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다무포하얀마을] 작은 어촌의 ‘하얀 변신’…한국의 산토리니 꿈꾼다
[포항 다무포하얀마을] 작은 어촌의 ‘하얀 변신’…한국의 산토리니 꿈꾼다
  • 배수경
  • 승인 2022.07.25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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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14코스 ‘이국적 풍광’
한때 마을 앞바다까지 고래 회유
2019년 마을 공동체 사업 선정
매년 7·8월 담벼락 페인팅 진행
도자기 타일에 ‘나만의 고래그리기’
마을 입구 대형고래벽화로 탄생
올해 해변가해파랑소원길 조성
해녀 다이닝 체험 행사도 준비
구룡포에서 호미곶으로 이어지는 해파랑길 14코스를 걷다보면 만나게 되는 다무포 마을이 포항의 산토리니로 주목을 받고 있다. 주민의 고령화로 소멸위기에 있던 마을은 하얀 담벼락과 파란지붕으로 새단장 하면서 '찾고 싶은 마을', '머물고 싶은 마을'로 변신중이다.   

 

2022 경상북도 마을이야기, 포항 다무포하얀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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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담벼락과 파란지붕이 눈길을 끄는 다무포하얀마을.

구룡포에서 호미곶으로 이어지는 해파랑길 14코스(영일만 남파랑길)를 자박자박 걷다보면 하얀 담벼락과 파란 지붕이 눈길을 끄는 작은 어촌마을이 나타난다. 차로 지나가면 놓치기 쉽지만 걸으면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이국적인 풍광에 마음을 뺏긴 이들을 위해 등대를 바라보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하얀 벤치 몇 개가 바닷가를 지키고 있다.

이곳이 바로 요즘 여행블로거와 SNS를 통해 ‘포항의 아름다운 마을’로 입소문이 나고 있는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강사1리, 다무포하얀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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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무포하얀마을 바닷가에 등대를 바라보며 잠시 쉴 수 있는 벤치가 마련되어 있다.

숲만 무성하고 없는게 많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다무포(多無浦), 나무가 많다해서 다목포라고도 불리는 마을은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맑은 바닷물과 적당한 수온이 고래가 새끼를 낳고 회유하기 좋은 조건을 가져 한때는 마을 앞바다까지 수십마리씩 고래가 찾아오던 곳이었다. 이런 까닭에 고래잡이로 풍족함을 누렸던 마을은 1986년 국제협약에 의해 상업적인 포경이 금지가 되면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2008년에는 고래생태마을로 지정돼 전성기의 영광을 되살릴 기대도 있었으나 사업이 유명무실하게 되면서 구룡포와 호미곶 등 전국적으로 이름난 관광명소와 불과 5분거리지만 큰 존재감없이 스쳐지나가는 마을이 되어버렸다.

이런 다무포마을이 최근 하얀 담벼락과 파란 지붕 옷을 입으며 포항의 산토리니로 주목을 받고 있다. 마을의 변신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중심에 이나나 다무포하얀마을만들기 총괄위원장(위덕대교수, 관광두레 PD)이 있다.

하얀색으로 변신한 담벼락과 어우러진 예쁜 꽃들도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하얀색으로 변신한 담벼락과 어우러진 예쁜 꽃들도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마을의 첫 인상을 ‘작지만 참 예뻤다’라고 이야기하는 이 위원장은 ‘포항시 도시재생 마을 공동체 역량강화 사업’의 대상지로 다무포 마을을 주목한다.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던 그는 어떤 사업이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까 고민하던 중 담벼락 페인팅을 생각해낸다. 그리스의 작은 해안마을인 산토리니가 전세계의 관광객들이 가고 싶어하는 아름다운 마을로 손꼽히는데 착안해서다. 그의 제안에 마을 주민들은 ‘한번 해보라’며 쾌히 자신의 집 담벼락을 내준다. 사실 처음에는 얼마 안가 포기할 줄 알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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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무포 하얀마을에는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주말이면 자원봉사자들로 북적인다.

