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여인호
  • 승인 2022.07.25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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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 방정환 선생을 중심으로 한 색동회가 주축이 되어 제정된 ‘어린이날’은 올해 5월, 100회를 맞이하여 여러 곳에서 다채로운 기념행사가 진행되었다.

‘어린이’는 17세기부터 써온 말로서 어리다의 의미가 어리석다에서 어리다의 관형사형 ‘어린’에 의존명사 ‘이’가 결합되어 형성되었다. 즉 아이를 한 사람의 독립된 사회 구성원으로 대해야 한다는 의미로 방정환 선생이 어린 사람의 의미를 담고 남녀 유소년을 다 함께 부르기 위하여 ‘어린이’라는 말을 새롭게 쓰기 시작하여 오늘날의 어린이가 된 것이다.

다음 세대를 책임지고 자라날 어린이들이 존중받고 행복하게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어린이가 존중받는 어린이날이 되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이를 무색하게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5월 19일부터 6월 15일까지, 부모 동반 제주 한 달 살기에 나선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등교하겠다는 날짜에 등교는 물론 연락도 되지 않아 학교에서 실종 신고를 하였고 이들을 찾기 위한 수사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지난달 28일 완도 신지면 앞바다에서 안타까운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이는 가족이 탄 승용차가 발견됐다.

아직 의사결정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미성년의 자녀는 부모가 함께 하자는 무언의 압력에 어떤 마음이었을까? 부모와 함께 한 조양의 몸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부검 결과에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내 자식, 내 식구 내 맘대로 한다는 우매한 사고(思考)와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오만한 생각이 결국은 꽃이 피지도 못하게 무참히 꺾은 사고(事故)가 아니라 사건인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러한 사건을 우리는 동반 자살이라 부르지 말아야 한다.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동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그는 삶의 최악의 위기속에서도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를 충분히 피력하고 있다.

미하엘은 이승의 영을 거두어 가는 천사다. 하지만 그는 며칠 전에 남편을 잃고 갓 태어난 쌍둥이 어미의 영을 거두는 일은 차마 할 수 없다고 항의하다 세 가지의 숙제를 안고 인간으로 살아가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사람의 마음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하는 숙제다.

가난한 구두가게 주인 세모나 부부를 통해 사람의 마음에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첫 번째 숙제를 풀게 된다.

그날 해가 지기 전에 죽어야 하는 자신의 죽음을 전혀 모른 채 1년을 신어도 모양이 변하거나뜯어지지 않는 장화를 주문한 부자를 통해 사람은 자신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아는 능력을 갖지 못한 것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6년이 지난 어느 날, 쌍둥이 여자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인을 보고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하느님의 용서를 받아 천사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성경의 요한 1 서, 4장 12절에 “어느 때나 하느님을 본 사람이 없으되 만일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느님이 우리 안에 거하시고 그의 사랑이 우리 안에 온전히 이루어지느니라.”라고 기록되어 있다.

우리는 미하엘처럼, 부모라는 명분 아래 인간의 잣대로 신께 반항하는 오류를 범하지는 않는지 한 번 쯤 살아온 삶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강순화 <글로벌교육재단 교수·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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