면 깜짝 변신이다. 하지만 정작 그는 차분했다. “사실은 2Dan이가 다육소녀보다 먼저 찾아왔던 아이”라며 “느닷없는 출현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2Dan’이 완성되기까지 시간이 걸렸을 뿐입니다. 이름은 정해놓지 않았지만 이미 제 안에서 오랫동안 산고를 치르고 있던 아이였어요.”

그의 ‘다육소녀’는 소녀와 다육식물이 결합된 캐릭터다. 신비스러우면서도 초월적인 소녀가 다육식물과 산양, 꿀벌 등의 곤충들과 평화롭게 노니는 풍경에서 작가는 이상향을 엿보았다. 작가에게 다육소녀는 이상세계에서 살아가는 상처받지 않은 초월적인 존재인 ‘순수 인간’의 표상이었다.

소녀와 다육식물이 결합된 독특한 조합을 한국화의 기법으로 표현한 ‘다육소녀’는 아트페어에서 남녀노소 구분 없이 많은 콜렉터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SNS를 타고 ‘다육소녀’가 입소문을 타면서 해외진출도 시작됐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대만 ART(아트 레볼루션 타이베이) 초대작가로 선정되고, 중국 북경연합출판공사에서 다육소녀 작품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이번 전시작 중 일부 작품은 서울옥션 블랙랏에 출품되어 최근 온라인 경매에서 높은 가격에 낙찰되기도 했다.

작업하는 대부분의 작품이 판매로 연결되는 기염을 토하며 다육소녀에 대한 인기는 여전히 식을 줄을 모르는데, 왜 불현듯 ‘2Dan’이를 세상에 발표했을까? “미술시장이 호황일 때 검증된 다육소녀에 매달려야 한다”는 내면의 유혹을 과감하게 뿌리치면서까지 말이다. 이유는 분명했다. 작가 자신과 인간의 욕망에 의해 파괴되고 있는 존재들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다. 작품 제목을 ‘우주’나 ‘소우주’라고 칭한 지점에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 무한히 넓은 공간에서 자유를 누리고픈 작가의 갈망이 자리한다.

“우리의 욕망으로 부자유스러웠던 존재들을 다시 자연으로 되돌려 주고 싶었어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인간의 욕망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보면서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운 2Dan이가 탄생했어요.”

◇ 간접화법 다육소녀가 직설화법 2Dan으로 변화

다육소녀나 2Dan이나 ‘지극히 순수한 존재’인 것은 변함없다. 두 소녀들을 통해 공동체의 화합, 자연과 인간의 공생 등의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화법에서 차별점을 둔다. 다육소녀가 은유적으로 부드럽게 표현했다면, 2Dan이는 내면의 소리를 거침없이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직진소녀 2Dan이는 그 자체로 당찬 아이콘이다. 숲속 풍경이나 다육식물을 거느리며 그들을 통해 하고싶은 발언들을 은유적으로 했던 다육소녀와 달리 2Dan이는 장식적인 요소들을 배제한다. 주장이나 메시지를 머뭇거림 없이 표현하는 당찬 소녀에게 장식물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결과다. 대신 호랑이나 달팽이, 사슴, 물고기 등의 동물들은 여전히 2Dan이와 한 몸처럼 붙어있다. 특이한 것은 호랑이가 아닌 달팽이가 험난한 세상을 인도하는 길잡이가 된다는 점이다. 그는 “가장 약한 존재지만 그들이 선구자일지도 모르니 약하다고 무시하지 마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며 감정을 바로 바로 표현하는 2Dan이의 성격은 얼굴에 오롯이 드러난다. 이런 모습은 누군가에게 부지불식(不知不識)간에 꼬집혔을 때, 순간적으로 비명을 지르는 것과 흡사하다. 그만큼 2Dan이가 당돌한 캐릭터라는 의미다.

당돌한 2Dan이의 얼굴에서 차갑거나 거친 감정을 찾기는 어렵다. 오히려 내려 깔린 눈빛에서 따뜻함이 배어난다. 작가는 “따뜻한 반항아”라며 2Dan이의 정체성을 정리했다.

그가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을 때 이견없이 ‘사랑’이라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2Dan이는 순수 인간의 표상으로 내면에 ‘사랑’이 가득한 아이입니다. 대신 우리보다 훨씬 자유롭고 표현을 직설적으로 한다는 측면에서 반항아적 기질을 말하는 것이죠.”

◇ 다양한 서사로 관객과의 소통력 높여

서 작가는 숨길 수 없는 서사 본능의 소유자다. 다육소녀나 2Dan이나, 그림에 ‘서사’를 깊이 개입시킨다. 작가는 “그림을 그리다 보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화면에서 서사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화면 속 서사는 관객들과 소통력을 높이는 매개로 작용한다. 관객들은 그가 펼쳐놓은 서사 속으로 무장해제 되며 순간적으로 빨려 들어가면 된다. “관람객들이 그림을 보고 제게 스스럼없이 질문을 많이 하는데 주로 내용이 화면 속 스토리에요. 그 서사들이 관람객들에게도 전달되고, 자신들의 경험으로 감정이입하는 것 같아요.”

2Dan이는 갇혀 있던 작가의 욕망이 분출해 나온 캐릭터다. 은유적으로 접근했던 조심스러웠던 발언들을 단호함으로 바꾸고, 갇힌 듯 답답했던 세계에서 자유로운 세계로 탈출도 감행하고 싶었는데, 2Dan이를 통해 불편했던 것들을 조금씩 해소해가는 중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치나 태도 못지않게 물성의 변화도 모색하며 표현 방법에서도 자유를 추구하고 있다. 돌가루에 색을 입혀 마티에르(질감)을 새롭게 입히기도 하고, 서양화 물감도 살짝 병행하며 다변화를 추구한다.

그가 2Dan이를 만나고 “그림을 그리면서 행복하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됐다”며 2Dan이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저는 항상 제가 너무 궁금했어요.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서 제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요. 그림을 그리는 제가 먼저 재미있어야 제 그림을 보는 관객들도 행복할 거잖아요. 제 안의 행복한 자아가 거침없이 발현되고, 관객들에게도 다양한 감정을 선사할 수 있어 2Dan이는 특별한 선물처럼 느껴집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전시가 쉼 없이 돌아가고 있다. 전시는 작품 판매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작업에 대한 부담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작업 스타일에 있어 타협은 없다. 화면에서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작업을 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림의 완성도만큼은 타협을 불허”한다. 밑그림을 가지고 작업을 시작하지만 가다보면 계획하지 않았던 요소들이 불쑥 불쑥 튀어 오른다. 그는 그 의외성에서 특별함을 발견해가고 있다. 당분간은 2Dan이와의 연애를 계속할 계획이다.

“전시가 아무리 많아도 작품에서 진정성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거짓 없는 그림, 진실한 그림만이 감동을 줄 수 있다는 확신으로 2Dan와 함께 할 것입니다.” 2Dan이를 표현한 15점의 회화 작품과 드로잉 작품 신작을 선보이는 전시는 19일까지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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