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가유문화와 달구벌]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별을 보며 생생하게 알았다
[신가유문화와 달구벌]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별을 보며 생생하게 알았다
  • 윤부섭
  • 승인 2022.08.0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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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농경시대의 천문학을 더듬어 보면
하늘이 비치는 거대한 호수 생성
신비성에‘하늘에 닭이 우는 곳’ 믿음
삼한시대, 달구벌에 ‘아침신시’ 개최
옥황상제가 사시는 곳이 비치는 못
日, 1905년 달성에 ‘황태신궁’ 지어
좀생이별, 2천여개 성단으로 묶여져
선인들, 그 해 농사 길흉을 미리 점쳐
풍년을 위해 빈틈없이 미리미리 챙겨
별을 보며 가슴 뛰는 풍년의 결실 생각
신라의상징초승달
신라의 상징 초승달. 그림 이대영

◇로마대제국을 꿈꾸면서 초승달 나라(新月國)를 지향

현존하는 대구시 산재 고인돌에서도 紫微垣(同心圓) 혹은 성혈(星穴) 표시로 남두육성, 북두칠성 등을 그려서 기원했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별샘 동네(辰泉洞)’의 선사시대 고인돌에서도 동심원 3개(上二眼而下一足立)를 그려놓아 두 눈 사이에 주둥이를 그리고, 벼슬(鷄冠)과 몽둥이를 그려내려 아래까지 이으면 긴 꼬리 하늘 닭(長尾天鷄)이 된다.

사실 달구벌이란 이름이 나온 데에는 하늘이 비치는 거대한 호수가 생성되어 있었기에 그 신비성에서 ‘하늘에 닭이 우는 곳(天鷄鳴處)’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이런 믿음으로 일찍 삼한시대에 달구벌에다가 ‘아침신시(朝市)’를 개최했으며, 또한 선사시대에 생성되었던 하늘의 옥황상제가 사시는 곳이 비치는 못(天王池)이 1907년까지 존속했다.

이에 대해 908년에 최치원이 쓴 ‘신라수창군호국성팔각등루기’에서도 “옳아, 바로 이곳이 성스러운 곳이지(是處是聖地也)”라고 기록하고 있다. 당시 북극성의 자미원을 천왕지에서 봤던 것이다. 이런 천기를 십분 이용해 일본제국은 달성에다가 1905년 달성공원이란 이름으로 성역화하면서 ‘천조대신’을 모시는 황태신궁을 지었다. 또한 선사시대 천문학에서는 ‘곡식을 키(箕)로 까부는 주변에 닭이 모이를 먹고자 모여든다’고 믿었기에 하늘 닭(天鷄)은 키별(箕星) 주변에 있다고 믿었다. 한반도 혹은 달구벌은 28수에서 기수(箕宿)이고, 또한 키별 혹은 궁수자리에 속하기에 천계(天鷄)사상에 ‘하늘 닭’에 해당하는 닭벌(鷄野)이라고 했다.

주나라(BC 1046∼BC 771) 때 지상에 도마뱀(十二時蟲)이 계절의 변화를 먼저 읽고 몸의 색깔을 바꾸듯이 하늘의 변화를 읽고자 체계화했던 주역이라는 학문이 있었다. 천문학의 일종인 주역에서는 제5 손풍괘(巽風卦)를 오행으로는 나무에 해당하고, 동물로는 닭(天鷄)으로 봤다. 대륙(中國)에서 망국유민이 달구벌로 흘러든 이유가 있다. 남동방향 손방(巽方)으로 이동했던 이유가 손방은 동물에 비유하면 하늘닭방향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원전부터 ‘하늘 닭의 벌판(天鷄之野)그림’이라는 의미에서 달구벌이라고 했다.

다른 한편, 신라의 상징성은 기울어짐을 잊고 커져만 가는 초승달(忘傾成着新月)이었다. 그래서 신라황궁의 내성을 반월성(半月城)이이라고 했다. 또한 신라군의 상징마크로도 초승달 깃발을 사용했다. 신라가 초승달을 사용한 것은 천문학적인 신앙에서다. 저녁에 초승달 주변을 보면 7개의 좀생이별(七聯星)들이 따라 뜬다. 그리스천문학에서는 7자매별(seven-sisters stars)이라고도 했다. 초승달과 좀생이별들을 ‘엄마가 이고 가는 밥 함지박을 보고 졸졸 따라오는 아이들(母搬飯器, 兒隨母飯)’로 봤다. 따라서 좀생이별은 농사와 관련을 지어서 초승달과 멀리 떨어져 있으면(月星間遠, 饑遠自豊), 기근이 심하지 않는 풍년이 들 것이고, 가까이 다가있으면 흉년이 든다고 믿었다.

28수 별자리에서 좀생이별들은 서쪽 묘수(昴宿)로 오늘날 황소자리에 해당해서 동·서양천문학과 농경목축의 일치점이 되고 있다. 600년경 천문학자 단원자(丹元子)가 쓴 ‘28수천보가(二十八宿天步歌)’ 가운데 묘수(昴宿)에선 “초승달 아래 5개의 누런 별은 하늘의 그림자를 보이고, 하늘의 그림자 6마리 가마귀(별)은 하늘의 경작지”라고 노래하고 있었다. 신라는 주변국을 7개 이상 통솔할 로마대제국(大月國)을 꿈꾸면서 초승달 나라(新月國)를 지향했다.

