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낯선 장벽 넘으면 별천지가 펼쳐진다
[외계+인] 낯선 장벽 넘으면 별천지가 펼쳐진다
  • 김민주
  • 승인 2022.07.2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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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뇌에 외계인 갇히고
도인들 치열한 신검 쟁탈전
2022년과 고려 오가는 설정
접점 없던 시공간과 인물들
중반부터 맞물려 전개 속도
특수효과 섞은 액션도 강점
SF·액션·사극·로맨스 혼재
생소하지만 도전정신 ‘으뜸’
영화 ‘외계+인’ 1부 스틸컷. CJ ENM 제공

어릴 적 한 번쯤 상상해 본 적 있다. 외계인은 진짜 있을까? 내가 ‘삼국유사’(三國遺事) 속 도술을 쓸 수 있다면? 최동훈 감독이 어릴 적 마냥 꿈꿔왔고 바랬던 상상이 영화 ‘외계+인’으로 구현되었다.

2022년 서울, 오래전부터 외계인들은 인간의 뇌에 외계인 죄수를 가둬왔다. 외계인의 소행을 지구인들은 알지 못한다. 종종 죄수들이 인간의 뇌에서 탈출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를 막기 위해 로봇 가드(김우빈)와 썬더(김대명)는 지구에 오랜 시간 머물게 된다. 죄수의 탈옥을 막던 중 썬더는 우연히 남겨진 아기를 지구로 데려와 ‘이안’이라는 이름을 붙여줬고 현재까지 외계인 가드·썬더, 인간 ‘이안’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630년 전 고려 말, 도사 무륵(류준열)은 도술로 손쉽게 도둑들을 잡아 관아에 넘기고 현상금을 챙기며 살고 있다. 어느 날 사람이 아닌 신검에 엄청난 현상금이 걸리자 무륵은 신검을 찾아 나서고 신검을 손에 넣으려는 ‘천둥을 쏘는 처자’ 이안(김태리)과 맞닥뜨린다. 여기에 삼각산의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 그리고 악의 세력 밀본의 수장인 자장 법사(김의성)까지 가세하면서 신검을 차지하려는 자들의 치열한 대결이 펼쳐진다.

영화 ‘외계+인’은 최동훈 감독이 처음으로 시리즈물 연출에 도전한 작품이다. 최동훈 감독은 ‘범죄의 재구성’으로 데뷔해 ‘타짜’로 흥행에 성공, 2012년 영화 ‘도둑들’로 첫 천만, 3년 뒤 ‘암살’로 다시 한번 천만 관객을 넘어서며 두 편의 천만 영화를 만든 감독이다. 케이퍼 무비(무언가를 강탈하거나 훔치는 내용을 담은 범죄 영화)를 한국 영화에 정착시키는 데 큰 공헌을 해왔다.

그런 최 감독의 영화 중 유독 이질적인 작품이 하나 있다면 영화 ‘전우치’가 바로 떠오를 것이다. 화려한 도술 액션과 재치 있는 만담으로 마니아층을 모았던 ‘전우치’의 연장선상으로 영화 ‘외계+인’이 탄생했다. ‘외계+인’ 1부는 와이어 액션이 주가 되는 중국 무협풍 액션들이 가득하며 캐릭터들의 능청스러운 티키타카가 돋보이는 케미스트리 등 소소한 볼거리가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이런 오락적 요소가 가득한 영화 ‘외계+인’ 1부이지만,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도 즐거움 대신 ‘이런 영화가 있었나?’란 혼란스러운 감정을 더 크게 느낄 수도 있다. 한국 영화에선 보기 드문 SF 판타지, 그것도 도사와 외계인, 타임슬립 등 잡다한 요소를 더한 낯선 설정에서 한차례 벽에 부딪히고, 고려 시대와 현대를 넘나들며 진행되는 타임라인에 한 번 더 고개를 갸웃하게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낯섦의 장벽을 넘기만 하면 거대한 세계관을 1부에서 디테일하게 보여주겠다는 최 감독의 연출이 이해되며 점차 의문의 벽을 깨고 영화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과거와 현재로 나뉘어 산만하게 느껴지던 스토리는 중반부 이후부터 차츰 정교하게 맞물려지며 이야기 전개 속도에도 힘이 붙는다.

현대와 과거를 잇는 유쾌한 연결고리도 있다. 두 시간대를 자연스럽게 교차해서 이어주니 몰입감이 커진다. 고려 말에 권총, 자동차가 등장하는데 이를 과거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재밌게 해석한다. ‘떡밥’들도 제대로 회수한다. 접점이 없어 보이던 시공간, 인물들의 이야기는 결국 하나가 된다.

또한 ‘외계+인’ 1부는 캐릭터들의 향연이다. 한 영화에 모으기 어려울 정도의 주·조연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특히 김우빈은 본 캐릭터인 가드 역은 물론, 썬더가 만들어낸 또 다른 가드들을 통해 1인 4역을 소화하며 완벽한 열연을 펼친다. 류준열, 김태리, 염정아, 조우진의 연기도 흠잡을 곳 없다. 류준열과 김태리는 데뷔 때부터 인정받아 온 흐트러짐 없는 연기로 영화의 주된 스토리를 이끈다. 염정아와 조우진은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로 환상적인 티키타카를 만들어 내며 영화에서 그들이 등장하면 관객들은 절로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리고 VFX(시각 특수효과)로 구현된 화려한 액션도 이 영화의 강점이다. 초대형 우주선이 서울 시내 한복판을 날아다니고 고층 건물이 무너지고 붉은색 외계 대기가 상공에서 터지는 등 주요 장면 대부분이 VFX를 통해 구현됐는데 실제처럼 리얼하다. 또한 하늘을 뛰는 듯한 도사들의 움직임, 이들이 부리는 도술 등은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물론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영화 ‘외계+인’의 호불호는 분명 나뉠 것이다. SF, 액션, 판타지, 퓨전 사극, 로맨스, 가족, 케이퍼 무비…영화 ‘외계+인’ 1부는 수많은 영화 장르가 혼종 됐다. 신선하지만 누군가에겐 생소할 수 있다. 또한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 작품에 넣으려다 보니 재미가 반감되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외계+인’의 도전정신은 반갑다. 최동훈 감독의 색깔로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점은 확실하며 이는 결국 한국 영화 장르 다변화가 시작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민주기자 k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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