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서아트센터 김윤종 개인전…낮에서 밤으로, 계속되는 '하늘보기'
달서아트센터 김윤종 개인전…낮에서 밤으로, 계속되는 '하늘보기'
  • 황인옥
  • 승인 2022.07.24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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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낮의 특이한 구름 작업
목가적이면서 절제된 감정 중점
입체적인 표현 위해 붓질 반복
칠흑같은 밤 잔잔한 별 ‘새 주제’
바쁜 현대인에 힐링·위안 전달
김윤종작-하늘보기
김윤종 작 ‘하늘보기’
 
김윤종
 
구름은 동서고금(東西古今)의 수많은 화가들이 그린 단골 소재다. 구름 그림으로 가장 강렬하게 뇌리에 남은 작품은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귀를 자르고 정신병자 취급 받던 시기의 소용돌이치는 감정 상태를 처절한 구름의 움직임으로 표현한 작품인데, 그의 불후의 명작으로 남았다.

김윤종 작가는 구름 작가로 통한다. 2007년 구름을 소재로 한 ‘하늘보기’ 연작을 발표한 이후 15년간 구름에 매달렸다. 달서아트센터 개인전에 걸린 ‘하늘보기’ 연작에서 15년간 구름과 사투를 벌인 그의 열정이 농축되어 있다.

◇ 배경으로 치부되던 구름을 화면의 중심에 놓다.

구름에 관한한 그는 국내 미술계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통한다. 구름이라는 흔하디흔한 소재로 15년을 매달린 결과, 일명 ‘구름 화가’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반열에 올랐다. 그의 구름은 고흐의 고뇌와는 결이 사뭇 다르다. 휘몰아치는 구름의 형세를 내면의 기세에 실으면서 절제미의 아름다움으로 돌려놓는다. 그 결과 드러나는 화면 속 구름은 지극히 목가적이며 평온하다. “실제로 존재했던 구름의 형상과 당시 저의 감정상태가 복합적으로 관여하면서 새로운 구름 형상이 드러납니다.”

그의 자연풍경은 구름이 화면의 중심을 잡고, 땅 위의 산이나 바다 혹은 들판이 판세를 거드는 형국을 취한다. 화면 속 구름과 산과 바다는 모두 그가 직접 채집한 조형적인 재료들이다. 화면 속에서 완벽하게 하나의 풍경처럼 묘사된 풍경들은 사실은 분절된 두 개 이상의 소재들이 결합된 결과다. 주체와 객체의 분리는 완벽한 구름의 서사를 완성하기 위한 최상의 대안이었다. “주제가 되는 하늘과 구름의 형상을 먼저 포착하고 그 분위기에 맞는 땅 위의 풍경을 결합시키는 이유는 구름의 기운을 최대한 살리기 위함입니다.”

구름은 솜사탕 같은 보드라움과 변화무쌍함을 매력으로 하지만, 진정한 가치는 태양도 집어삼킬 정도의 강인함에 있다. 구름이 위대한 이유는 바로 그 강인한 속성에 있다. 비를 뿌리며 만물을 키우는 속성이 어머니의 역할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다른 차원에서 구름의 가치도 만만치 않게 언급할 수 있다. 예술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이다. 태고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생성되었다가 사라지는 구름의 모습은 동서고금 화가들의 단골소재가 됐다. “자연을 정복하려는 인간의 탐욕이 닿지 않는 하늘 위의 존재인 까닭에 구름은 인위(人爲)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고, 그 외형과 속성은 본성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그의 구름은 풍경보다 정물의 개념에 가깝다. 원경의 구름을 정물화의 시점으로 관람객의 눈높이로 끌어 당긴다. 근경의 구름은 마치 관람객의 손에 잡힐 듯 현실적이다. 나즈막한 시선은 탁 트인 시원함을 선사한다. 100호 이상의 대형 캔버스에 구름과 지면 풍경을 8대 2나 9 대 1까지 화면을 분할하고, 관람자의 눈높이와 동일한 지점에 구름을 놓은 결과다.

“화면구성을 잘 하는 것도 화가의 기본조건”이라고 믿는 그는 주연인 하늘과 조연인 땅 위 풍경을 재구성하는데 탁월성을 보여준다. 한껏 끌어올린 하늘의 광활함은 구성력의 결실이다. 하늘 위 다양한 풍경을 평화롭거나 기운찬 상태로 집중화하고, 그 아래 바다나 산의 형상은 최대한의 절제미로 구성하며 감정의 기름기를 쫙 뺀다. 그의 붓끝에서 일어나는 강약 조절은 흡사 무희의 춤사위처럼 자유롭다.

“대개의 경우 풍경이 주연이고 하늘이 조연인데 저는 그런 일반적인 구성에서 자유롭고 싶었어요. 하늘이 주연이고 그 아래 풍경이 조연이죠. 조연을 주연인 하늘을 웅장하게 보이도록 하는 비교 수단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 구름의 물성 표현에 사활을 걸었다.

구름 표현에 있어 그가 가장 역점을 두는 점은 ‘구름 특유의 물성’을 살리는 것이다. 솜사탕 같은 보드라운 구름의 감촉을 최대한 살린다. 수십 번의 겹쳐진 붓 터치의 결과 그의 구름은 현실의 구름처럼 보드랍고 몽글몽글하다. 평면이지만 마치 입체 같은 느낌은 그가 의도한 결과다. 평면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실물의 느낌을 살리는데 최대한의 열정을 할애한 끝에 얻은 결실인 것. “찰나의 순간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구름이지만 특유의 폭신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반복적인 붓질을 가합니다. 그래야 기운생동(氣韻生動)하는 입체적인 구름의 형상을 표현 할 수 있거든요.”

