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청와대가 구경거리로 끝나서야
[대구논단] 청와대가 구경거리로 끝나서야
  • 승인 2022.07.1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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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대기자·전북대 초빙교수
역대 대선 때에는 대부분의 주요정당 후보들이 많은 공약을 내놓고 경쟁한다. 다른 후보에 비해서 독특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는 게 참모들의 과제다. 후보를 둘러싼 수많은 참모진들이 에워싸고 있지만 과연 누가 좋은 아이디어를 낼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머리를 싸매고 진땀을 빼지만 과연 어떤 아이디어가 국민에게 먹혀들지 걱정이다. 당에서는 학력 좋고 머리 좋다는 인재를 골라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이른바 캠프에 모시고자 하지만 그런 훌륭한 인재가 쉽게 눈에 띄겠는가? 선거캠프에는 당마다 인재영입을 한다고 위원회를 구성하고 지금까지 주변에 있던 사람들을 제외하고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겠다고 큰소리친다. 그런데 그렇게 멋진 인재가 “나 여기 있소”하고 대기하고 있겠는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고 인재영입위에 참다운 인재가 영입되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그것은 인재가 스스로 나타나지도 않거니와 그보다는 인재를 영입하려는 자세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인재보다는 자기네 주변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을 인재라는 이름으로 들여 놓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으니 무슨 인재가 새로 나타날 수 있겠는가.

그래서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말로 끝나는 수가 많다. 좋은 아이디어가 기성정당에서는 쉽게 먹히지 않는다. 기득권을 가진 인사들로 진영이 짜여 있어 파고들기가 어려운 것은 말할 나위도 없고 자기 밥그릇 걱정하는 사람들이 한사코 밀어내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선 때 여야를 막론하고 공통적인 공약 하나가 있어 왔다. 민주화 이후 계속된 약속이 이어져 왔고 또 실제로 당선의 영광을 안았기에 마음만 먹으면 당장에 실천하지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 대통령이 5년마다 바뀌어도 이 약속을 지키겠다고 발 벗고 나선 당선인은 보지 못했다. 엄청난 예산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지키지 못할 하등의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당선한 사람은 이 아이디어를 지킬 생각이 없다. 애초부터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한 것이었을 뿐 실천하려는 의지는 없었다. 이 약속은 당선인이나 낙선인이나 누구도 거론하지 않는 소도(蘇塗)였다. 그 속을 들여다 볼 수도 없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청와대 옮기기다. 김영삼부터 시작하여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당선 후에는 입을 공업용 미싱으로 틀어막았다.

그동안 청와대는 구중궁궐이라는 닉네임을 받으면서도 점점 더 깊숙이 숨어들었다. 대통령의 숙소인 관저가 그 안에 있어 집무실까지 나오려면 승용차를 타야한다. 청와대 안에서 행해지는 모든 행사에 모두 승용차를 이용하려면 시간 낭비가 이만저만 아니다. 그것을 수십 년 동안 해왔다. 경호 인력의 규모도 엄청나게 크지만 그보다는 대통령과 참모들의 대면이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어 대통령은 사실상 무인도에 떠있는 셈이었다. 퇴근 후 대통령은 혼밥을 하거나 안가에 나가 술타령을 한다. 국민이 보지도 못하고 알 수도 없는 암막이 가려진 곳이 청와대였다. 역대 대통령들이 화려한 겉모습보다는 사실 외롭고 쓸쓸했을 것이 분명하다. 청와대를 버리고 광화문 쪽에 대통령 실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은 아주 멋지게 보였지만 실천의지를 보인 사람은 없다.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이 탄생하면서 단번에 실천에 옮겼다. 광화문 청사가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절반은 청와대에 주저앉을 뻔했다. 나는 그 때 칼럼을 통하여 “한 번 들어가면 다시 나올 수 없다”고 썼다. 너무나 편하고 장중한 청와대에 맛을 들이면 다른 곳을 찾겠다는 생각은 저 멀리 떠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다행히 윤석열의 의지와 약속은 강고(强固)했다. 취임 당일 청와대를 개방하라는 명령은 지엄했다. 누구도 이견을 달 여지를 주지 않았다.

청와대 이전은 대통령의 의지만 있으면 어떤 반대도 뚫고 나갈 수 있다는 확신을 줬다. 개방 44일 째가 넘었다. 그동안 관람객수가 100만이다. 하루에 몇 만 명씩 맘 놓고 대통령들이 살던 집을 구경한다. 집도 웅장하고 잔디도 푸르며 온갖 나무들도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뒷산 북악산과 어울려 풍수로도 으뜸이다. 배경을 뒤로 인증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표정은 행복하다. 그러나 우리는 청와대에 가면서 맨 먼저 생각해야 되는 것이 4.19혁명임을 명심해야만 한다. 청와대를 구경거리로만 생각하면 이를 개방한 윤대통령의 깊은 뜻을 저버리는 일이다. 대통령이 집무하던 이곳은 한 때 경무대로 12년을 지탱했다. 부정부패에 물들었던 이승만정권이 영구집권을 위하여 부정선거를 자행하다가 학생들의 궐기로 물러나야 했다. 그냥 물러나지 않고 열화같은 학생들의 외침을 향하여 무자비한 총질을 했다. 4.19혁명 희생자가 186명이며 부상자도 6천여 명이다. 청와대는 겉으로 아름답지만 안으로 국민의 치열한 희생이 있었음을 알려야 한다. 4.19혁명을 되새길 수 있는 안내문이 반드시 게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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