주어진 예산은 페인트를 사고 인건비를 충당하기에 턱없이 모자랐지만 이를 마중물 삼아 4년째 담벼락 페인팅 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다. 부족한 부분은 기부와 자원봉사로 메워간다. 첫해에는 일면식도 없던 페인트회사를 찾아 사업의 의미를 설명하고 도색에 필요한 페인트 기부를 부탁했다. 사업의 취지에 공감한 ㈜노루페인트가 첫해에 페인트 100말을 기부한 이래 지금까지도 꾸준히 페인트를 지원하는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다.

이밖에도 개인과 단체의 일손과 페인트기부, 봉사자들을 위한 점심식사 제공 등 후원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누구 한사람의 힘이 아니라 이름모를 많은 사람들의 자발적인 마음과 손길이 모여 포항의 산토리니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무포 하얀마을에는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주말이면 자원봉사자들로 북적인다.
다무포 하얀마을에는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주말이면 자원봉사자들로 북적인다.

 

마을 담벼락 페인팅은 해마다 7, 8월 두달에 걸쳐 주말마다 상시로 진행된다. 왜 하필 한여름일까 싶지만 아이들의 방학, 직장인의 휴가에 맞춰 온가족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란다.

담벼락 페인팅에는 별다른 솜씨가 없어도 문제가 없다. 페인트가 묻어도 괜찮은 옷과 열정만 갖고 오면 된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낙서 아닌 낙서를 맘껏 해도 되는 시간이라 유치원, 초등학생들도 신이 나서 롤러를 놓지 않는다고 한다. 칠하는 재미에 봉사점수까지 챙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우중충한 회색블럭 담벼락에 흰색 페인트만 칠했을 뿐인데도 마을은 눈에 띄게 아름다워졌다. 하얀색으로 변신한 담벼락에 오렌지색 능소화, 보라색 해국 등이 어우러진 풍경도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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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무포 마을 입구에는 자원봉사자들이 그린 소원타일로 만든 대형고래벽화가 있다.

 
페인팅 봉사가 끝나면 도자기 타일에 나만의 고래그리기 체험도 이어진다. 자원봉사자들이 그린 1천장의 ‘나만의 고래’ 소원타일은 마을 입구에 대형고래벽화로 재탄생해 마을을 찾는 이들을 반겨준다. 자기가 그린 그림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해 해마다 이곳을 다시 찾을 이유를 만들어준다. 올해부터는 봉사자들이 그리는 소원타일을 마을 해변가 도로변에 붙여 해파랑소원길로 조성할 예정이다.

주민들은 마을에 당장 수익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지만 마을을 예쁘게 만들다보면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귀촌하는 젊은이들도 생겨 마을이 활기를 띨 거라 기대한다. 더운 날씨에 마을을 찾는 봉사자들이 고마워 주민들이 대접하기 시작한 해풍국수는 이곳의 명물이 되었다. 그 맛과 정을 못 잊어 해마다 봉사를 오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다무포하얀마을에서는 해녀체험을 비롯 다양한 체험도 함께 할 수 있다.
'다무포 하얀마을 해녀랑 고래랑 담벼락 페인트축제'에서는 해녀복입고 사진찍기, 해녀물질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올해로 4년차가 되는 마을 담벼락 페인팅은 이제는 하나의 문화행사, 전국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는 7월 16일부터 시작된 페인팅이 8월 21일까지 이어진다. 8월 20일에는 ‘다무포 하얀마을 해녀랑 고래랑 담벼락 페인트축제’가 화려하게 펼쳐질 예정이다.

담벼락 페인팅과 나만의 고래 소원타일 그리기와 함께 해녀다이닝체험, 바다 음악제 등 준비하고 있는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해녀다이닝체험에는 마을의 해녀들이 직접 따온 전복과 소라, 참고동이 무료제공된다.

다무포마을에는 27명의 해녀가 아직도 물질을 한다. 인근 마을에서는 가장 많은 숫자다. 이런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해녀마그넷과 한지로 만든 해녀 등 기념품도 개발하고 해녀복입고 사진찍기, 해녀물질체험 등 체험프로그램도 다양화했다. 해녀가 직접 채취한 자연산 돌미역, 자연산 전복 등도 상품화했다.

130여가구 180여명의 주민들이 거주하는 한적한 어촌마을, 마을 주민의 고령화로 소멸위기에 처했던 다무포하얀마을은 ‘찾고 싶은 마을’, ‘머물고 싶은 마을’로 주목을 받으며 체험과 휴양을 겸한 관광거점마을을 꿈꾼다.