그가 뭉게구름에서 발견한 것은 다양한 조형미다. 마치 삼라만상을 다 품고도 남을 형태의 다양성에 매료됐다. 그 하늘 풍경을 화면에 옮길 요량으로 사진을 찍고 현장의 느낌을 메모한다. 구름을 그림의 주제로 채택한 것은 의도하지 않은 우연의 산물이었다. 80년대에 사회발언적인 작업을 병행하다 자신의 옷이 아님을 간파하고 원초적인 자연풍광을 그리던 차에, 소재에 대한 고민에 빠지면서 구름을 만났다. 국내의 원시 풍경은 얼마 못가 소재의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고, 소재의 고갈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대상을 찾으면서 구름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전매특허인 ‘하늘보기’ 연작은 전라도 지방 스케치여행길에서 만난 비 게인 후의 강렬한 구름이 첫 인연이 됐다. “스케치 여행길에서 목포 부근의 어느 도로에서 비 그친 후 해가 나오면서 구름이 장관인 맑은 하늘이 눈앞에 펼쳐졌어요. 저 풍경이 내가 찾던 최고의 자연 소재가 아닌가 싶었어요.”

‘하늘보기’ 연작은 눈에 보이는 세계를 재현한다는 측면에서 구상 계열로 분류하지만, 작가의 감정상태가 깊게 개입된다는 점에서 심상적인 태도도 없지 않다. 스케치여행에서 포착한 구름을 촬영하고, 그때의 감상을 메모하고 작업실에서 그 감정상태를 떠올리며 표현해 낸다는 점에서 그렇다.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과 감상이 공존하는 가운데 화면에서는 구름의 대서사가 위용을 드러내게 된다. “저의 하늘 구름 풍경은 모두 제가 경험하고 오감으로 감각한 풍경들이어서 단순한 구상을 뛰어 넘습니다.”

구름을 주구장창 그렸지만 변화도 엿보인다. 작업 초기에 평화로운 구름을 선호했다면, 지금은 평소에 보지 못하는 인상적인 구름을 포착한다. 조금은 특별한 사건으로 기록하고 싶은 순간의 구름을 인상적인 형상으로 표현한다.
 

김윤종작-하늘보기
김윤종 작 ‘하늘보기’

◇ 밤하늘 신작으로 낮하늘과 대비 시도

이번 전시에는 찬란한 대낮의 하늘풍경과 대비되는 밤하늘의 풍경도 펼쳐놓았다. 칠흑 같은 어두운 밤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수많은 별들을 주제로한 작품이다. “밤하늘에도 낮의 하늘처럼 구름과 바람이 지나간다. 단지 암흑에 가려서 보이지 않을 뿐이다. 밤하늘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공존인데, 그것을 이번에 밤하늘 작업을 통해 새롭게 표현해 봤다”는 것이 신작 탄생 이유다.

‘하늘보기’는 어린 시절 경북 영양에서 무시로 보았던 자연 풍경으로부터 시작됐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인 지리적 특성상 하늘은 어린 그에게도 탁 트인 개방감으로 다가왔다. 영양의 호방한 하늘에 일찍 마음을 빼앗겼고, 하늘은 어린 소년의 상상의 원천이 되었다. 특히 밤하늘 풍경은 유년시절 어머니 등에 업혀 집으로 돌아오다 바라본 풍경이 단초가 됐다. “때 묻지 않은 영양의 밤하늘에 쏟아져 내리던 별들에서 아름다움의 원형을 보았어요.”

명암과 형태가 뚜렷한 낮의 하늘과 밤의 하늘은 비교불가다. 칠흑처럼 어두운 밤하늘에 보이는 것이라곤 별 밖에 없고, 그마저도 선명하지 않다.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그의 복안은 추상적 요소의 접목이었다. 낮의 하늘은 누가 봐도 구상인데, 밤의 하늘은 추상과 구상의 혼재로 특유의 감성을 잡아낸다.

밤하늘은 별 천지지만 사실 그 속에는 낮의 풍경도 품고 있다. 단지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는 그 모든 하늘을 밤하늘 속에 품고 싶어한다. 그 선택지가 추상이었다. 흰 캔버스위에 다양한 색으로 바탕을 추상으로 표현하고, 별 모양은 자유롭게 찢은 테이프로 칠해진 바탕 위에 회화적 요소를 고려하여 덮는다. 그 위에 다시 짙은 색을 칠한 뒤 떼어내면 그 흔적으로 별이 쏟아져 내리는 밤하늘이 모습을 드러낸다.

“테이핑 한 것을 떼어낼 때 의도했던 결과가 나올지 기대하지만 우연적인 결과가 드러나기도 합니다. 그럴 때 오히려 더 쾌감을 느끼죠. 그렇게 특별한 기법은 아니지만 소재에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했고, 늘 해오던 작업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니까 즐거움은 배가 되는 것 같아요.”

이번 전시에는 가로 8m 크기의 작품 등 대형 작업들이 걸렸다. 코로나 19로 바깥 활동이 자유롭지 않았던 관람객들에게 탁 트인 하늘을 선사하며 위안을 건네고픈 의미를 두고 대형 작품 위주로 걸었다. “하늘을 바라볼 여유조차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제 작품이 힐링과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번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작가의 자연을 통한 명상과 자연을 관조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8월 11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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