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로 배달된
책 한 권에도
깨지려는 유리컵 그려 놓고
빨간 글씨로 파손주의라고
적어 놓은 건
판 사람도
신경 쓰고 있습니다
티를 내는 것이겠지
다음에도 또
사 달라는 부탁이고
택배 아저씨
하나도 신경 안 쓰는데 뭐
사람 없어 또 오기 싫어서
대문 안에 던져 놨는데 뭐
전화는 했지만.
◇안영선=『아동문학평론』『문학공간』『농민문학』신인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회원, 교원문학상, 공무원 문예대전 최우수상, 해양문학상 받음, 독도사랑상 받음(동북아역사 재단), 동시집: 잠시를 못 참고, 독도야 우리가 지켜 줄게, 독도는 우리가 지키고 있어요, 대신맨, 다 함께 돌자 대구 한 바퀴 등.
<해설> 택배 문화가 최고에 달한 요즘 택배아저씨에 대한 서운한 마음이 깊은 시인이 한 말씀 올렸다. 책을 사고 파는 입장을 다 헤아려 주지 못하는 택배아저씨의 무심하고 바쁜 손길에 좀 더 정성을 기울여 주십사 하는 서운한 마음이 가득 담긴 시를 읽으며, 어쩜 이렇게 느끼는 것이 같을 수 있는지 신기하기 까지 하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로도 시로 옮기는 시인의 재기발랄함에 미소가 번진다.
-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