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 비슬산 용천사 ‘지거 스님’ 치유 노래집 ‘인생은 다 그런 거란다’
[화요칼럼] 비슬산 용천사 ‘지거 스님’ 치유 노래집 ‘인생은 다 그런 거란다’
  • 승인 2022.07.1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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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연 스님 ‘삼국유사’ 집필 당시
몽골 침략으로 나라는 쑥대밭
재앙 막고픈 간절함 새겼을 것
지거 스님의 치유 노래집 들으며
근심 내려지고 행복이 생겨나길
곽홍란 문학박사·시인
청도 소장수 방울 소리는

굽굽이 바람 되어 쩔렁이고

더디디 더딘 비슬산 기슭엔

노루마저 숨을 헐떡인다

--지거 스님, ‘헐티재 가는 길’ 부분



비탈진 길을 따라 자동차를 타고도 헐떡이며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비슬산 용천사의 ‘지거 스님’께서 코로나 극복을 위한 치유 노래집 ‘인생은 다 그런 거란다’를 발간하였다. 지거스님은 소리꾼 장사익과 함께 선 공영방송에서 ‘봄날은 간다’를 불러 노래하는 스님으로 각인되긴 했지만 ‘코로나 치유 노래집’ 발간으로의 거듭남은 뜻밖이었다.

지거 스님의 노래집 ‘인생은 다 그런 거란다’는 USB 음반으로 제작되었다. 노래집 케이스 첫 장을 열면 음반을 발간하기까지의 시공을 만나게 된다. “불교와 문학은 공부했지만, 음악에는 문외한이었던 나의 출가수행 세월이 어언 40년, 뻔뻔해진 건가. 뜬금없이 철 늦은 노래를 하게 되다니”라고 심경을 밝히고 있다. 불문 수행 40년을 기도로 지켜주시고, 품이 더 넓은 기도의 법을 이룰 수 있도록 격려해주신 분은 스승이신 큰스님과 속가의 어머님, 그리고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국민 MC로 자리매김했던 송해 선생이라고 한다. ‘첫 음반을 올리오니 부디 졸작일지언정 어여삐 들으시고 만수무강’하시라는 기원을 잊지 않고 있지만 코로나 후유증을 앓고 있던 송해 선생은 이미 고인이 되었다.

지거 스님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스승으로부터 받은 법명 ‘智炬’는 지혜의 횃불을 상징한다. 그리고 지금의 주석처는 비슬산 용천사다. 비슬산을 되뇌면 맨 먼저 떠오르는 말은 ‘삼국유사’를 저술하신 일연 스님이다. 산꼭대기에 있는 바위 모습이 마치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과 같다고 하여 비슬이란 이름을 얻은 비슬산에 일연은 불문 생활 71년 중 절반이 넘는 37년을 주석했다. 일연은 9세 때 불문 수행에 들었고, 주지로 첫 발령을 받은 초임지가 비슬산 ‘보당암’, 71세 때 마지막 주석처는 비슬산 ‘용천사’였다. 그간의 발자취는 대견사, 소재사, 도성사, 속성사, 정백사, 유가사, 인흥사, 용연사, 용천사, 연화사 등에서 남아 있으며, 한 사람의 행보가 미치는 염력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만나면 숙연해진다.

비슬산은 일연에게 있어 선수행을 한 수도처이며, 깨달음을 얻은 오도처로 볼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일연이 37년간 주석하는 동안 비슬산은 ‘삼국유사’의 찬술처였다는 견해가 발현되고 있다. 그중, 1278년 인흥사에서 ‘역대연표’가 간행된 이후 일연은 비슬산에 머물면서 ‘삼국유사’의 내용 구상, 기초자료 수집, 출판을 위한 마무리 작업을 했음을 유추하게 한다.

서양에서는 ‘성경’을 바탕으로 문학작품과 예술작품을 생성하고 확장하면서 널리 보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삼국유사’를 바탕으로 한 문화예술 작품으로 세계를 사로잡고 있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삼국유사’는 현실 너머에 존재하는 초월적 세계를 현실의 지평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건국 시조의 탄생 이야기와 제왕과 백성들에 관련된 신이한 사건들을 수많은 문헌과 구비자료를 수집해 기록하였다. 일연은 합리주의 사고 아래 버려지고 잊혀지는 사실들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고 발견하여 ‘세계의 진실’로의 새로운 탄생을 위해 눈뜨던 공간, 그곳이 바로 비슬산 용천사였을 것이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금, 비슬산 용천사 주지 스님이 건네는 ‘인생은 다 그런 거란다’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삼국유사’ 집필 당시 고려는 몽골의 침략으로 나라는 쑥대밭이 되고 백성들의 삶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러한 국가의 재앙을 막아내고 싶은 간절함으로 새겨졌을 것이다. 지거 스님의 치유 노래집 ‘인생은 다 그런 거란다’도 듣는 사람마다 저마다의 근심이 내려지고 새로운 행복이 소록소록 생겨나는 선물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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