김기영·배수경기자

<우리 마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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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나 다무포하얀마을만들기 총괄위원장과 정영달 이장.

 

정영달 이장·이나나 다무포하얀마을만들기 총괄위원장...“담벼락페인팅·해녀체험 공식관광축제로”

고래가 줄지어 마을 앞 해변으로 들어와서 새끼를 낳고 다시 큰 바다로 나가는 것을 보고 자란 소년은 고희가 넘은 나이에 마을의 전성기를 다시 맞이할 기대로 가슴이 벅차다. 마을에서 나고 자란 정영달 이장은 70이 넘는 나이지만 마을에서는 청년이다. 마을 어른들이 수시로 전화를 걸어와도 밤낮가리지 않고 바로 달려나간다. 마을에 대한 그의 진심을 아는 주민들 중에는 마을사업에 보태쓰라며 봉투를 찔러주고 가는 이도 있다. 연세 많으신 어른들도 대접받으려고 하기보다 자원봉사자들에게 직접 국수를 삶아 대접하는 등 마을 일에 적극적이다. 자기 잇속만 따지기 마련인 팍팍한 세상에 이렇게 정겨운 이웃들이 있으니 밤낮없이 일해도 기운이 난다. 올해 페인팅 축제를 제대로 정착시키고 나면 올 하반기부터 준비해서 내년에는 하천을 정비한 민물수영장도 오픈할 계획이다.

사미니해수욕장은 물이 깨끗하고 수심도 얕고 파도도 잔잔해 차박지로도 인기있는 숨은 명소다.
강사미니해수욕장은 물이 깨끗하고 수심도 얕고 파도도 잔잔해 차박지로도 인기있는 숨은 명소다.

 

“강사미니해수욕장과 가까운 곳에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민물 수영장도 조성할 계획입니다. 바다와 이어지는 하천을 수영장으로 바꾸기 위해 이미 3년전부터 풀 베고 바닥의 돌 고르고 정리작업은 다 해놨습니다.” 어린이들이 와서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놓으면 마을을 찾는 이도 늘어날 거라 기대한다.

강사미니해수욕장은 물이 깨끗하고 수심도 얕고 파도도 잔잔해 차박지로도 인기있는 숨은 명소다.

마을에 당장 수익이 발생하는 건 아니지만 그는 페인팅을 통해 마을이 아름다워지면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마을에 젊은이들도 들어올 거라 기대한다. 외지인에 대한 텃세는 걱정 안해도 된다. 마을로 이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예술가의 직감이었을까, ‘이 예쁜 마을이 지금의 세대가 돌아가시면 없어질 수도 있겠다. 마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에 맞는 하얀마을을 만들어 과거의 영광을 되살려보자’ 마을의 풍경에 반해 이나나 위원장은 4년째 하얀마을만들기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마을을 관광체험마을로 만들어 담벼락페인팅 체험과 해녀체험을 공식관광축제로 만들고자 합니다. 고래가 뛰어놀던 마을의 옛 이야기를 스토리텔링하고 해녀의 수확물과 해녀체험도 상품화할 생각입니다.” 이런 계획은 올해 축제를 통해 그 틀을 단단하게 다지게 된다.

다무포 고래체험관도 올해 하얀 옷을 바꿔입고 마을의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무포 고래체험관도 올해 하얀 옷을 바꿔입고 마을의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변가에 방치되다시피 했던 고래체험관은 고래마을의 과거와 현재를 알려주는 전시관과 마을 특산품판매와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체험관으로 리모델링중이다. 고래체험관 역시 올해 하얀 옷을 바꿔입고 마을의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배수경기자

포항마을이야기-구룡포일가옥거리
구룡포근대문화역사거리

<가볼만한 곳>
◇구룡포근대문화역사거리

9마리의 용이 승천한 포구, 구룡포. 구룡포 근대문화역사 거리는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공간이다.

일본인 가옥 거리로 불렸던 이곳은 300여 가구의 일본인들이 거주했던 곳이다.

지금까지 남은 80여채의 일본식 가옥은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역사 교육장인 동시에 최근에는 KBS 인기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촬영지로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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