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 한 소절 노래, 한 편의 시로 애도하는, 故 송해 선생
[화요칼럼] 한 소절 노래, 한 편의 시로 애도하는, 故 송해 선생
  • 승인 2022.08.0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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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홍란 문학박사·시인
‘이봐, 뭐 그리 슬퍼해’

‘인생 뭐 있어 그냥 웃어’

‘나처럼 환하게’

‘아자아자 늘 응원한다’

‘그렇게 또 살아지는 거야’

‘모두 잘 지내 안녕’

-송해, 「어록」 중에서



‘국민 MC’, ‘국민 오빠’, ‘국민 아빠’로 불리던 故 송해 선생이 떠난 지 두 달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최근까지 추모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대구 경북지역은 비슬산 용천사에서 ‘故 송해 선생 49재 막재 및 추모 헌정 공연’이 진행되었다(7/27). 이날 행사에서 조사는 지거스님, 추도사는 김하수 청도군수, 정태호 용천사 신도회장, 추모시는 곽홍란 교수가 만해 한용운 선사의 ‘님의 침묵’을 낭독 봉헌하였다.

비슬산 용천사는 故人이 생전에 종종 방문하던 사찰이며, 지거 주지스님과는 친분이 두터워 평소 담소를 자주 나누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분의 만남은 서울 외곽에서 노숙자 무료급식 활동을 함께 하면서 깊은 인연으로 이어졌고, 고인의 미완성 음반 ‘인생은 다 그런 거란다’는 지거 스님에 의해 고인 영정 앞 헌정으로 이어졌다. “본래는 송해 선생님이 부르고, 올해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여 앨범을 내놓기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음반 녹음 작업을 하실 수가 없었어요. 안타깝게도 유작으로 남게 되었고, 고인의 뜻을 받들어 부족하지만 중단 위기에 처한 음반 작업을 제가 마무리해 헌정곡으로 바치게 되었어요”라고 스님은 밝혔다.

고인이 작사·작곡에 참여한 유작 ‘인생은 다 그런 거란다’가 스님의 목소리에 얹혀 산사에 울려퍼질 때 사진 속 송해 선생은 흐뭇하게 웃고 계셨고, 두 손 모은 대중들은 울고 있었다. ‘어차피 사랑은 추억이 되어 뒤안길 붉은 석류 빛으로 물들 뿐, 가버린 사람아 그리워 마라. 스쳐간 인연을 아쉬워 말아라. 인생은 다 그런 거’라는 노랫말처럼 인생이란 웃음 곁에 울음이, 울음 곁에 웃음이 손잡고 살아가는 것이라는 뜨끈한 사진 한 장을 얻게 된다.

한국 대중문화의 산 역사였던 송해, 죽을 때까지 현역이었던 송해, 언제나 환하게 웃던 송해로 사람들은 고인을 기억하지만 그의 삶은 파란만장한 인생이었다. 1927년 4월 27일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난 송해는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혈혈단신으로 남하한다. 그는 월남 과정 중 타고 있던 미군 선박 안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두 손 모아 기도를 한다. 넓은 바다와 같은 세상을 품어 안고 살아가겠다는, 그 간절함은 이루어지고 이름까지 바다로 개명을 단행한다. 지금의 이름 즉, 실향민으로 바닷길을 건너오면서 새긴 송해를 예명으로 쓰게 된다. 그후 창공악극단을 통해 데뷔(1955년)한 후 66년 동안 연예계 현역으로 활동해왔다. 그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국내 최장수 프로그램인 KBS ‘전국노래자랑’이고, 1988년 5월부터 35년간 ‘전국노래자랑’ MC를 맡아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 부문 기네스 세계기록에 오르기도 했다.

“이봐 한번 사는 인생, 아등바등하지 말고 긍정적인 자세로 삶을 대하라”고 말하는 듯 환하게 웃고 있는 영정 사진 속 그의 모습,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활발하게 현역으로 활동하다 95세로 영면한 고인을 향해 “참 잘 살다가셨어요”라고 따뜻한 눈물로 마지막 인사를 보내는 사람들 속에 앉아서, 나 또한 아쉬운 격려의 말씀을 더하며, 살아남은 자의 삶의 시간과 떠나간 자를 위한 애도의 시간에 대해 생각한다. 한 소절 노래, 또는 한 편의 시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전쟁터에서 한 명의 목숨도 구할 수 없다. 그렇지만 노래와 시는 얼어붙은 바다를 깨우고, 사막을 꿈꾸게 하며, 상처 입은 사람을 노래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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