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네 발걸음은
저리도 더디다
천릿길 무거운 짐들 모두 다 부렸어도
관절은 마디마디 녹아 걸음걸음 절뚝인다
송백, 천자, 명지, 신호 숱한 섬들 쌓아 놓고
을숙, 진우, 장자, 신자 땅방울을 일구더니
백합등 앵금머리등에 남은 살을 또 보탠다
햇빛에 반짝이는 강물의 뼛조각들
물마루 푸른 너머 허허바다 잠길 즈음
섬들은 뭍으로 자라 온갖 숲이 우거진다
◇서태수=《시조문학》천료, 《문학도시》 수필, <한국교육신문> 수필 당선, 수필집 『조선낫에 벼린 수필』 외, 낙동강 연작시조집 『강이 쓰는 시』 외, 평론집『작가 속마음 엿보기』, 낙동강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부산수필문학상 외.
<해설> 송백, 천자, 명지, 신호, 을숙, 진우, 장자, 신자, 백합등, 앵금머리등.생소한 지명이 시어가 되었다. 시인의 끈질긴 시적관찰과 탐미로 화수분 같은 시를 엮어낸다. 뭍으로 자라 온갖 숲으로 우거지는 섬을 보면서 시인의 무궁한 시어창작소가 어디겠는가. 섬을 의인화하여 엮어낸 실력에 감탄한다.
-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