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복지논단] 그들에게는 여전히 낯선 디지털 사회
[대구복지논단] 그들에게는 여전히 낯선 디지털 사회
  • 승인 2022.08.0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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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후남 상록수재단 이사장
낯설다. ‘낯설다’는 ‘전에 본 기억이 없거나 겪은 적이 없어서 익숙하지 않다’라는 의미다. 낯선 것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반응들은 제각각이다. 낯선 것들에 대해 호기심으로 다가가 금세 친해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낯섬‘을 회피하고 멀리하면서 ’공포‘마저 느끼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낯선 것들에 적응하고 익숙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낯선 것들을 마주할 용기도 필요하다. 그 낯선 것들이 ‘삶의 질’과 관련된 것이라면 더욱 더 그렇다.

패스트푸드점에 들렀다가 아직까지도 여전히 낯선 ‘키오스크’라는 덩치 큰 녀석을 만났다. 말 없이 수많은 것들을 명령(?)하는 녀석 앞에서 주눅이 들었다. 나의 뒤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긴 행렬과 짜증난 듯 보이는 눈빛들도 부담이다. 내 또래의 친구들 역시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노인복지현장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은 낯선 디지털 기기들 앞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어 하신다.

‘물건은 보고사야 한다’, ‘회의는 얼굴을 맞대고 해야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인식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은 그 익숙한 생각들과 생활방식들로부터 급격하게 변화되었다.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원활하게 대체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비대면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한 기술의 흐름에 맞춰 공공행정과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이 디지털에 의존했고, 디지털기술을 얼마나 쉽고 빠르게 이용하느냐는 ‘삶의 질’까지 달라지게 만들었다. 이른바 ‘디지털 전환’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디지털 전환은 인류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좀 더 안전하고 편리한 삶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을 디지털기술이 현실로 이끌어 주었다. 그러나 이를 온전하게 사용하지 못하거나 어렵게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는 그림자도 동시에 안겨주었다.

노인들의 디지털 격차와 소외 현상은 사실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심각성은 디지털 격차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사회적, 경제적 격차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의 보편화는 이를 제대로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지식을 제공하고 소득을 증가시키지만, 반대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도태되어 계층 간 격차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도 디지털 소외는 또 다른 삶의 소외로 이어지고 있다. 굳이 통계를 들고 오지 않더라도 노인들은 인터넷뱅킹 서비스, 키오스크 활용, 인터넷 행정서비스 이용 등에 심각한 불편을 겪고 있다. 불편을 넘어 ‘밥 한그릇’ 조차 마음 편히 사 드실 수 없는 형편이 되어 버렸다.

사회가 나서야 한다. 공동체가 나서야 한다. 당사자인 어르신들도 변화되어야 한다. 먼저 어르신들의 용기가 필요하다. 디지털 세대들은 어릴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두려움 없이 사용해왔기 때문에 새로운 기기를 주저없이 사용한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잘 못 만져서 망가지면 어쩌나’ 라는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가 있다. 디지털 체험교육을 진행하다 보면 목격되는 현상 중의 하나가 ‘별것 아니네’라는 반응이다. 어르신들이 맘껏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하게 제공해야 한다.

둘째는 사회적 인내다. 어르신들은 ‘익숙하지 않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극장에서 만나는, 그리고 식당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이 느긋하게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실 수 있도록 기다리고 도움을 드리는 사회적 배려와 인내가 요구된다.

세째는 어르신 친화적 디지털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소비 확대로 전 세계 키오스크 시장은 2020년 835억달러로 최근 5년간 69.7%로 증가했다. 하지만 휠체어에 앉은 장애인들을 위한 키오스크를 본적 있는가. 어르신들을 위한 큰 글씨 앱을 본 적 있는가? 정부에서도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어르신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는 노인 친화형 디지털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의 개발이다. 그래야 디지털에 더 많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다. 어르신들의 관심이 많은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관리할 수 있는 기기가 있다면 보다 자주 사용하게 될 것이고 이를 통해 건강 관리 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기에 대한 두려움도 덜어 드릴 것이다. 디지털 격차는 교육, 경제, 문화 등 일상생활의 격차로 확대되어 삶 자체에서 불평등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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