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갤러리] 그리고 나는 말이 되었다
[대구갤러리] 그리고 나는 말이 되었다
  • 승인 2022.07.2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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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응 작


신응 작가
신 응 작가
그날을 잊을 수가 없다. 가업으로 운영하고 있던 승마장에서 일을 도우면서 하루하루 도살장에 끌려가듯 무겁고 두려운 맘으로 일과 꿈 사이에서 방황하며 트러블이 끊이지 않았던 그때…우연히 좁은 공간에 갇혀있던 말은 드넓은 곳으로 풀어졌고 차가운 철장을 박차고 뛰어오르며 발산되는 힘과 스피드 터질듯한 함성에 요동치는 근육들… 그 찰나의 순간이, 자유를 향한 역동을 넘어선 그 미친듯한 모습이 쐐기 박히듯 심장으로 박혀버렸고 난 그 자리에서 숨이 멎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말(Horse)이 되었다."
말은 초식동물이다. 포식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움츠려 있지 않고 기개가 거침이 없으며 활기차다. 특히 어떠한 감정을 표현함에 있어 꾸밈이 없이 발산되는 엄청난 에너지와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에 맞서는 말의 모습에 깊이 매료되었고 맘속 깊은 곳에 표출하고 싶지만, 막상 그럴 수 없는 미묘한 마음들을 말(馬)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표현하게 되었다. 나는 작업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부지기수로 일어나는 갈등과 고민들로 인한 현대인의 끝이 없는 고뇌와 그 고통의 연속성을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감정들은 스스로가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사회 속에 살아가면서 수없이 감수하며 동시에 감내해야 하는 문제이다.
나는 특히 고뇌하게 만드는 장애요소 중 스스로와의 갈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보통의 캔버스 內 세상은 작가만의 이상적인 공간을 표현하고 있으나 나는 캔버스라는 한정된 공간이 본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이상을 담기에는 작고 답답하게 느껴졌고 마치 스스로가 지금 깨고 있지 못하는 현실이라는 족쇄의 이미지로 다가왔다. 그 족쇄를 끊어 내기 위한 움직임은 이제 캔버스를 벗어나 또 다른 공간으로 향해 있지만 작가의 마음을 표현하는 매개체인 말(馬)이 캔버스를 완벽하게 벗어나 있지 아니 함은 이상과 현실을 완전히 분리해 타협을 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선택 앞에 서야 하고 책임과 의무와 경쟁 속에서 늘 머리와 가슴에 무거운 짐 하나를 짊어지고 현실에 매여 세상을 마주하는 우리의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의 상황은 늘 부정적일 수 있지만 항상 작품 속 주인공인 말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불구하고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한 긍정적인 준비 자세를 취하고 있다.

※ 신응 작가는 개인전 9회의 개인전과 대구 SPACE129 '2022 Traces of life'전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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