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경청의 커뮤니케이션
[대구논단] 경청의 커뮤니케이션
  • 승인 2022.08.0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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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진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남이 하는 말을 잘 듣는 것은 사회생활에서 중요한 일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남자나 여자나 모두 자신의 말을 잘 경청하는 상대를 최고의 배우자로 생각한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남의 말을 경청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주장만을 말하려는 사람이 많음을 경험한다. 오늘은 경청의 본질이 무엇이고 경청의 모습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미국의 작가이자 조지타운 대학의 언어학 교수인 '데보라 태는(Deborah Tannen)'은 사람들이 "듣는 것은 열등한 입장에 놓이는 것이지만 말하는 것은 우월한 입장"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우월감이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서 들으려기 보다는 떠들려고 하는지 모른다. '설득커뮤니케이션' 책의 저자인 조셉 드비토(Joseph DeVito) 교수는 경청에 대한 몇 가지 신화(잘못된 믿음)를 제시하며 사람들의 경청에 대한 편견적 생각을 지적하고 있다.

그는 먼저 '경청은 힘이 없다'라는 사람들의 인식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듣는 것보다 말하는 것이 힘을 더 가진 것으로 인식되지만, 경청은 사실 말하는 것 이상의 커뮤니케이션 파워를 가진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우리가 경청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상대방과의 소통에서 핵심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경청은 '자연스럽고 수동적인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 경청은 많은 노력이 필요하며 매우 능동적인 과정임을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집에서 내가 아이가 하는 말을 다 듣는다고 생각하지만 능동적으로 경청한 것이 아니라면 아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의미였고 어떤 의도였는지 파악도 못하고 기억에 남지도 않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경청은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스스로 노력이 필요한 적극적 행동인 것이다. 경청에 대한 사람들의 또 다른 잘못된 인식은 '듣는다는 것은 객관적인 것이고 나는 이미 객관적인 경청자이다'라는 생각이다. 인간은 경청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대부분 자신이 가진 편견의 프레임에서 자기 멋대로 듣고 해석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말하려는 핵심 요점이 무엇인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표피적 말에만 불필요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래서 경청한다는 것은 상대의 말을 파악하기 위한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며 나아가서는 선입견이나 편견 등의 인식도 제거해야 하는 자세가 요구되는 과정이다.

업무상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경청은 사회적 성공을 위해서 중요하다. 하지만 가족이나 친구와 같은 친밀한 관계의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경청은 어떤 점에서 중요한 것일까? 드비토 교수는 친밀도가 높을수록 '지지적이고 솔직한 경청자가 되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경청의 윤리적 의무를 주장한다. 편견 없이 들어야 하고, 상대방에게 동의할 필요는 없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정서적으로 지지하며 솔직한 피드백을 주는 경청의 방식이 윤리적 경청임을 강조한다. 친밀한 사람과의 대화에서는 이런 윤리적 경청이 선택이 아닌 의무인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친밀한 관계이기 때문에 성급한 판단을 하게 되고 듣는 과정에서 물리적이고 정신적으로 산만하며, 수시로 초점을 잃고 편견적인 태도로 상대의 말을 듣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윤리적 경청의 노력과 실행을 반복한다면 우리는 친밀한 관계에서 경청을 통해서 소통의 달인이 되고 서로의 관계를 더 튼튼히 맺을 수도 있을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 우리는 공감적으로 듣거나, 공손하게 듣거나, 비판적으로 듣거나, 혹은 반발적으로 들을 수 있다. 인간관계에 따라서는 상대방의 말을 항상 반발적으로 듣는 불행한 관계에 처할 수도 있다. 어찌되었건 우리는 사회 속에서 남의 말을 경청할 수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능동적이고 윤리적인 시각으로 경청의 과정을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고든(Gordon)은 '적극적 경청(active listening)'의 방법 중 상대방의 감정에 대해서 이해했음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상대방이 하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재진술하며 관심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해했음을 표현하는 것이 경청의 올바른 과정이라는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커뮤니케이션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면 말하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듣는 것도 어떻게 하면 잘 들을 수 있는지 노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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