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은 한 가운데 있는 커다란 연잎이 주인공입니다. 이 연잎 위에 커다란 연꽃이 피어있고 아이들이 연잎을 구름처럼 올라타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신기해 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 아이를 그린 어린이는 자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표현했을 것 같습니다.
주인공이 가운데 위치한 커다란 연잎이라면 부주인공은 누구일까요? 오른쪽에 위치한 또 다른 녹색의 연잎이 아닐까요?
왜냐하면 주인공은 언제나 세상의 중심에 있고 그림 속에서 가장 눈에 띄기 쉬운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주인공을 그릴 때 가운데 자리잡게 하고 싶더라도 살짝 한 중앙에서는 비켜주어야 한답니다. 그래야 부주인공을 그릴 자리가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이 그림에서도 주인공인 초록색 연잎은 살짝 왼쪽으로 치우친 중앙에 위치해있고 부주인공인 연두색 연잎은 빈 자리가 많은 오른 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림에 변화를 주기위해서 초록색 연잎보다 낮은 위치에 두었습니다.
자 이제 이야기를 꾸밀 차례입니다. 부주인공인 연두색 연잎 위에도 분홍색, 보라색 꽃이 피고 파랑새가 날아와 앉아 있네요. 이 연잎 위에 서있는 여자아이도 또 다른 어린이가 자기 자신을 표현했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높은 곳에 올라가서 내려다보고 싶어 합니다.
시선을 돌려보면 물고기, 오리, 학, 잠자리들이 보이네요.
이 그림을 보는 사람의 시선은 가운데 초록색 연잎과 연꽃과 사람부터 출발해서 시계 방향으로 돌아서 그다음, 오른쪽 연두색 연잎과 연꽃과 사람, 오른쪽 아래에 있는 물고기, 오리, 학, 잠자리를 찾아낸 후, 마지막으로 왼 쪽 위에 있는 꽃무리로 옮아 갑니다. 그리고 난 후 미처 보지 못했던 나비와 꽃들을 찾아냅니다. 여기저기 연꽃이 피었는데 오른쪽 커다란 연꽃 속에는 심청이처럼 보이는 긴치마를 입은 여자 어린이가 서 있어요.
여러 가지 모양의 나비와 잠자리들이 날아다니고 봄꽃이 흐드러지게 핀 아름다운 풍경을 이 그림에서 잘 조화된 구도로 나타냈어요. 한마디로 이 그림은 색채의 어울림과 전체적 구도가 아름다운, 멋진 협동화가 되었어요. 이 벽화는 지금도 대구반송초등학교에 가면 감상할 수 있을 거예요.
(출전: 이명주 저 ‘너, 그림 잘 그리고 싶니?’)
(화가, 전 대구초등미협회장·대구달성초등교장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