◇최고천문학서 욥기(Liber Job)를 살펴보면

구약성서 욥기(Book of Job)에 BC 1,800년경 욥(Job)은 “어째서 악한 자가 더 건강하며 더 오래 사는가(Why do the wicked live on, growing old and increasing in power)?”라는 선악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최초로 던졌다. 이 질문은 이후 석가모니(釋迦牟尼), 공자(孔子), 예수(Jesus) 등 모든 성현들이 부딪쳤던 종교와 철학의 근본적인 문제였다. 동방(Edom)의 의로운 사람 욥이 BC 2만 ~ BC 1800년 동안에 발생했던 일들을 기록하고 있다.

한반도의 선인들이 농경문제를 하늘의 별로 풀고자 했던 것처럼 같은 과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인물이 바로 욥이었다. 그는 대단한 천문학자였다는 사실은 “네가 묘성(昴星, Pleiades)을 한 데 단단히 묶어 놓을 순 없으며, 오리온(參星, Orion) 별자리의 (허리)띠를 풀어 해 칠 수 있겠는가(Canst thou bind the sweet influences of Pleiades, or loose the bands of Orion?)”라는 욥기기록을 보면 알 수 있다.

당시는 모두가 그저 7자매 별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좀생이별이 포도송이와 같이 묶여있는 걸을 어떻게 알았는지? 1609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이탈리아 천문학자 갈리레오 갈리레이가 망원경을 만들었고, 망원경을 통해 좀생이별을 살펴봤더니 2천여개의 성단(Cluster)으로 마치 포도송이처럼 묶어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또한 오리온별자리를 관찰하니 평면상의 일직선상의 별들이 아닌 입체상의 별이 있어 ‘오리온의 허리띠(參星之帶, Orion’s Belt)’라고 했을 정도였다.

한편, 좀생이별에 신비성을 더하는 건 동양에선 “북극성(北極星, Bear), 삼성(參星, Orion)과 묘성(昴星, Pleiades)이 남방의 밀실을 만드셨으며, 측량할 수 없는 큰일을, 셀 수 없는 기이한 일을 행하시느니라”라고 믿었다. 이런 하늘의 기밀을 염탐하고자 우리의 선인들은 좀생이별을 보고 정월 초하룻날에 흉년과 풍년을 사전에 점치고 풍년을 위해 빈틈없이 사전에 챙겼다.

한반도 특히 달구벌에 도착했던 선인들이 밤마다 영롱하게 떠오르는 별을 보는 재미는 매일 밤 오늘날 우리들이 텔레비전을 보는 것보다도 더 환상적이었다. 왜냐하면 미래를 꿈꾸며, 가슴이 두근두근 뛰는 풍년의 결실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매일 밤 별을 보고 생생하게 알았다.

봄과 초여름에는 동 청용 칠수(東靑龍七宿)인 각·항·저·방·신·미·기(箕)가, 여름과 가을에는 북 현무 칠수(北玄武七宿)인 두·우·여·허·위·실·벽(壁)이, 가을과 겨울에는 서 백호 칠수(西白虎七宿)인 규·누·위·묘·필·자·삼(參)이, 그리고 겨울에는 남 주작 칠수(南朱雀七宿)인 정·귀·유·성·장·익·진(軫)이 보인다. 세종 때 이순지(李純之, 출생연도미상~1465)가 왕명으로 저술한 ‘천문류초(天文類抄)’에서 삼성(參星)은 중국에서는 백호(白虎)라고 하나 우리나라에선 기린(麒麟)이라고 했다.

삼성을 주변에서 받쳐주는 별(補官附座)을 벌성(伐星)이라고 적고 있고, 삼성과 벌성을 합쳐 삼벌(參伐)이라고도 했다. 여기서 벌성(伐星, 獵戶座, Orion)은 28수 가운데 사신(四神) 동창용, 서백호, 남주작과 북현무 가운데 서백호(西白虎)에 해당하며, 7개 별자리 가운데(42 Ori,θ2 Ori,ι Ori, 45 Ori,..θ1 Ori) 7번째 별자리(θ1 Ori)에 둥지를 틀고 있다.

한반도를 고대천문학으로 보면 신라금성의 주변을 보관주좌하는 벌성이 바로 달구벌이었다. 고대천문학에서 강물이란 은하수(群星)를 보좌하고자 생성된 선상지(扇狀地, 新月)이며 이를 벌성에 비유했다. 벌(伐)이라고 적혀있는 곳은 고유한 우리말로 ‘벌(들)’ 혹은 ‘갯벌’이다. 한자로 표기할 때는 i) 차의표기로 ‘불화(火)’, ii) 차음표기로 ‘벌(伐)’ 혹은 ‘불(佛, 弗)’등 한자로 표기할 수 있었으나, iii) 천문학적인 나라의 도읍지가 아닌 곳에는 벌성처럼 보관부좌의 의미를 담아서 사벌(沙伐), 서라벌(徐羅伐), 사로벌(斯盧伐), 달구벌(達句伐), 삼량벌(參良伐) 등으로 표기했다.

선인들은 벌판에 피어있는 꽃들이 그렇게 아름다운 건 밤하늘의 별과 밤새워 소곤손곤 이야기를 하다가 올라갈 시간(昇天時機)을 놓친 별들이라고 생각했다(星天上花, 花地落星). 오늘날 우리들이 꽃을 보고 밤하늘의 별처럼 가슴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음은 고대천문학적인 문화유전자(meme)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글=권택성 <코리아미래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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