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두려움과 부러움 사이에서 휘어지는 척추
[의료칼럼] 두려움과 부러움 사이에서 휘어지는 척추
  • 승인 2022.07.2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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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행복한재활의학과 대표원장
척추측만증은 척추가 정면이나 뒤에서 봤을 때 옆으로 휘어지는 병이며 주로 청소년기에 많이 발생합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백 명에 한 두명 꼴로 발생하기 때문에 아주 흔한 질병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년 전 만하더라도 세계적인 통계와 큰 차이가 없었는데 20년 전부터는 확연하게 차이가 날 정도로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15년 전에는 백명에 약 5명, 10년 전에는 7명 꼴로 많아졌고 최근에는 약 20명 전후로 늘어나 매우 흔한 병이 되었습니다.

왜 최근 20년 사이 우리나라에는 측만증이 이렇게 10배나 더 많아졌을까요? 실제 심각하게 진행하는 특발성 측만증의 비율이 단기간에 이만큼 높아지기는 어렵습니다. 특발성 측만증은 뚜렷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척추 자체가 비틀어지는 성질을 가지는 고약한 병입니다. 최근 청소년기에 척추측만증이 많아진 것은 이런 고약한 질병보다는 척추와 근육의 기능적 이상에 가까운 부정렬증후군이 많아진 것이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겉보기에 척추가 휘는 것은 비슷하여 특발성 측만증과 부정렬 증후군이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뭉뚱그려 척추측만증이 많이 발생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면 왜 이렇게 부정렬 증후군이 늘어난 것일까요? 특발성 측만증과 부정렬 증후군 모두 척추주변의 근육이 약해지면 더 잘 발생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청소년들의 척추주변의 근육은 왜 이렇게 약해졌을까요? 오랫동안 앉아서 생활하며 신체활동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입니다. 한참 근골격계가 성장할 시기에 앉아서 책상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척추주변 근육이 약해지고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기가 어렵게 되어 척추가 휘는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봅니다.

세계적인 심리학자인 조던 피터슨 교수는 성인들도 하루에 3시간 이상 집중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집중시간이 훨씬 더 짧아서 대체로 30분 이상 집중하기가 어려운데 배우는 내용이 흥미롭지 않다면 더욱 자세를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해야 할 숙제와 집중해야 할 공부시간이 비현실적으로 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과 선생님 말씀을 거스르고 싶지 않은 착한 아이들이 많습니다. 하긴 그것 외에는 달리 마땅한 선택지도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조선시대에는 과거시험 외에는 사회적인 성공을 위한 별다른 방법이 없어서 모두가 과거시험 하나에 목을 매고 있다 보니 그 당시에도 부정행위와 과외가 상당히 만연했습니다. 21세기 초연결 사회를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에게도 조선시대 과거처럼 수능시험 하나만이 유일한 길일까요?

두려워하면 그것을 피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 돈을 쏟아붓기 마련이죠. 반대로 부러운 것이 있다면 그것을 잡으려고 시간과 노력, 돈을 쓰게 됩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두려움을 뒷바퀴로, 부러움을 앞바퀴로 삼아 돌아가는 수레와 같습니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고 아무것도 부럽지 않다면 소비를 하지 않으니 자본주의는 굴러가지 않습니다. 두려움과 부러움을 조장하여 무한동력기관처럼 스스로 끝없이 굴러가고 싶은 것이 자본주의의 욕망입니다.

부모님들은 경쟁으로 가득한 이 전쟁터같은 세상에서 아이들이 잘 살지 못할까봐 두려워합니다. 한편, 큰 아파트나 자동차나 멋진 휴양지에 가는 것을 부러워하여 시간과 노력, 돈을 씁니다. 우리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사랑의 말을 주고 받으면서 아름다운 기억들을 만들어 가야 할 그 많은 시간, 노력, 돈을 자본주의가 굴러가게 하기 위해 낭비하는 것은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요? 심지어는 나라도 보장해 주지 않는 노년의 안정된 삶을 위한 돈까지 모두 불확실한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며 낭비하게 하는 자본주의의 속성은 가혹하기까지 합니다.

뇌가 활발하게 활동하며 집중하는 것은 몸을 움직이는 것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노인들의 치매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앉아서 화투를 치는 것이 아니라 걷기인 것처럼, 아이들의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도 신체적 활동입니다. 앉아서 책만 보는 것보다 활발하게 활동을 한 후에 책을 볼 때 몰입하기가 더 쉽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부모님이 늘 불안해 하는 아이들의 미래를 아이들이 창의적으로 열어나가게 될 것입니다.

좀 덜 앉고, 좀 더 걸으며 아이들의 척추도 바로 세우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모님의 삶의 기준도 바로 세우면 좋겠습니다. 우리 세대가 살아온 세상보다 더 자유롭고 풍요로운 세계를 우리 아이들이 꼿꼿하고 당당하게 열어가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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