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한 속내가 드러났다” 분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중동 순방이 16일(현지시간) 마무리된 가운데 이번 순방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세력 확대를 저지하려는 미국의 초조한 속내가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를 억제하고 중국을 압도하는 게 더 큰 목표라면 불쾌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하나밖에 없는 선택지는 독재자들과 함께 춤을 추는 것”이라고 바이든 대통령의 순방 배경을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국제적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동이 대표적이다.
사우디는 미국의 오랜 동맹이자 중동의 반미국가인 이란을 봉쇄할 중심축으로 통했다.
그러나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인 자말 카슈끄지가 2018년 튀르키예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사우디 요원들에게 살해된 뒤 관계가 얼어붙었다.
미 정보 당국은 암살 배후로 무함마드 왕세자를 지목했고, 인권을 중시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무함마드 왕세자와 만남을 거부해왔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에너지 위기가 커지자 바이든 대통령은 원유 생산량 조절로 국제유가를 움직일 수 있는 사우디를 찾아야 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전비 충당을 막기 위해 러시아의 원유수출 차단을 압박하지만 그 때문에 공급감소로 국제유가가 더 치솟을 수 있다.
유가상승은 에너지 수익을 불려 러시아를 오히려 이롭게 할 수 있으며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악화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러시아를 억제하기 위해 원유 증산의 여력이 있다고 판단된 사우디의 도움이 절실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NYT는 중국이 경제력을 앞세워 중동 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 역시 바이든 대통령이 아랍국에 친화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배경으로 짚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